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1999원으로 2000원을 넘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을 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리터(L)당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날 대비 3.98원 상승한 1946.42원, 경유 평균가격 1937.19원으로 전날 대비 3.71원 상승했다. /뉴스1
한국과 영국·프랑스·캐나다 등 40여 국 외무장관들이 긴급 화상회의를 갖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해협 봉쇄의 파장이 원유·LNG 등 에너지, 나프타·헬륨 같은 제조업 필수 원자재를 넘어 식량 안보까지 위협하는 상황에서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질소 비료 원료인 요소의 전 세계 무역량 3분의 1이 지나가는 호르무즈 루트가 끊어지면 비료 부족으로 식량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중동 전쟁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옥문까지 48시간 남았다”며 원전·교량 등 민간 인프라까지 겨냥한 폭격을 시사하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와 선별적 통행 허용이란 갈라치기 전술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에너지 시설과 부셰르 원전까지 공격하고 있으며 유럽 각국과 일본 등 주요국들은 각자도생식 해법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젠 전쟁이 끝나더라도 중동발(發) 리스크는 예전으로 돌아가기 어렵게 됐다. 이란은 값싼 드론과 기뢰, 소형 고속정을 활용한 비대칭 전력을 고도화해 미국과 서방의 압도적 해군력을 무력화하는 저비용·고효율 봉쇄 전략을 만들었다. 주변국 데이터 센터나 담수화 시설까지 타격하며 경제적 파괴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여기에 후티 반군 등의 개입까지 이어지면서 호르무즈는 언제든지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전략적 급소가 됐다.
호르무즈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선 전쟁 장기화와 에너지 위기의 상시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공급망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편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원유와 나프타 수입의 70% 이상을 호르무즈에 의존하는 우리가 단기간에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신속하게 다른 수입원으로 갈아탈 수 있는 복원력을 갖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LNG도 10년 전까진 카타르산 LNG 비율이 35%에 달했지만, 호주·미국·동남아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한 결과 지금은 카타르산 비율이 15%로 줄었다.
정유 시설이 중동산 중질유에 최적화돼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러시아산 원유 등을 효율적으로 정제할 수 있는 투자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반도체 공정의 핵심인 헬륨 같은 자원은 국가 비축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도 시급하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된 환경에서는 ‘가장 싼 곳’이 아니라 ‘가장 안전한 조달처’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경제성에만 치우쳤던 기존 공급망의 취약점을 점검하고, 국가 안보 차원의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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