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사설] 유보통합 과연 옳은 길인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유보통합은 해묵은 과제다. 교육과 보육이 이원화된 탓에 기관에 따라 서비스와 비용, 교사 처우 등에 차이가 발생해 왔고 정부 역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유보통합을 추진해왔다.

[사설] 유보통합 과연 옳은 길인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유보통합은 해묵은 과제다. 교육과 보육이 이원화된 탓에 기관에 따라 서비스와 비용, 교사 처우 등에 차이가 발생해 왔고 정부 역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유보통합을 추진해왔다.

2024년 교육부가 내놓은 실행계획도 0~5세 영유아의 이용시간을 보장하고 교사 대 아동 비율을 개선하는 등 서비스의 '상향평준화'를 핵심으로 삼았다.

문제는 최근 국가교육위원회 산하 영유아교육특별위원회가 제시한 0~5세 통합 구상이다.

보고서 초안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영유아학교'로 통합하고 유치원 교사와 보육교사를 '영유아교원'으로 묶으며 신규 교원을 4년제 단일학과에서 양성하고 기존 교원에게는 10년의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방향 자체가 틀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0~5세를 국가가 책임지고 교육·보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는 바람직하다.

현재도 정부는 '정부책임형 유보통합'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며 0세반 교사 대 아동 비율을 1대3에서 1대2로 낮추고, 3~5세의 단계적 무상교육·보육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의 제도'가 곧 '더 나은 교육'은 아니다. 특히 0세와 5세를 같은 틀에서 바라보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 영아에게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애착과 돌봄이고 유아에게는 놀이와 사회성, 교육적 경험이 중요하다.

연령별 발달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기관과 교원 자격부터 일괄 통합한다면 행정의 편의가 아이의 필요를 앞서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교원단체의 반발도 단순한 기득권 다툼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교사 자격 통합은 교육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련 단체들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학부모 72.9%가 0~5세 교육·보육 체제와 교사 자격의 일괄 통합에 반대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유보통합의 목표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어느 기관을 이용하든 아이가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보육을 받게 하는 데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순서부터 바꿔야 한다.

기관과 자격을 먼저 통합할 것이 아니라 교사 대 아동 비율, 교사 처우, 재정 지원, 교육과정의 질을 먼저 끌어올리고 그 성과를 확인해야 한다.

교육부도 현재 137개 기관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이용시간, 교사 비율, 프로그램, 교원 전문성 등을 개선하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지켜야 할 원칙은 명확하다. 통합을 위한 통합은 안 된다. 0~5세의 발달 차이를 존중하면서 공공성을 강화하고, 현장 교사와 학부모가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검증과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

유보통합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정당성은 '하나로 만들었다'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통합 이후 아이들의 삶이 실제로 더 좋아졌다는 결과로 증명돼야 한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