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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람 줄이고 AI 채운다…기업 KPI까지 바꾼 비용 전쟁

SK텔레콤이 올해 초 전 직원에게 AI 에이전트 활용을 의무화하고 LG CNS가 승진 심사에 ‘AI 점수’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많은 이가 이를 시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였지만 그 이면에는 생각보다 훨씬 냉정한 계산이 자리하고 있다.

사람 줄이고 AI 채운다…기업 KPI까지 바꾼 비용 전쟁

도구가 아니라 기준…AI가 평가 잣대가 되다

"에이전트가 고객"…소프트웨어 시장 열린다

AI. 사진=AI

[포인트데일리 손지하 기자] SK텔레콤이 올해 초 전 직원에게 AI 에이전트 활용을 의무화하고 LG CNS가 승진 심사에 ‘AI 점수’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많은 이가 이를 시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였지만 그 이면에는 생각보다 훨씬 냉정한 계산이 자리하고 있다.

◇6000억 달러짜리 청구서

=미국 벤처캐피털 세쿼이아캐피털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직설적으로 경고했다. 엔비디아에 지불한 인프라 투자비를 회수하려면 전 세계 AI 산업이 연간 60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등 미국 4대 빅테크가 올해 AI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예고한 금액만 7000억 달러(약 1038조원)다. 오라클은 직원 3만명을 내보내 확보한 재원으로 오픈AI와 손잡고 5000억 달러짜리 AI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문제는 수익이 투자 속도를 좇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오픈AI의 추론 비용은 2024년 18억 달러에서 지난해 80억 달러로 1년 새 네 배 이상 뛰었다. 빅테크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하는 날 주가가 오히려 빠지는 기묘한 장면이 반복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은 숫자가 아니라 이 비용 구조의 끝이 어디인지를 묻고 있다.

◇남은 사람이 메워야 할 빈자리

=이 압박은 결국 개별 직원의 KPI로 내려온다. 투자비를 회수하려면 매출을 늘려야 하고 매출을 늘리려면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런데 인건비는 이미 줄이는 중이다. 오라클 3만명, 메타 8000명, 아마존 3만명. 줄어든 인력이 그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마존은 직원들의 AI 활용 빈도와 사용 도구를 자체 시스템으로 추적해 승진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세일즈포스는 직원이 만든 AI 에이전트가 처리한 업무량을 '에이전틱 워크 유닛(AWU)'이라는 단위로 따로 측정한다. AI를 얼마나 잘 부리느냐가 그 사람의 성과 지표가 되는 구조다. SKT의 KPI 내 AI 활용 목표, LG CNS의 승진 연동 기술인증시험, 한컴의 AI 에이전트 상시 의무화는 모두 같은 논리의 한국판이다.

◇에이전트 위한 소프트웨어, 따로 만들어진다

=직장 안으로 에이전트가 깊숙이 들어오면서 소프트웨어 시장의 판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지금까지 AI 에이전트는 사람이 쓰던 방식 그대로 마우스를 움직이고 버튼을 누르는 동작을 흉내 내도록 설계됐다. 그런데 이제는 에이전트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새로 짠 소프트웨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앤트로픽은 AI 시스템과 도구·데이터를 연결하는 표준 규격인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을 내놨다. 세일즈포스는 지난달 에이전트가 사람 개입 없이 핵심 소프트웨어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헤드리스 360' 플랫폼을 발표했다. 스트라이프, 마스터카드, 오픈AI는 에이전트가 직접 결제까지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얹고 있다. 전 트위터 CEO 파라그 아그라왈이 창업한 스타트업 패러렐 웹 시스템즈는 에이전트 전용 웹 검색·리서치 API를 개발 중이다.

자피어 CEO 웨이드 포스터는 "에이전트가 지배적인 소프트웨어 사용자가 되는 세상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이 소프트웨어를 덜 쓴다는 뜻이 아니라 에이전트 사용자가 압도적으로 많아진다는 얘기다. 박스 CEO 애런 레비는 한발 더 나아갔다. "에이전트가 최대 사용자가 되면 모든 소프트웨어는 화면 없이 API로만 작동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 경쟁의 무게중심도 달라진다. 누가 더 쓰기 편한 화면을 만드느냐가 아니라 에이전트가 필요로 하는 데이터와 권한을 누가 쥐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전 메타 AI 책임자 얀 르쿤은 "에이전트들은 버튼 클릭을 흉내 내는 대신 더 효율적으로 직접 통신하는 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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