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정을 둘러싼 일련의 언사와 비극적 사고는 우리 사회의 공적 가치와 공직자 언행의 무게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 대목이다. 국정감사장에서 소방 예산을 가리켜 ‘재정 빨대’라고 칭했던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부천의 금속 사출 공장 화재 현장에서 또 한 명의 젊은 소방관이 목숨을 잃었다. 비보와 그 빈소를 찾은 단체장의 사과는 공공의 안전을 담보하는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가 과연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가를 무겁게 질문하고 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나왔다. 경기도 재정 비상을 논하는 과정에서 소방 인건비와 예산 부담을 두고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라는 자극적인 비유가 쓰인 것이다.
물론 단체장 본인은 소방 인력 증원에 따른 인건비 부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중앙정부의 국비 지원 문제를 지적하려 했던 취지라고 해명했다. 우리 역시 그 취지를 믿는다. 하지만 순수한 의도라도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들의 노고와 직결된 예산을 ‘빨대’라는 부정적 비유로 깎아내린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알다시피 대개의 언어는 의도뿐만 아니라 상대방과 사회가 받아들이는 맥락 속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말의 파장이 가라앉기도 전,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금속 사출 인쇄공장에서 불이 났고 안타깝게도 이 과정에서 고(故) 김진석 소방위가 구조된 후 숨을 거뒀고, 동료 소방관 5명을 포함해 총 8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빈소를 찾은 추미애 지사는 유가족에게 고개를 숙이며 발언의 의도와 달랐음을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사과한다고 밝혔다. 말의 실수를 인정하고 유족에게 장례 및 예우를 약속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유족들이 단체장에게 건넨 요구는 단순한 개인적 위로나 소급적 예우에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근본적인 안전 시스템 개선과 소방 안전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를 강력히 요구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유가족이 강조한 것은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장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담보해 달라는 절박한 호소였다.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여전히 지방재정에 크게 의존하는 소방 예산 구조는 개선돼야 한다. 한 소방관의 숭고한 희생 앞에서 우리는 공공 서비스의 가치를 재확인하려 한다. 진정한 추모는 현장 소방관들이 더 안전한 환경에서 구조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장비를 보강하고, 안전 매뉴얼을 정비하며 실질적인 재정 지원책을 마련하는 데 있다. 정치와 행정은 가벼운 언어로 현장의 땀방울을 폄훼하는 일을 당장 멈추고 ‘재정 빨대’라는 오명을 뒤로한 채 소방관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견고한 방파제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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