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 시각) 예멘 수도 사나에서 후티 반군 지지자들이 이란 지지 집회를 여는 가운데 전광판에 미사일과 이란 국기가 표시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유지했다. 정작 중동 사태를 촉발한 미국은 AI 효과 등을 반영해 상향 조정했고, 일본은 민간 소비 회복세를 긍정 평가해 기존 전망치를 지켰다. 하지만 한국은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다는 이유로 2.1%에서 1.7%로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주요 20개국(G20) 중 영국(-0.5%p)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하락 폭이다. 앞서 이달 중순 씨티와 바클리가 한국 성장률을 각각 긴급 하향 조정한데 이은 OECD 발표는 우리가 ‘중동발 위기 취약국’으로 지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동발 위기는 좀처럼 호전될 기미가 안 보인다. 미국과 이란은 휴전을 저울질하면서도 지상전까지 대비하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점거에 이어 지난 주말 예멘 후티 반군이 참전을 선언하며 홍해의 물류까지 위기에 빠졌다. 우리의 원유 수급로가 사면초가에 봉착한 셈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이 “지금은 과거 두 차례의 오일 쇼크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를 모두 합친 수준”이라고 경고할 정도로 상황은 엄중하다.
이미 정부는 국내 생산 나프타의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시중에서 종량제 쓰레기봉투 사재기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국민적 불안감도 커져 있다.
당분간 물가 상승 등 고비용 체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카타르가 LNG 시설 복구에 3년이 걸린다고 한다. 얼마 전 셰브론·셸 등 글로벌 석유업계는 전쟁 후에도 항공유·디젤 등 아시아 전역의 수급난이 장기화할 것이라 경고했다. 여기에 해상 보험료와 전쟁 위험 할증료 등 에너지를 들여오는 기본 비용 자체가 구조적으로 비싸지고 있다. OECD가 한국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7%로 0.9%포인트나 올린 것도 이런 압박을 반영한 결과다.
OECD는 “정부 정책이 적시에 이뤄져야 하고, 가장 도움이 필요한 가계와 기업에 집중해야 하며, 에너지 절약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위기 대응 방안을 권고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추진 중인 25조원 규모의 추경을 이런 방향에서 집행하길 바란다. ‘중동발 위기 취약국’이란 상황 속에서 국민의 삶을 지켜내기 위한 총력전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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