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S 국민연금. [연합뉴스TV, 연합뉴스 제공]
국민연금이 올해 3분기 국내 주식시장에서 무려 182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평가손실을 냈다. 분기 기준으로 7분기 만에 마이너스 수익률로 돌아선 것이다. 자산배분의 대원칙을 무시하고 정부의 증시 부양책에 휘둘려 국내 주식을 무리하게 사들이고 적절한 시기에 팔지 못한 결과가 결국 끔찍한 성적표로 돌아왔다. 국민이 노후를 의탁한 ‘최후의 보루’이자 1700조원대 기금이 정치적 운용 탓에 막대한 참사를 부른 것이다.
이번 손실 사태는 예견된 재앙이었다. 올 상반기 증시 급등기만 해도 국민연금에는 비쌀 때 팔아 현금을 챙길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다. 또한 단기 급등을 제어해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해야 했다. 그것이 연기금의 당연한 운용 원칙이다. 하지만 정부는 6월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인위적인 증시 부양에 나섰다. 미리 정해진 원칙에 따른 기계적 매도를 막는 ‘리밸런싱 유예’ 조치를 내린 것도 모자라, 지난 5월에는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급격히 상향 조정했다. 연기금 투자의 대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고점에서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고 오히려 외국인들이 차익을 실현하며 던진 ‘상투 물량’을 고스란히 받아냈다. 정작 3분기 들어 반도체 대형주 급락으로 진짜 위기가 닥쳤을 때, 국민연금의 손에는 시장을 방어할 실탄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변동성을 줄여야 할 연기금이 도리어 변동성을 키운 꼴로, 글로벌 투자은행(IB)들로부터 “시장의 변동성 증폭기”라는 비웃음까지 들어야 했다.
더욱 공분을 자아내는 것은 의사결정 과정의 불투명성이다. 정부와 국민연금은 기금운용 방침을 변경한 회의록을 금융시장 안정을 핑계로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회의록의 공개 시점은 2030년으로 지정돼 있다. 국민 노후자금 운용의 원칙을 훼손해 장부상 182조원을 날려 먹고도 무엇을 숨기려 하는가. 이는 기금 운용 외압과 다를 바 없는 직권남용이자 미래세대에 대한 범죄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국민연금과 정부는 “장부상 평가손실일 뿐”이라는 핑계를 대며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버려야 한다. 연말 자산 재배분을 위해 주식을 강제 매도하는 순간, 이 평가손은 고스란히 ‘확정 손실’로 둔갑한다. 국회는 국정조사를 통해 기금위의 밀실 회의록을 전면 공개하도록 하고, 부당한 외압이나 정무적 판단이 개입하지 않았는지 밝혀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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