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서스 이어 테라팹 짓는 테슬라
불가능을 가능하게 할 수단은 인재
머스크 성장시킨 환경 우린 안 되나
편집자주
과학 연구나 과학계 이슈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들을 과학의 눈으로 분석하는 칼럼 ‘사이언스 톡’이 3주에 한 번씩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3차원 프린팅으로 만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얼굴 모형과 그의 인공지능 기업 xAI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올 2월 소셜 미디어 엑스(X)에서 그의 인공지능(AI) 기업 xAI가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짓고 있는 데이터센터 내부를 공개했다. ‘콜로서스’라는 이름의 이 데이터센터 단지는 독보적인 건설 속도로 이름을 떨쳤다. 가장 먼저 완공된 건물 콜로서스1은 2024년 7월 가동을 시작했는데, 부지 선정부터 가동까지 단 122일이 걸렸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초인적인 속도라며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적어도 3년은 걸릴 거란 테크업계 전망을 뒤집을 수 있었던 건 머스크 특유의 일하는 방식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전체 작업 과정을 직접 통제하며 가용한 자원과 수단을 총동원해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가장 큰 난관으로 예상된 건 전력 문제였다. 전력회사가 전기를 보내주길 기다리거나 수년에 걸쳐 발전소와 전력망을 확보하는 대신 머스크는 대형 가스 터빈들을 아예 부지 내로 갖다 놓았다.
콜로서스뿐인가. 그는 속도와 비용 문제를 극복하고 저궤도 위성 인터넷 시대를 열었으며, 실제 사지마비 환자 뇌에 컴퓨터와 연결된 칩을 심었고, 발사한 로켓을 지구로 가져와 재사용하는 데 성공했다. 70m가 넘는 스페이스X 로켓이 날아올랐다 발사 지점으로 되돌아와 젓가락처럼 생긴 로봇 팔에 정확히 안착했을 땐 공학 교과서에 기록될 순간이란 놀라움이 쏟아졌다.
그런 그가 이번엔 AI 칩 생산 공장 ‘테라팹’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에 우주 데이터센터 계획까지 감안하면 지금의 공급량과 속도가 성에 안 찬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이번만큼은 아무리 머스크라도 단기간에 목표를 이루기 어려울 거란 예상이 나온다. 반도체는 돈 있다고 뚝딱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아닌 데다 생산 라인을 갖추는 것 자체도 워낙 고난도 일이라서다.
머스크가 선택한 방법은 경험과 지식이 있는 사람을 끌어 모으는 것이다. X에 태극기 이모니콘까지 동원해 한국인 AI 칩 엔지니어 채용 계획을 알리더니, 테슬라 측이 국내 반도체 기업 엔지니어들에게 각종 복지를 제시하며 미국으로 이직을 제안하고 있다는 얘기가 업계에 파다하다.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다닌다는 이용자들이 테슬라의 근무 조건 정보를 공유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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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경영 방식과 업무 스타일은 학계에서도 연구 대상이다. 선례를 따르기보다 속도와 효율을 우선하는 새로운 공학적 접근을 시도하고, 기존 틀을 과감하게 깨거나 최적화하며, 통념에 도전하도록 직원들을 독려한다는 분석이 공통적이다. 하지만 효율에 치우쳐 안전과 환경 문제를 외면하고, 절차와 규제 체계를 무시하며, 삶의 균형을 간과한 채 업무 성과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일방적인 의사소통을 고집한다는 등 문제점도 끊임없이 지적돼왔다. 뇌에 칩을 심는 임상시험은 학계 원칙을 따르지 않았고, 콜로서스의 가스 발전은 지역 공해 유발 비판에 휩싸였다.
그럼에도, 모두가 불가능하거나 오래 걸릴 거라 했던 일들을 보란 듯 이뤄낸 머스크가 테크 분야에서 갖는 존재감은 남다르다. 복잡한 개인사에 제멋대로이고 괴팍하며 안하무인이어도, 여전히 그는 창업을 꿈꾸는 기술 인재들에겐 롤모델이고, 성장 기회를 찾는 엔지니어들에겐 한번쯤 같이 일해보고 싶은 기업인이다. 머스크의 러브콜에 고민하는 우리 청년들을 정부와 기업은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나. 그런 괴짜가 아이디어를 실현하며 성장할 수 있었던 환경이 부러울 따름이다.
임소형 산업1부장 겸 과학전문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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