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을 겨냥한 해킹 공격이 잇따르면서 증권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다행히 현재까지 증권사나 한국거래소·코스콤·한국예탁결제원 등 주요 증권 유관기관에서 해킹에 따른 고객 정보 유출이나 침해 사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를 안도할 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다. 이번 사태가 보여주는 것은 금융권의 사이버 위협이 더 이상 개별 금융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 시스템 전체를 겨냥한 상시적 위험이라는 점에서다. 공격자가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해 여러 금융사를 대상으로 대량·자동화된 공격을 벌인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해킹의 방식이 과거처럼 특정 기업을 오랜 기간 정밀하게 노리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금융당국이 전 금융권 약 500개사에 공격 IP와 보안 유의 사항을 전파하고 긴급 점검을 지시한 것도 이런 상황의 심각성을 반영한다. 공격 IP 차단은 물론 외부에 노출된 IT 자산과 서비스의 식별, 보안 강화, 개인정보 보호 여부 등 12개 항목을 점검하도록 한 것은 적절한 조치다. 증권사들이 연휴에도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하고 과거 접속 이력과 시스템 침투 흔적까지 살피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금융회사의 보안이 금융당국의 체크리스트를 채우는 것으로 끝나서는 곤란하다. 해킹은 당국의 점검 일정에 맞춰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주말이나 연휴, 새벽에도 공격은 이어진다. 특히 증권사는 고객의 자산과 개인정보뿐 아니라 주문·거래 시스템의 안정성까지 책임져야 한다. 작은 보안 사고 하나가 고객의 재산상 피해와 시장에 대한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 못지않은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현재까지 피해가 없다’는 사실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다. 이번 점검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잠복한 공격이나 아직 드러나지 않은 취약점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외부에 노출된 시스템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클라우드, 인증체계, 원격접속 시스템 등 연결된 모든 경로를 점검해야 한다. AI를 활용한 공격이 현실화된 만큼 방어 역시 AI 기반 이상징후 탐지와 모의해킹 등 새로운 기술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 역시 사고가 발생한 뒤 일제히 긴급점검에 나서는 사후 대응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격 정보를 금융회사와 신속하게 공유하고, 업권별 취약점을 분석해 선제적인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금융회사들도 비용 절감을 이유로 보안 투자를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 보안은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금융회사의 존립과 직결되는 핵심 인프라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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