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경남 거제 주택가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흘러내린 토사와 나무가 주차된 차량을 덮쳤다. 경남소방본부 제공·연합뉴스
거제를 비롯한 경남 남해안 지역에 ‘물폭탄’ 수준의 기록적 폭우가 쏟아져 1명이 숨지는 등 인명·재산 피해가 잇따랐다. 이 지역에는 지난주 폭염에 따른 가뭄으로 급수 지원을 위한 국가소방동원령이 내려졌는데, 이번에는 호우 대응을 위한 동원령이 내려졌다. 극한 폭염과 극한 호우가 며칠 사이 교차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상 기상이다. 과거 기후 통계에 기반한 관행적 대책으로는 ‘뉴노멀’이 된 기후재난에 대비할 수 없음을 일깨운다.
17일 거제 지역에는 오후 5시까지 60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거제 지역 일강수량 신기록이자, 기상청이 강수량 순위를 관리하는 전국 97곳의 역대 일강수량 순위 3위에 해당한다. 이날 거제보다 비가 많이 내린 경우는 2002년 8월31일 태풍 루사가 상륙했을 때 강릉(870.5㎜)과 대관령(712.5㎜)뿐이다. 이날 오전 거제 옥포동 한 아파트 뒷산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아파트 1·2층을 덮쳤다. 이 사고로 1층 내부에 있던 20대 남성이 사망했다. 대형 조선소인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휴일 특근을 위해 출근 예정이던 노동자들에게 대기하라고 통보했다.
국립기상과학원이 지난달 공개한 ‘남한 상세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상승할수록 집중호우 빈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나리오에선 지구 온도가 현재(2000~2019년)보다 1.5도 높아지면 연중 일강수량 80㎜를 넘는 날이 0.1일 늘어나지만, 3.0도 높아지면 0.5일, 5.0도 높아지면 0.9일 각각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폭염과 폭우가 쌍둥이처럼 함께 찾아올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해마다 더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는 지난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2031~2049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온실가스를 매년 일정한 수준으로 줄이는 ‘선형 감축’ 방식이 사실상 명시됐다. 선형 감축은 초기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 많이 줄이는 ‘조기 감축’ 방식에 비해 미래세대 부담을 더 키우게 된다. 이처럼 안이한 방안으로 해마다 정도를 더해가는 극한 기상에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회와 정부는 비상한 위기의식을 갖고 기후변화 대응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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