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야구부의 부적절한 응원 구호가 정치권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비록 미성숙한 학생 운동선수라 하더라도 경기중 상대방 학교가 있는 특정 지역의 아픈 역사를 연상시키는 표현으로 상대를 조롱한 행위는 역사에 대한 무지와 타인에 대한 존중 의식 부족을 드러낸 것으로, 질책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가 정치권에서까지 나설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 학교 운동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부분의 학생 선수가 정상적인 교과과정은 외면한 채 오로지 운동 중심의 생활을 이어가기 때문에 역사와 인권, 시민의식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을 기회가 부족한 것이 그 원인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학생 선수들의 잘못만을 엄벌하는 방식이 과연 근본적인 해결책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6개월 전국대회 출전 정지 처분은 학생 선수들에게 사형선고와 마찬가지인 매우 무거운 징계다. 특히 실제 구호를 외치지 않았거나 사안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선수들까지 팀 단위 징계의 영향을 받게 되면서 고3 선수들은 진학과 프로 진출에 심각한 불이익이 예상된다. 운동선수에게 전국대회 출전 기회는 단순한 경기 참가가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무대다. 집단 전체에게 동일한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 과연 교육적 효과와 형평성 측면에서 적절한지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다.
더욱이 이번 사안에서 협회와 교육 당국은 놀라울 정도로 신속하게 조사와 징계를 진행했다. 물론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인 만큼 빠른 대응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신속성이 학교 현장에서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이나 교권 침해 사건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은 학생들의 역사 인식 부족만이 아니라 학교 운동부 교육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다. 응원 문화와 인권 교육, 역사교육, 스포츠 윤리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이 이루어졌다면 이러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훨씬 낮아졌을 것이다. 잘못을 저지른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낙인과 배제가 아니라 자신의 행동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깊이 이해하고 성찰할 수 있는 교육과 반성의 기회다. 미성숙한 학생 선수들의 잘못을 사회적 분노의 대상으로만 소비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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