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파업 직전 임금협상에 극적으로 잠정 합의하며 파업이라는 최악의 셧다운 사태는 면했지만 이번 합의의 핵심 쟁점이었던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의 불씨가 산업계 전반으로 옮겨 붙으며 자칫 큰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마저 사업 성과의 10%대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고 상한선까지 폐지하자 자동차, 조선, 정보기술(IT), 방산 등 국가 중추 산업의 노동조합들이 일제히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내놓으라며 사측을 압박할 가능성이 짙어지면서다. 총파업을 막기 위한 대기업의 궁여지책이 산업계 전체에 성과급 치킨게임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모양새다.
현재 현대자동차 노조과 HD현대중공업 통합 노조는 영업이익의 일정지분을 공정한 성과 배분이라는 명목으로 요구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HD현대일렉트릭 노조 역시 성과급 상한제 폐지를 주장하며 대대적인 제도 개편을 압박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들 업종의 경영 환경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는 일부 반도체 대기업과 전혀 다르다. 특히 완성차 업계의 경우 지난해 미국 관세 폭탄으로 인해 조 단위의 비용을 부담하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 가까이 급감하는 등 이미 심각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해 있다. 업종별 특수성과 수익 구조, 생산성 차이를 완전히 무시한 채 대기업의 보상 기준을 일률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시장의 현실을 외면한 지적이다.
한마디로 과도한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요구의 고착화는 개별 기업의 경영 위기를 넘어 국가 경제 전반의 기초체력을 약화시키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막대한 재원이 일회성 직원 보상에 고정적으로 묶이게 되면 기업들은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인 미래 신규 투자나 영속적 고용 창출 여력을 잃게 된다. 경쟁국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에 쏟아 부을 때 우리 기업들은 내부적인 임금 인상 경쟁과 노사 갈등에 발이 묶여 성장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국내 경영 환경에 한계를 느낀 기업들이 규제와 비용 부담을 피해 생산 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이른바 제조업 공동화 현상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성과급 양극화가 가뜩이나 심각한 우리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극단적으로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막대한 성과급을 지급할 여력이 있는 극소수 대기업과 그렇지 못한 대다수 중소 협력업체 간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으로의 인력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 중소기업들은 극심한 인력난에 시도 때도 없이 시달릴 것이며 이는 결국 전체 산업 생태계의 붕괴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정부와 경영계 역시 성과급 제도의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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