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의 인간관계가 왜 쉽게 끊어지고, 동시에 더 깊은 외로움을 호소하게 됐는지를 짚은 책 '손절사회'가 출간됐다.
1998년생 사회학자 이승연은 이 책에서 원래 주식 투자에서 손실 확대를 막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매도하는 뜻으로 쓰이던 '손절'이 이제는 인간관계에서 더 자주 쓰이고 있는 현실에 주목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독이 되는 친구 손절하는 법', '회피형 친구와 손절한 썰', '나르시시스트 친구와 손절하는 법 알려주세요'처럼 손절을 키워드로 한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저자는 이런 관계 맺기 방식이 신자유주의와 '치료요법 문화'의 산물이라고 분석한다. 모든 것이 서열화와 경쟁의 대상이 되는 사회에서 인간관계 역시 감정적 에너지를 어디에 투자할지 계산하는 대상이 됐고, 그 결과 평가를 거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사람과만 관계를 맺게 됐다는 것이다.
정신 건강과 치유, 행복을 중시하며 일상의 많은 부분을 심리학과 정신의학의 언어로 해석하는 '치료요법 문화'도 이 같은 변화와 맞물린다. 자신의 감정 상태를 가장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상태로 유지하려는 욕구가 커지면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피하고 자존감을 높여줄 '건강한 관계'를 찾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젊은 세대는 자신의 감정적 항상성을 해치지 않는 '무해한' 사람을 선호하게 됐고, 이는 잠재적 위험 자체를 피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고 저자는 본다. 국내에서 광범위하게 유행한 MBTI 역시 나와 맞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감정적 투자를 시작도 하기 전에 차단하는 관계 방식과 무관하지 않다고 짚는다.
쉽게 끊긴 인간관계의 빈자리를 인공지능(AI)이 채우는 현상도 책은 함께 다룬다. AI는 이용자에게 거슬리지 않고 해를 끼치지 않는 '무해한 존재'로 기능한다. 사람에게 감정을 털어놓을 때 따라붙는 부담이나 비난 없이, 지치지 않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이승연은 20대 여성의 우울증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쓰던 중 '청년 세대를 포함한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외로움을 호소하면서도 왜 자발적으로 고립을 선택하는가'라는 질문을 품게 됐고, 이를 계기로 책 집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책은 '손절'이라는 키워드를 출발점으로 오은영 박사 등을 중심으로 한 전문가 예능의 '빌런 찾기', 행복 강박, 연애 프로그램 인기 등 여러 현상을 함께 살펴보며 오늘날 청년세대의 관계 감각을 분석한다.
저자는 가장 외로운 시대일수록 잃어버린 사회적 연대를 회복하는 출발점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단순한 태도라고 강조한다. 책 말미에는 "모든 거대한 연대의 시작에는 영웅의 탄생이 아니라, 귀 기울여 듣겠다는 한 사람의 결심이 있었다"며 "변화는 당신에게서 시작될 수 있다"는 문장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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