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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설] SK하이닉스 성과급을 '공공재'로 보자는 '황당한' 주장

반도체 호황 속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임직원에게 사상 최대 규모의 성과급이 돌아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자, 뜻밖의 논쟁이 불붙었다. 한 익명 커뮤니티에 자신을 공무원이라 밝힌 작성자가 "하이닉스 성과급은 왜...

[사설] SK하이닉스 성과급을 '공공재'로 보자는 '황당한' 주장

[위클리오늘신문사] 반도체 호황 속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임직원에게 사상 최대 규모의 성과급이 돌아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자, 뜻밖의 논쟁이 불붙었다.

한 익명 커뮤니티에 자신을 공무원이라 밝힌 작성자가 “하이닉스 성과급은 왜 하이닉스만 받느냐”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과거 경영 위기 당시 산업은행을 통한 공적 자금이 투입됐고, 최근에는 이른바 ‘K-칩스법’으로 세제 지원까지 받았으니 성과의 일부를 전 국민과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부는 이를 지역화폐로 지급해 지역경제에 쓰자는 아이디어까지 보탰다.

이 주장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됐지만, 다수의 반응은 황당하다는 쪽에 가까웠다. 성과급은 회사와 구성원 간 계약에 따른 보상 체계인데, 이를 사회 전체의 권리로 확장하는 것은 사유재산권과 시장 질서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비판이다.

논쟁의 표면은 ‘성과의 분배’지만, 이면에는 ‘국가 지원을 받은 기업의 성과는 어디까지 사회의 몫인가’라는 질문이 깔려 있다. 실제로 반도체 산업은 국가 전략 산업으로 분류되며 대규모 세제 혜택과 인프라 지원을 받아왔다.

정부는 2023년 ‘K-칩스법’을 통해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대해 최대 20%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등 전례 없는 지원책을 내놨다. 이 논리의 연장선에서 보면, 기업의 성과 역시 사회적 토대 위에서 만들어진 ‘공동의 결과물’이라는 주장도 완전히 허공의 외침만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되는 지점이 있다. 공적 자금과 세제 지원의 목적은 ‘성과의 지분’을 확보하는 데 있지 않다. 산업 붕괴를 막고, 투자를 유도해, 고용과 수출, 세수 확대라는 거시적 효과를 얻는 데 있다.

이미 기업은 법인세를 내고, 임직원은 고율의 소득세를 부담하며 그 성과를 제도권 안에서 환원하고 있다. 성과급을 추가적인 ‘사회적 몫’으로 규정하는 순간, 제도 밖의 분배 요구가 된다.

더구나 위기 당시의 공적 지원은 기업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경제 전반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만약 그때 기업이 무너졌다면, 세수 감소와 대량 실업이라는 더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위험을 분담한 과거의 시간과 성과가 발생한 현재의 시간을 단순 연결해 ‘공동 소유’로 해석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에 가깝다.

이 논쟁이 시사하는 정치적 함의도 가볍지 않다. ‘대기업의 초과 이익’과 ‘국민 체감 경기’ 사이의 간극이 커질수록, 성과에 대한 사회적 환원 요구는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성과급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고물가·저성장 국면에서 분배 정의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이 얼마나 예민해졌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일 수 있다.

하지만 분배의 정당성이 성과의 원리를 침식하는 방식으로 구현될 때, 시장은 예측 가능성을 잃는다. 투자와 고용의 결정은 불확실성을 전제로 이뤄지는데, 사후적으로 성과의 귀속을 바꾸려는 시도는 그 전제를 흔든다. 결국 그 부담은 기업과 주주, 더 나아가 고용과 경제 활력에 되돌아온다.

성과를 사회와 나누는 길은 이미 제도 안에 있다. 세금, 고용, 투자, 배당, 소비가 그 통로다. 성과급을 ‘공공재’로 간주하는 발상은 분배의 문제를 제기하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그 해법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중요한 것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그 과실이 사회 전반에 더 넓게 스며들도록 하는 제도적 해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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