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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후 진화 아닌 '사전 예방·산림구조 관리' 산불대응 핵심"

AI 기반 탐지·지휘 시스템은 화점을 실시간 파악하고 대응 자원을 최적화한다. 고정익 수송기는 헬기가 감당... 열적외선 기반 자동 화선 탐지 기술과 AI 시뮬레이션을 통한 예측·대응 연구도 병행되고 있다. 특히 여러...

"사후 진화 아닌 '사전 예방·산림구조 관리' 산불대응 핵심"

[고성산불 30년 국회 정책토론회]

▲ 16일 서울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초대형 산불 대응 패러다임의 전환과 과제 고성산불 30년 국회정책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 서영 기자

1996년 발생한 고성산불 30년을 맞아 초대형 산불 대응 패러다임의 전환과 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정책토론회가 지난 16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열렸다. 강원도민일보와 이양수·허영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산불학회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기후위기 속 대형화하는 산불을 막기 위해 '진화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기술 체계 전환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형산불을 겪은 뒤 선제적 통합 산불 관리 체계로 전환한 포르투갈의 사례도 제시됐다. 주요 내용을 정리해 싣는다.

기조발제 고성산불 30년, 한국 산불대응 정책의 변화와 과제

"산불 대응 유·무인 복합체계 전환"

고기연 한국산불학회 회장

고성산불 이후 산불 대응 체계는 달라졌다. 소규모 산불의 진화율은 높아졌고, 초동 대응 시간도 단축됐다. 2024년 기준 산불 진화 헬기도 총 207대다. 그런데 작년 3월 경북 산불로 10만㏊ 넘게 타며 한국 역사상 가장 큰 산불로 기록됐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4년 임목 축적량은 1996년 대비 3.4배 증가했다. 관리되지 않은 연료물은 산불 발생 시 불의 강도와 속도를 높인다.

기후변화로 봄철 건조 기간은 길어지고 강풍의 빈도도 높아졌다. 산불 위험의 근본 구조가 악화됐다는 의미다. 예방이 먼저여야 한다. 불 나기 전에 연료를 줄이고, 숲의 구조를 관리하고, 위험 지역을 정비하는 것이 진화 헬기를 한 대 더 사는 것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기술 체계 전환도 함께 가야 한다. 유인 헬기 대응에서 유·무인 복합 체계로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 무인기(UAV)는 야간과 강풍에서도 운용 가능하다. AI 기반 탐지·지휘 시스템은 화점을 실시간 파악하고 대응 자원을 최적화한다. 고정익 수송기는 헬기가 감당 못하는 대규모 산불에서 전략적 자산이 된다.

주제발표1 포르투갈 통합산불관리체계 구축 사례와 시사점

"재정투자 늘려 선제적 통합관리 강화"

티아고 올리베리아 포르투갈 산불통합관리기관(AGIF) 이사회 이장

2017년 대형 산불로 국토의 6%가 소실되고 119명 이상이 사망하면서 기존 '진화 중심' 정책의 한계가 드러났다.

이후 예방 부족, 감시·탐지 미흡, 부실한 진화와 잔불 관리, 거버넌스 부재 등이 핵심 문제로 지적됐다.

이를 계기로 국가 차원의 통합 산불 관리 체계가 구축됐다. 주요 과제로 도시·산림 경계(WUI) 관리와 산림 연료 축적 저감이 제시됐고, 주민 참여 캠페인과 교육을 통해 화재 건수를 크게 줄였다. 또 완충지대 조성, 계획·처방 소각, 방목 등 경관 관리와 연료 관리 정책이 병행됐다. 국가 시스템은 예방부터 사후 관리까지 6단계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중앙·지역·지자체 간 역할을 통합·조정하는 거버넌스를 강화했다.

특히 재정을 대폭 확대해 예방 중심 투자를 늘렸다. 핵심은 '사후 대응'에서 '선제적 통합 관리'로의 전환이다. 산불은 단순한 진화 문제가 아닌 다부처 협력이 필요한 복합적 위험이다. 적극적 산림 관리와 제도 개선, 지식 기반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주제발표2 산불재난 대응을 위한 항공시스템 기술

"물 중심 진화 한계, 지연제 활용 확대"

배택훈 산림청 산림재난 정책자문위원

역대 대형 산불은 강풍을 타고 대형화됐다. 초속 15m/s 넘으면 진화 효과가 급격히 떨어지고 20m/s 이상이면 물을 뿌려도 의미가 없다. 바람이 강하면 물이 옆으로 날아가고, 바람이 약해도 연기가 빠지지 않으면 시정(가시거리)이 나빠져 항공기 투입 자체가 제한된다. 결국 강풍과 가시거리가 산불 진화의 핵심 변수다.

경사 지형과 소나무림 등 연료 조건까지 겹치면 확산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리한 투입보다 기상조건에 따른 운용 기준과 판단이 필요하다. 물 중심 대응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지연제와 억제제(폼)를 상황에 맞게 활용해야 한다.

