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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설] 농지 전수조사, 현실 맞는 소유·이용 해법 찾는 밑거름돼야

수도권을 비롯해 대도시 주변 일부 농지가 투기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을 막겠다며 실시한 농지 전수조사는 현재 우리 농촌이 처해 있는 농지 이용 실태의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사설] 농지 전수조사, 현실 맞는 소유·이용 해법 찾는 밑거름돼야

수도권을 비롯해 대도시 주변 일부 농지가 투기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을 막겠다며 실시한 농지 전수조사는 현재 우리 농촌이 처해 있는 농지 이용 실태의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정부가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 136만㏊를 대상으로 벌인 기본조사에서 284만 필지, 전체의 27%가 농지법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되었다. 물론 이 수치가 전부 불법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불법 임대차·무단 휴경·불법 전용 등 농지법 위반으로 의심돼 심층 조사 대상이 되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적발된 법 위반 농지에 대해서는 강제 처분명령이 내려지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감정가격과 개별공시지가 중 높은 금액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농지 소유자와 이용자들은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농업정책에 있어 경자유전 원칙은 농지를 투기의 수단으로 전락시키지 않고 농업 생산 기반으로 지키기 위함이다.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가 큰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농지까지 투기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정부의 정책목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법과 현실 간의 괴리이다. 현재 우리 농촌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소멸위기에 있다. 이에 따라 고령농의 질병, 상속, 노동력 부족, 위탁영농 등으로 농지법을 위반한 농지 이용이 일반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사례까지 모두 투기와 같은 잣대로 다뤄서는 안 된다.

이번 조사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농지법을 위반하고 있는 농지를 얼마나 적발했느냐가 아니라, 농지가 실제로 어떤 형태로 이용되고 있는지를 국가가 처음으로 광범위하게 파악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현재 우리 농촌에서 농지 소유·이용 형태가 법규와 너무나 큰 간극을 보이는 것이 드러났다. 아무리 선의의 정책이라도 법과 현실의 간극이 지나치게 크면,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해답은 그 간극을 좁히는 데서 찾아야 한다.

오늘의 농촌 현실을 무시한 채, 농지법 위반 여부를 오로지 농업시대 농지 이용 방식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법규를 정비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도 크다. 그렇다면 정책의 목표도 낡은 농지법에 근거해 적발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정비하는 데 치중해야 한다. 농지 투기를 막으면서도 농민의 삶도 지키는 것, 그것이 농업시대 경자유전이 아닌 AI시대 경자유전 원칙으로 새롭게 농지 이용 방안을 구현하는 길이다. 따라서 이번 전수조사를 밑거름으로 현실에 맞는 농지 소유와 이용 정책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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