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27일 네팔 누와코트 지구 비두르에서 한 여성이 홍수로 실종된 가족들의 구조 소식을 기다리며 울고 있다. AP연합뉴스
‘네팔 대홍수’ 최소 362명 사망
얼음·암석 쏟아지며 토사 동반
거대한 ‘흙탕물 홍수’ 만들어내
‘온난화+빙하침식’ 영향 가능성
한국인 9명 등 실종도 1300명↑
히말라야 아래 2323개 빙하호 중 21개가 붕괴 위험
네팔 중북부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 등을 덮친 기습 홍수로 27일 네팔과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에서 최소 362명이 숨지고, 한국인 9명을 포함해 1300명 넘는 이들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화창하던 일대에 느닷없이 밀어닥친 격류의 원인을 두고 빙하 붕괴에 따른 ‘기후위기형 재난’ 가능성이 거론된다.
로이터통신 등은 전날 오전 바그마티주 일대를 덮친 대규모 홍수로 현재까지 359명이 숨지고 826명이 실종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네팔 접경 지역인 티베트자치구 르카쩌시 지룽현에서도 홍수 원인과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산사태가 일어나 3명이 사망하고 558명이 실종됐다.
네팔에서 실종된 외국인도 전날 291명에서 667명으로 늘었다. 네팔 트리슐리강 수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참여 중이던 두산에너빌리티·한국남동발전 소속 한국인 직원 9명이 포함됐다. 외국인 실종자는 인도인이 170여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탈리아·우크라이나·미국·말레이시아·호주·영국·일본·러시아 등 30여개국 출신으로 알려졌다. 피해가 집중된 지역은 트레킹 명소로 유명한 네팔의 랑탕 계곡으로 향하는 관문이다. 힌두교·불교 순례객과 관광객들이 집결하는 곳이다.
생존자들은 “비가 전혀 내리지 않았다. 해가 쨍쨍했다” “마치 댐이 무너진 것처럼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고 네팔 현지 매체 카트만두포스트에 증언했다. 중국 쪽에서도 큰비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라젠드라 둥가나 라수와시 세관장은 “100m는 돼 보이는 격랑이 티무레 시장을 휩쓸었다. 순식간에 시장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SNS에 공개된 영상에는 집채만 한 흙탕물이 잔해와 함께 쏟아져 내려오며 건물과 교량 등 각종 시설을 덮치는 장면이 담겼다. 미처 짐을 챙기지 못한 주민들은 언덕 위로 뛰어올라 간발의 차로 수마를 피했다. 격류에 휩쓸려 내려온 진흙과 돌, 바위 등 잔해가 곳곳에서 강한 충돌을 일으키며 피해를 키웠다.
이번 재난의 원인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빙하 붕괴로 인한 연쇄 효과다. 네팔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은 플래닛랩스 위성영상을 초기 분석한 결과 “네팔·중국 라수와가디 국경검문소에서 북동쪽으로 약 20㎞ 떨어진 렌데강에서 얼음과 암석이 무너져 내리며 토사를 동반한 홍수를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고 엑스에 밝혔다.
빙하가 붕괴하며 얼음·암석이 쏟아져 내렸고, 일시적으로 하천을 차단하며 저수지를 형성했다가 갑자기 둑이 무너지면서 대량의 흙탕물과 잔해가 한꺼번에 방출됐다는 것이다.
네팔과 히말라야 일대는 기온 상승으로 인한 빙하 붕괴 위험성이 줄곧 제기돼왔다. 지난 3월 카트만두에 본부를 둔 통합산악발전국제센터(ICIMOD) 보고서를 보면 2000년 이후 히말라야 빙하 손실 속도는 두 배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온난화와 결합한 빙하 침식은 네팔 일대 대형 재난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빙하호 붕괴홍수’(GLOF)도 여전한 위험 요소다. GLOF는 빙하가 녹으며 산악지대에 생긴 거대한 호수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 현상을 일컫는다. 네팔에는 2323개의 빙하호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330개가 확장되고 있고 21개가 붕괴 위험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BBC는 “ICIMOD는 트리슐리강 일부 구간의 일시 차단 여부를 확인 중”이라며 “만약 강이 막혔다면 두 번째 홍수 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긴급회의를 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엔 과잉 대응은 없다는 각오로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서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외교부·소방청·경찰청으로 구성된 정부합동 신속대응팀이 현지에 파견됐다.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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