'성과급 6억 논란' 전세계 확산
“미국이 만든 AI 특수” 프레임...삼성엔 부담 될 수도
일본 반도체의 몰락...삼성도 안심할 수 없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고액 성과급 논란이 국내 노사갈등을 넘어 미국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다. 미국 언론과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 임금 문제보다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와 초과이익 배분 논쟁 차원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공급망 재편 전략의 핵심 파트너이자 CHIPS Act(반도체지원법) 보조금 지원 기업이라는 점에서,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이 향후 미국의 삼성 견제론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성과급 6억 논란' 전세계 확산
현재 삼성전자 노사는 가까스로 총파업 위기를 넘긴 상태다.
삼성전자 노조는 당초 영업이익의 15% 수준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며 18일간 총파업까지 예고했다. 이후 정부 중재와 막판 협상 끝에 노사는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고 노조는 파업 계획을 일단 유보했다.
잠정 합의안에는 기존 50%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연동 구조 확대 등이 포함됐다. 합의안은 반도체(DS) 부문 사업성과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해 자사주로 지급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DS부문 직원의 1인당 특별성과급은 5억7000만원에 달한다.
다만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사업부별 성과급 격차 논란이 커지며 DX부문의 집단 반대가 현실화되고 있고, 일부 주주단체와 시장에서는 과도한 성과급 확대가 투자 여력과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주주대표소송까지 추진되는 상황이다.
외신들은 삼성전자 노사 타결 소식을 빠르게 보도했다. 로이터는 삼성전자 노조 파업 가능성이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과 AI 반도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 극적 타결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또 일부 직원의 성과급 규모가 최대 41만6000달러(약 5억7000만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역시 삼성전자 노사 협상과 성과급 구조 변화 가능성을 주요 기사로 다루며, AI 반도체 호황 속 인건비 확대와 공급망 안정 문제를 함께 조명했다. AP통신도 삼성전자 노사갈등이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미국 경제매체 Business Insider는 삼성전자 사태를 “AI 시대 누가 초과이익을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전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AI 반도체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업과 노동자, 주주 사이의 이익 배분 갈등이 글로벌 산업 전반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이 같은 규모 자체를 이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등 미국 빅테크·반도체 기업들도 스톡옵션과 보상이 강한 편이지만, 영업이익 연동 구조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만든 AI 특수” 프레임...삼성엔 부담 될 수도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이 향후 미국 정치권과 여론의 시선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현재 삼성전자 HBM 초호황의 핵심 배경에는 미국 AI 투자 확대와 CHIPS Act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막대한 성과급은 향후 미국 정치권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 상당수가 미국 AI 투자 확대에 기반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HBM과 AI 메모리 수요 상당수는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아마존(AWS), 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CHIPS Act에 따라 텍사스 반도체 투자와 연계된 수십억달러 규모 보조금 지원 대상 기업이다.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등을 미국 반도체 공급망 재편 핵심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미국이 삼성전자 성과급 문제를 직접 규제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성과급 자체가 CHIPS Act 제재 사유에 포함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미국 산업정책 특성상 예상하지 못한 규제나 압박 논리가 새롭게 등장할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현재 HBM 초호황 자체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견제 정책 위에서 형성된 구조라는 점에서, 미국 정치권 일부가 이를 ‘한국 반도체 돈잔치’ 프레임으로 바라볼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 미국은 최근 중국 반도체 규제 과정에서도 수출 제한과 장비 통제, 보조금 조건 강화 등 새로운 규제를 계속 확대해왔다.
양일국 국제정치평론가는 “트럼프가 최근 인터뷰에서 과거 미국이 반도체에 관세를 제대로 부과하지 않아 인텔이 약해졌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미국이 향후 외국산 반도체에 대한 관세나 공급망 압박 정책을 다시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 반도체의 몰락...삼성도 안심할 수 없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상황을 보며 과거 일본 반도체 산업 사례를 떠올리며 우려하는 시선도 나온다.
1980년대 일본 반도체 기업들은 NEC와 도시바, 히타치 등을 앞세워 글로벌 D램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당시 일본 기업들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한때 50%를 넘겼고, 특히 D램 분야에서는 미국 기업들을 빠르게 밀어내며 세계 시장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단순 시장 경쟁이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 위협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미국 반도체 업계는 일본 기업들이 정부 지원과 저가 공세를 바탕으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미국 정부 역시 일본 반도체 기업 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결국 1986년 미국과 일본은 이른바 ‘미·일 반도체 협정’을 체결했다. 당시 미국은 일본에 반도체 가격 인상과 미국 기업 점유율 확대, 일본 시장 개방 등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후 미국은 일본 기업들의 덤핑 여부를 지속적으로 조사했고, 1987년에는 일본 전자제품에 100% 보복관세까지 부과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반도체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과 시장 주도권을 빠르게 잃기 시작했다. 미국의 견제와 함께 엔고(円高), 투자 위축, 사업 재편 등이 겹치며 일본 반도체 산업은 장기간 침체 국면에 들어갔다.
실제 1980년대 후반 세계 반도체 시장을 지배했던 일본 기업 상당수는 이후 D램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았다. 그리고 글로벌 메모리 시장 주도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에게 넘어갔다.
물론 현재 삼성전자와 당시 일본 기업 상황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는 미국 현지 투자와 공급망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 반도체 기업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미국이 전략산업에서는 동맹 기업도 언제든 견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 사례”라는 점에서 일본 반도체 사례를 의미 있게 바라보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이 반도체를 국가안보와 AI 패권 경쟁 핵심 자산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내부 성과급 논란과 노사갈등까지 미국 정치권에서 공급망 리스크 또는 산업정책 논리와 연결해 바라보기 시작할 경우 예상하지 못한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선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입장에서는 AI 공급망 안정을 위해 보조금까지 지원했는데 결과적으로 해외 기업 노조의 수억원대 성과급 논란으로 이어지는 그림 자체를 불편하게 바라볼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은 단순 노사 문제 같아 보여도 향후 미국 정치권에서 어떤 논리로 연결될지는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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