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조정 결렬로 21일 총파업 가시화… 5만 명 참여 예고에 산업계 '초비상'
정부, '경제 타격' 우려 속 긴급조정권 발동 고심… 노동권 침해 논란도 거세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협상 사후조정에 합의에 실패하며 총 파업 국면에 직면했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한국 경제의 심장부인 삼성전자가 멈춰 설 위기에 처했다. 지난 13일 새벽,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진행된 삼성전자 노사의 2차 사후조정 회의가 17시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최종 결렬됐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전국삼성전자노조 포함)는 즉각 오는 21일 총파업을 예고하며 배수진을 쳤다. 국가 기간 산업의 마비 가능성이 커지면서 일각에서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파업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후조정 '빈손' 종료… 왜 평행선 달렸나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 제도의 투명화와 상한 폐지'였다. 노조 측은 영업이익의 15%를 재원으로 하는 성과급(OPI) 산정 방식의 명문화와 현행 50%인 상한선 폐지를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을 이유로 기존 체계를 고수하되 일부 보완책을 제시하며 맞섰다.노조는 "조정안이 오히려 후퇴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으며, 참여 인원이 5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만약 현실화된다면 삼성전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파업이자, 반도체 생산 라인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초유의 사태가 된다.
사상 네 번 발동 '긴급조정권'은 무엇인가
삼성전자 노사의 2차 사후조정 회의가 결렬된 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위법한 파업은 무거운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다. 신중해달라”고 요청한 뒤 "가처분의 신속한 판단을, 정부에는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긴급조정권(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은 산업적 파급력을 고려해 정부가 발동할 수 있다.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그 규모가 크고 성질이 특별하여 국민경제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한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공고 즉시 쟁의행위는 중단되어야 하며, 해당 노동조합은 30일간 파업을 할 수 없다. 이 기간 중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을 시도하며, 합의 불발 시 '직권중재'를 통해 강제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전례는 단 4회 뿐이다. 1969년 대한조선공사, 1993년 현대자동차, 2005년 아시아나항공 및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등에 발동됐었다.
주주단체 등 일부 인사들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점유율과 한국 GDP 기여도를 볼 때, 단 하루의 가동 중단도 국가적 재앙"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청와대 "대화로 풀도록 지원"
이와 관련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13일 "(파업 예정일까지)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노사가 대화로 문제를 풀 수 있게끔 지원할 것"이이라고 말했다. 긴급조정권 관련해선 "노사 대화의 시간이 남아있다"고 답변했다. 반면 노동법 전문가들은 신중론을 펼친다. 한 노동단체 관계자는 "긴급조정권은 헌법상 보장된 노동자의 기본권을 행정권이 강제로 정지시키는 행위"라며 "특히 성과급 배분 문제와 같은 경제적 이해관계 충돌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향후 노사 자율 교섭 체계를 무너뜨리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법이 잘못돼 노조가 과도한 파업을 벌이고 그로 인해 국민 경제에 피해가 온다면 국회가 나서서 제도를 고치는 게 우선"이라며 "법과 제도를 그대로 두고 그때그때 정부가 나서서 개입하고,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게되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대화가 최우선"이라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며 물밑 조율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21일 파업 돌입이 현실화될 경우, '반도체 패권 전쟁' 속에서 국가 경제를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과 노동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가치 사이에서 정부의 선택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이제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한국 사회가 노동의 가치와 경제적 효율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를 묻는 중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파업시 "HBM4 글로벌 공급 부족 심화"
한편 삼성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글로벌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전망이다.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에 전량 투입되는 HBM4의 공급이 중단될 경우 차세대 GPU 출하가 늦어지고 구글과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확장 계획에도 연쇄적인 차질로 이어진다. 대체 공급선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생산 능력이 이미 포화 상태인 점을 고려할 때, 삼성의 생산 중단은 글로벌 AI 산업의 공급 적체 현상을 극심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주요 글로벌 고객사의 부품 수급난도 점쳐진다. 메모리 의존도가 높은 애플과 HP 등 주요 IT 기업들은 이미 삼성전자 측에 파업 여부와 부품 수급 안정성에 대해 문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급 차질은 전 세계 소비자 가전 및 PC 시장의 출하 지연과 원가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12일 성명을 통해 "삼성전자의 노동 불확실성이 글로벌 고객사들로 하여금 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한 공급선 다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하락과 대외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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