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와 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 체계 개편이라는 의미 있는 방향을 담고 있다. 그러나 국가 에너지 안보의 핵심 축인 원자력에 대한 명확한 비중이 빠졌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우리의 경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은 곧바로 해상 운송에 차질을 가져오고 국내 경제와 산업 전반에 충격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 이번 계획의 핵심이다. 그러나 태양광·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기후에 따른 간헐성이라는 치명적 한계가 있다. 이는 24시간 안정적 전력이 필수인 반도체 공장이나 AI 데이터 센터 등 첨단산업의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 또한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에 드는 천문학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재생에너지만으로 주력 전원을 대체하기엔 현실적 제약이 크다.
국제 사회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탈원전을 선언했던 유럽 국가들은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 불안을 겪으며 다시 원자력으로 선회 중이다.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잡기 위한 현실적 선택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원전 설계부터 건설, 운영까지 세계적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검증된 산업 경쟁력을 외면하는 것은 국가적 강점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역시 이러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에너지정책은 특정 수단의 선택이 아닌 최적의 ‘에너지믹스’를 찾는 과정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자력의 활용이 균형을 이뤄야만 외부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전력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어느 한 축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전략은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할 뿐이다.
정부는 이번 계획을 재검토하여 원자력의 역할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중동 위기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어떤 외부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전력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다면, 미래 산업 경쟁력 역시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원자력을 배제한 채 재생에너지에만 기대는 정책으로는 국가 에너지 안보와 산업의 미래를 동시에 지켜낼 수 없다. 정부는 이상이 아닌 냉정한 실용주의에 기반한 전략만이 국가 안보와 미래 산업 경쟁력을 지켜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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