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코르파칸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에 유조선과 화물선들이 줄지어 서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역봉쇄’에 나서면서 국제 유가가 다시 급등하고 있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3일 오후 배럴당 6~7% 뛰어올라 각각 101달러, 103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미국은 이란의 전쟁 자금원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이 조처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이란이 강력 반발하면서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2~3개월 단기 처방을 넘어, 최소 6개월 이상을 내다보는 중장기 에너지·원자재 수급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12일(현지시각) 미 중부사령부는 13일 오전 10시(한국시각 13일 밤 11시)부터 이란 항구를 드나드는 모든 선박에 대해 봉쇄 조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이란 종전 협상 결렬 직후 해협 봉쇄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군이 호르무즈해협에 들어가는 관문인 아라비아해에서 군함을 동원해, 해협을 오가는 선박을 통제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상군을 투입해 하르그섬 또는 해협 장악을 시도할 경우 인명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해, 이런 ‘역봉쇄’ 카드를 꺼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략은 미국 입장에선 지상전 없이 이란을 압박하는 방안이 될 수 있지만,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상당한 부담이다. 우리나라는 원유의 70%, 액화천연가스(LNG)의 20%가량을 이 해협을 통해 들여온다. 또 나프타·헬륨 등 필수 원자재 역시 의존도가 매우 높다.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충격이 에너지 부문에 그치지 않고, 제조업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2일 원유는 비축유 방출 없이 4·5월을 넘길 수 있고, 나프타 관련 공장 가동률도 5월에 80% 수준까지 회복된다고 밝혔다. 반도체 산업에 꼭 필요한 헬륨은 6월까지는 미국산으로 대체해놓은 상황이라고 했다. 당장 몇달 안에 물량 공백이 발생할 일은 없다는 점에서 다소 안심이 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해협 봉쇄가 6월 이후까지 이어질 경우 수급 대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비축유와 민간 재고, 수입선 다변화, 물류·보험 지원, 그리고 수요 관리(절약·효율화) 등을 아우른 6개월·1년 단위의 중장기 시나리오를 제시해야 한다. 정유·석유화학·해운·반도체 업계 등 민간과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수급 대응 계획을 짜야 한다. 100달러대 유가 장기화가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에너지 대책도 그에 걸맞은 장기전 체제로 전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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