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21일 농지 전수조사와 관련해 투기 목적의 농지 이용을 조사하되, 관행적이고 경미한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계도해 나가기로 했다. 농지 전수조사 이후 상당수 농민들이 범법자로 전락하고,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다분히 농민 반발을 의식한 '땜질식 처방'으로 비치고 있다. 과연 이 정도로 성난 농심( 農心)을 달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농지 전수조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지난 7월 말까지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조사대상의 27%에 해당하는 284만 필지를 농지법 위반 의심 농지로 분류했다. 정부의 발표 이후 농민들은 농지 가격 하락, 이행 강제금에 대한 우려 등으로 밤잠을 설쳐야만 했다.
정부의 전수조사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부동산 투기 근절과 농지의 효율적인 이용과 관리를 명분으로 했지만 농민 고령화와 부득이한 휴경, 상속·이농 농지, 관행적 임대차 등 농촌의 현실을 전혀 헤아리지 않았다. 전수 조사 이후에는 오히려 농지 가격이 폭락하고 헐값에 논밭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농지를 상속받았지만 경작할 사람이 없어 임대하면 강제처분이 되고, 이행하지 않으면 공시지가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는 것도 문제다.
우리 농촌이 경자유전 원칙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농민이 아닌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농지를 모두 강제 매각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선량한 농민들조차 정부에 땅을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만든다면 곤란하다. 비농민 소유에는 그럴 만한 다양한 사정이 있는 만큼 상당한 유예기간을 두고 매각을 유도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하지만 이것도 일률적으로 가려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농협 경영주의 절반 이상이 70대 이상이라고 한다. 10년만 지나면 대부분의 농지는 이들의 손을 떠날 수밖에 없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정부가 굳이 무리하게 서두를 필요도 없다. 속도전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 더 세밀한 후속 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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