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가 주·월 단위 구독 상품 '쏘카구독'으로 제공하는 테슬라 모델 S의 완전자율주행(FSD) 감독형 기능을 실행하는 모습. 운전자가 조작하지 않아도 차량이 알아서 신호를 감지하고 속도를 조절한다. /뉴스1
한국 자동차 기업들의 지난 10년간 자율 주행차 주행 거리가 1306만 km 수준인 반면 미국 테슬라가 누적 자율 주행 160억 km를 돌파했다고 한다. 한국의 1200배로, 지구 40만 바퀴를 달린 거리다. 구글의 자율 주행차 웨이모는 1억 6000만 km를 달렸고, 중국 바이두는 2억 4000만 km를 질주 중이다. 중국 우한에선 완전 무인 로보택시 수천 대가 극심한 정체 속에서도 사람보다 노련하게 차선을 변경하며 매일 수백만 명의 승객을 실어 나르는 광경이 매일 펼쳐지고 있다,
더 뼈아픈 것은 미래를 담보할 투자 규모다. 올해 글로벌 자율주행 펀드 투자액 35조원 중 91% 이상이 미국(82.4%)과 중국(9%)으로 쏠렸고 한국 몫은 0.7%에 불과했다. 미·중 기업들이 조 단위 뭉칫돈을 퍼부을 때 국내 선두 스타트업의 누적 투자액이 1200억원대다.
주행 거리와 투자액 모두 밀린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다. 남들보다 열 배, 스무 배 더 빠른 속도로 판을 깔고 질주해야 한다. 그러나 규제의 장벽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중 기업들이 자유롭게 데이터를 쓸어 담는 동안 국내 기업들은 개인정보 보호법에 가로막혀 행인의 얼굴과 차량 번호판을 일일이 모자이크 처리하느라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고 있다. 10㎞ 달리기 시합에서 이미 3~4㎞ 뒤처진 선수가 경쟁자들은 두 발로 달리는데 혼자 한 발을 묶고 달리는 꼴이다.
한국의 자율 주행 기술력은 미국 대비 89.2% 수준으로, 세계 4위권으로 평가된다. 아직 독자적인 기술 저력이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기아가 하반기부터 자체 AI 솔루션인 ‘아트리아 AI’를 탑재한 자율 주행차 200대를 광주광역시에 투입해 실증에 나선다고 하나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판을 더 키워야 한다.
자율 주행 시대의 자동차는 더 이상 차량이 아니다. 차를 제조해 파는 것보다 차를 움직이는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구독하는 시장이 핵심이다. 이 소프트웨어 패권을 미·중에 빼앗긴다면 ‘바퀴 달린 빈 껍데기’만 조립하는 하청 기지로 전락하게 된다.
정부는 데이터 수집을 가로막는 규제를 철폐하고, 과감한 자본 투자와 컴퓨팅 인프라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머뭇거리다간 1200배의 격차는 영원히 좁힐 수 없는 기술의 장벽이 될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