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인공지능(AI) 업계에서 촉발된 ‘AI 개발 속도조절론’이 전 세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거센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앤트로픽과 오픈AI 등 미국 주요 AI 기업 수장들이 통제 상실의 위험성과 안전성 검증 강화를 경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국내외 증시에서는 그간 증시 상승을 견인했던 글로벌 반도체주가 크게 영향을 받아 급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증시의 기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매수세가 위축되며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여기에 미 국채금리 급등과 중동 리스크 등 대내외 악재까지 겹치며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AI 속도조절론을 두고 AI 산업 자체의 성장세가 꺾이는 신호가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를 단순한 시장 위축으로 해석하기보다,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이 드는 모델 학습 경쟁에서 벗어나 ‘추론 서비스’를 통한 수익화와 안정성 검증에 집중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실제 국제적인 AI 안전 기준 마련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며, 미·중 간의 치열한 기술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AI 산업의 중장기 성장 방향성 자체는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러한 격변의 시기에 정부와 기업이 취해야 할 태도는 명확하다. 이재명 대통령도 “AI는 도덕과 당위를 넘어 이미 현실이며, 최악과 최선의 상황을 상정한 채 대비해야 한다”라고 진단한 것처럼, 이번 이슈를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특히 AI 발전에 필수적인 대규모 전력망 구축과 관련해, 한국전력의 재정난으로 불거진 전기요금 선납 논란 등 국내 인프라의 구조적 한계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메가프로젝트라고 하는 반도체 설비 증설에 있어 가장 핵심은 전력망이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가 차질 없이 추진되려면 정부와 한전, 민간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실효성 있는 전력 수급 및 재원 조달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속도조절론이라는 외부 충격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누릴 수 있는 반사이익을 극대화하고, 독립적인 안전 평가 체계와 국제 공조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할 때다. 철저하고 치밀한 대비만이 우리 경제의 미래를 지켜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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