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졸속으로 서두르고 있는 3군 사관학교 통합 문제가 충분한 국민적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정부·여당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육사·해사·공사 등 사관학교 통합을 공청회 한번 없이 발표했다. 야당과 3군 사관학교 동창회가 일제히 통합 반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국민도 과반도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사관학교 통합은 국방과 관련된 중대사인 만큼 국민 합의를 거쳐야 한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6일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사실상 폐지하고 이를 통합한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창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성준 국방위원장은 다음 날인 17일 국군사관학교 설치법을 연말까지 입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 위원장은 연내에 입법이 완료되면 2028년 3월부터 학기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당정이 먼저 사관학교 통합을 결정하고 국민은 여기에 따르라는 식이다.
당정이 3군 사관학교를 통합해 만들겠다는 국군사관학교는 처음부터 육·해·공 구별 없이 3군을 통합해 생도를 선발하는 체제이다. 그래서 1·2학년은 공통으로 교육을 한 후 3·4학년은 각 병종별로 전문교육을 시키게 될 것이라 한다. 진성준 위원장은 지금은 지상전, 공중전, 해상전이 따로 나누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전쟁을 수행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책 배경이라고 했다. 듣기에 따라서 일리가 없는 말도 아니다.
그러나 육·해·공군 사관학교 총동창회는 17일 굳이 기존의 육사·해사·공사를 폐교하겠다는 것은 각 군 사관학교의 정체성은 물론 역사와 전통을 끊고자 하는 획책이라며 총궐기 반대 투쟁을 예고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정부·여당이 국민적 합의도, 군 내부의 충분한 검토도 없이 통합 국군사관학교를 신설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외국에서도 통합사관학교는 찾아보기 힘들다.
엠브레인퍼블릭·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이 지난 13∼15일 만 18세 이상 1천 명을 전화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5%가 육·해·공사 통합 추진에 반대했다. 찬성은 34%였다. 정부가 공청회와 정책설명회를 열겠다고는 하지만 먼저 결론을 내려놓고 국민 의견을 묻는 것이 무슨 공청회인가. 충분한 검토와 공론화를 거쳐 가부를 결정하는 것이 옳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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