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이 ‘AI 수도’를 표방하며 산업 구조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미래 생존을 위한 다음 단계의 청사진이 제시됐다. 26일 본사 주최로 열린 ‘울산혁신콘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은 울산의 핵심 전략이 제조업의 AI 도입에 그치지 않고, 양자전환(QX)으로까지 그 지평을 과감히 확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압도적인 기술을 통한 ‘초격차 전략’만이 울산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기조강연에서 최재식 (주)인이지 대표는 AI가 제조 공정과 설비를 직접 제어하는 ‘피지컬 AI’ 단계에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분석을 넘어 온도와 압력, 공정 흐름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수준까지 기술이 확장되면서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제조 경쟁력의 중심이 숙련된 인력에서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된다.
이어 채은미 고려대 교수는 한 걸음 더 나아간 문제를 제기했다. 양자컴퓨팅은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지금의 기술 축적이 미래 산업 격차를 좌우할 것이라는 점이다. 양자기술은 새로운 기술이라기보다 기존 산업의 토대를 확장하는 성격을 갖는다. 레이저와 반도체, GPS처럼 이미 산업을 지탱하는 기술도 양자역학에서 출발했다. 이제는 기존 컴퓨터로는 현실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계산을 ‘중첩’과 ‘얽힘’으로 풀어내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 흐름은 울산과 직결된다.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 중심의 산업 구조는 공정 최적화와 에너지 효율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분야다. AI가 공정을 바꾸고 있다면, 양자기술은 그 공정을 설계하고 계산하는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변수다. 실제로 발표자들 역시 울산이 산업 AI와 양자전환을 선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도시라는 데 공통된 인식을 보였다.
결국 관건은 시점이다. AI는 이미 도입과 확산의 단계에 들어섰지만, 양자기술은 준비 단계에서 격차가 벌어질 수 있는 분야다. 지금 축적하지 않으면 산업화 시점에서 따라잡기 어려운 기술이라는 점에서 대응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개별 기업의 선택에 맡길 사안도 아니다. 실증 기반과 인력, 연구개발 체계를 지역 산업과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 콘퍼런스는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준 자리였다. AI로 생산을 혁신하고, 양자기술로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울산이 산업도시의 경쟁력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선택도 그리 복잡하지 않다. 이미 시작된 전환을 가속하면서,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기술까지 함께 준비하는 일이다. 그 시점이 지금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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