또 헬기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 고정익 항공기와 역할 분담을 통해 직접·간접 진화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풍속 단계별 대응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위험 구간에서는 과감한 중단 결정도 내려야 한다. 이를 뒷받침할 지휘·전술 체계와 반복적인 교육·훈련도 함께 갖춰야 한다.

토론 "산림 축적 증가…'가지치기·완충지대' 숲 구조 개선 필요"

지역 단위 거버넌스 구축·연료 관리 과제

군집 드론·제어기술 도입 현장 활용 기대

군 수송기 소방 자산화 모듈형 모델 제시

산림자원 활용 '순환형 바이오경제' 전환

산림·취락 경계 등 위험지역 선별 관리

◇좌장 고기연 한국산불학회 회장

◇토론 △이시영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김규범 배재대 교수 △양준혁 UAC 이사 △마환옥 고려대 오정리질리언스연구소 박사 △김성용 경국대 교수

▲ 이시영

△이시영=1996년 고성 산불을 계기로 대형 산불의 위험성과 피해 특성이 처음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당시에는 대응 체계와 법·제도, 전문 인력과 교육이 모두 부족했지만, 지난 30년간 예방·대응·복구 전 과정에서 외형적 체계는 크게 발전했다. 특히 공중 진화 체계와 전문 인력 양성, 산불 상황관제 시스템과 국가 산불위험예보 시스템 등 과학 기반 대응이 구축됐다. 그러나 산림 축적 증가로 연료가 크게 늘면서 동일한 산불도 대형화 위험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대응 중심에서 벗어나 예방 중심의 통합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도시·산림 경계(WUI) 관리와 지역 단위 거버넌스 구축, 연료 관리가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또한 산불은 전력·가스 등 기반시설까지 위협하는 복합재난으로 확대되는 만큼, 기관 간 협력과 함께 지역 특성에 맞는 표준화된 대응 절차 마련이 중요하다.

▲ 김규범

△김규범=산불 대응에서 드론은 현재 열영상 카메라를 활용한 감시·정찰 중심으로 쓰이고 있으며, 소화제 투하 등 직접 진화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다만 최근에는 고중량·장기체공 드론과 수소연료전지 기반 드론 개발이 진행되며 활용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열적외선 기반 자동 화선 탐지 기술과 AI 시뮬레이션을 통한 예측·대응 연구도 병행되고 있다. 특히 여러 대를 동시에 운용하는 군집 드론과 자연어 기반 제어 기술이 도입되면 현장 활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헬기의 무인화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된다. 다만 모터·배터리 등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도와 통신 인프라 부족이 한계로, 국산화와 전용 통신망 구축이 필요하다.

▲ 양준혁

△양준혁=산불의 규모와 시점, 강도가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평균이 아닌 '피크 수요' 기준 대응이 필요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대형 산불은 과거 평균 대비 피해 면적이 수배 이상 증가하며 기존 전력으로는 대응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평시 전력만으로는 부족하고, 수요 급증 시 빠르게 보강할 수 있는 체계가 중요하다. 해법으로는 군 수송기를 활용해 소방 자산으로 전환하는 모듈형 대응, 즉 마프스 (MAFFS) 모델이 제시됐다. 이는 필요할 때만 투입하는 보강 전력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헬기와 고정익 항공기는 경쟁이 아닌 보완 관계로, 정밀 대응과 대량 투하를 역할별로 나눠 운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장비 도입뿐 아니라 훈련, 절차, 기관 간 협력 체계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 마환옥

△마환옥=기후변화와 도시·산림 경계 확대 등으로 산불은 점점 대형화되고 복합재난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단순 진화 중심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사전 예방과 위험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포르투갈은 대형 산불 이후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예산의 상당 부분을 예방에 투입하고 있으며, 일본은 간벌과 연료 관리로 산불이 구조적으로 커지지 않도록 산림을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산불 대응의 핵심이 사후 진화가 아닌 사전 예방과 산림 구조 관리에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역시 연료 축적을 줄이고 지역 단위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예방 중심의 통합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예산을 확대하는 한편, 연료 사다리 차단을 위한 산림 구조 관리와 함께 산림자원을 활용한 순환형 바이오경제로의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

▲ 김성용

△김성용=숲에서 산불관리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 산불은 불씨만으로 커지지 않고, 지표연료와 하층식생, 수관층까지 이어지는 연료의 연속성이 확보될 때 대형화된다. 따라서 대응은 진화 중심에서 벗어나 연료를 사전에 줄이는 예방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정책은 감시와 장비 확충에 치우쳐 있고, 연료관리는 여전히 보조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연료관리는 단순한 벌채가 아니라 위험 지역을 선별해 체계적으로 숲 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이다. 생활권 주변과 능선, 산림·취락 경계 등 우선순위를 정해 관리하고, 가지치기·하층식생 정비·완충지대 조성 등을 통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결국 산불 대응의 핵심은 불을 빨리 끄는 것이 아니라, 불이 커질 수밖에 없는 숲의 구조를 바꾸는 데 있다.

최현정 기자 hjchoi@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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