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 항구 및 연안 지역을 출입하는 모든 선박에 대해 봉쇄 조치에 들어갔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풀기 위한 ‘역(逆)봉쇄’다. 종전 협상이 결렬되자 이란의 원유 수출과 식량·생필품 수입 등 물자 조달을 차단하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해협을 둘러싼 양측의 물리적 대치가 본격화하며 전쟁 장기화와 그에 따른 한국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게 됐다.
미국과 이란이 강대강으로 맞서며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고유가가 뉴노멀이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란 국회의장은 “미국은 곧 (갤런당) 4~5달러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며 ‘원유 무기화’를 시사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가을까지 유가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에는 치명적인 시나리오다.
더 큰 문제는 산업계 전반의 생산 차질 우려다. 플라스틱·비닐 등 공산품의 기초원료로 쓰여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의 부족은 여러 분야의 조업 중단으로 이어져 소비재 생산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 헬륨·브롬·암모니아 등 중간재 수급 불안은 반도체 등 한국 주력 산업의 공정 안정성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반도체 필수 냉매인 헬륨의 공급난으로 삼성전자는 일부 생산라인에서 헬륨 재사용 시스템을 가동했고, SK하이닉스도 헬륨 재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수입 물량의 64.7%를 공급한 카타르의 생산시설이 이란 공격으로 멈춰선 탓이다. 원료 부족과 포장재 소진 우려로 제약업계는 주문 제한을 도입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호르무즈 봉쇄 상황은 초유의 사태다. 원유 수송이 제때 해결되지 않는다면 휘발유·경유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조업 생산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며 산업 현장의 공급망이 마비될 수 있다. 중국이 다음 달 황산 수출을 전면 중단한 사례가 보여주듯 산업 기초 소재를 둘러싼 각국의 장벽 쌓기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각종 원료와 소재에 대한 비상 수급 대책을 수립하고, 대체 공급선 확보 등 공급망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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