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울산신문 신년호에서 울산이 단순한 공업 도시를 넘어 대학과 기업, 지자체가 하나로 뭉치는 '지산학 일체형 도시'로 거듭나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 많은 이들이 그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오늘 그 답으로 울산형 혁신 모델인 'U-Solve'의 세 가지 핵심적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로 Ulsan(지역) 즉, 혁신의 실험실은 '현장'에 있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 지산학 융합의 첫 단추는 대학의 연구실이 아닌 '울산(Ulsan)'의 실제 현장에서 시작된다. U-Solve의 첫 번째 단계인 'Uncover(발굴)'는 조선소의 거친 작업장, 자동차 라인의 미세한 공정, 그리고 시민들의 일상적인 불편함 속에 숨겨진 진짜 문제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우리 지역의 고유한 특수성이 곧 혁신의 가장 강력한 재료가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는 User(사용자)다. 기술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결국 지산학 일체의 핵심 동력은 '사용자(User)'라는 의미다. U-Solve는 공급자 중심의 R&D에서 벗어나, 기술을 실제로 사용하는 노동자와 시민이 설계 과정(Set-up)에 직접 참여하는 리빙랩 철학을 계승한다. 대학이 개발한 온디바이스 AI 기술이 현장에서 외면받지 않으려면, 현장 숙련공들의 노하우와 사용자의 경험이 기술 속에 녹아들어야 한다. 사람이 소외된 혁신은 성장이 아닌 '교체'일 뿐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Universe(세계)다. 울산의 해답이 '글로벌 표준'이 된다.
마지막으로, 울산에서 검증된(Verify) 솔루션은 울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우리가 U-Solve를 통해 도출한 '지산학 협력 모델'과 '제조 DX 기술'은 전 세계 모든 산업 도시가 갈망하는 보편적 가치를 지닌다. 울산대학교의 '마이크로디그리'를 통해 배출된 실전 인재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때, 비로소 지난 1월 우리가 꿈꿨던 '글로컬대학'의 비전은 완성될 것이다.
AI 생성 이미지. 김인호 제공
U-Solve 프레임워크, 울산의 현장 문제를 혁신의 동력으로
리빙랩(Living Lab)은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여전히 더디다. 이제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결과로 증명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할 때다. 그 해답으로 울산만의 고유한 혁신 방법론인 'U-Solve' 프레임워크를 제안한다.
U-Solve는 단순한 문제 해결 과정을 넘어, 울산의 산업적 특수성과 사회적 현안을 결합한 실천 지침이다. 첫째, '현장 발굴(Uncover)' 단계에서는 대학의 연구실이 아닌 조선소의 작업장, 노후화된 주택가 등 실제 삶의 현장에서 문제를 정의한다. 둘째, '솔루션 설계(Set-up)' 단계에서는 지자체와 기업, 대학이 각자의 자원을 공유하며 실현 가능한 대안을 도출한다. 마지막 '현장 실증(Verify & Evolve)'을 통해 기술이 사회에 안착하도록 돕는다.
이 모델이 안착한다면 울산은 문제를 앓고 있는 도시가 아니라,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하며 솔루션을 수출하는 '혁신의 발원지'가 될 것이다. 이론에 머물던 리빙랩이 울산의 거리를 바꾸고, 공장의 효율을 높이는 실질적인 동력으로 작동해야 할 시점이다.
AI 생성 이미지. 김인호 제공
대학의 벽 허무는 마이크로디그리, 울산형 실전 인재의 요람
4차 산업혁명 시대, 산업계의 변화 속도는 대학의 교육과정 개편 속도를 압도한다. '글로컬대학 30' 사업의 핵심은 결국 급변하는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인재를 얼마나 유연하게 길러내느냐에 있다. 그 혁신의 선두에 '마이크로디그리(Micro-Degree)'가 있다.
기존의 4년제 학위 체제는 기초 학문을 닦는 데는 유효하나, 특정 기술(On-Device AI, 스마트팩토리, 보안 등)의 전문성을 확보하기에는 너무 무겁다. 울산형 마이크로디그리는 9~12학점의 집중 이수 과정을 통해 단기간에 특정 분야의 실무 역량을 인증하는 '교육의 패스트트랙'이다. 초학제적 운영을 통해 인문자연계열 학생들에게도 디지털전환, 빅데이터 활용의 기회를 제공하여 시대에 맞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이 지역에서 정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특히 'U-Solve' 모델을 교육과정에 이식하여, 학생들이 실제 지역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며 학점을 이수하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이 결합될 때 그 효과는 극대화된다. 대학의 벽을 허물고 산업체와 호흡하는 이 작은 학위들이 모여, 울산의 미래 산업을 지탱하는 거대한 인재의 숲을 이룰 것이다.
AI 생성 이미지. 김인호 제공
온디바이스 AI가 견인하는 울산 제조 현장의 디지털 전환
울산 제조 산업의 디지털 전환(DX)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과거의 클라우드 중심 AI가 대규모 서버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현장의 단말기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가 제조 혁신의 새로운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울산의 수많은 스마트 팩토리 현장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는 보안과 전송 속도 문제로 외부 서버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NVIDIA Jetson 등 엣지컴퓨팅 기반의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적용하면 현장의 장비가 스스로 상태를 진단하고 이상 징후를 즉각 감지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숙련공들의 암묵지를 디지털화하여 현장에 이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저전력·고효율의 AI 칩이 울산의 노후된 공정들에 '두뇌'를 달아줄 때, 울산의 전통 제조 산업은 비로소 초지능형 산업 생태계로 거듭날 수 있다. 기술 리빙랩을 통한 현장 중심의 디지털전환(DX) 가속화가 절실하다.
AI 생성 이미지. 김인호 제공
울산의 미래, 기술을 넘어 '사회 혁신 거버넌스'로
도시의 경쟁력은 첨단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기술을 수용하고 시민의 삶으로 연결하는 '사회적 소프트웨어', 즉 거버넌스의 질이 도시의 미래를 결정한다. 기술 중심의 도시를 넘어,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 혁신 거버넌스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울산이 추진 중인 '문화도시'와 '스마트도시'는 별개의 사업이 아니다. 시민들이 문화를 향유하며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고, 그 고민이 대학과 기업의 기술력을 통해 해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모습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와 산업체, 대학이 수평적으로 소통하는 '지산학 일체형 거버넌스'가 공고해져야 한다. 행정은 칸막이를 허물고 지식의 유통을 도와야 하며, 대학은 상아탑에서 벗어나 사회 문제의 '테스트베드'가 되어야 한다. 울산이 꿈꾸는 미래는 단순한 공업 도시의 연장이 아니라, 기술과 문화, 그리고 시민의 참여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지속 가능한 사회 혁신 모델'이어야 한다.
AI 생성 이미지. 김인호 제공
▶연결이 혁신을 완성하고, 사람이 미래를 여는 도시
지난 몇 차례의 기고를 통해 필자는 울산이 직면한 위기를 기회로 바꿀 혁신의 방법론을 이야기해 왔다. 대학의 담장을 허물고, 기업의 현장으로 들어가, 시민의 삶 속에서 해답을 찾는 여정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걸어온 이 길의 끝에는 분명 '지속 가능한 울산'의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혁신은 '질문'에서 시작해 '연결'로 완성된다.
우리는 그동안 기술 그 자체에만 매몰되어 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U-Solve가 우리에게 일깨워준 것은 '진짜 문제는 현장에 있다(Ulsan)'는 감각과, '모든 해답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User)'는 철학이다. 현장의 숙련공이 가진 땀방울 섞인 노하우와 대학의 첨단 온디바이스 AI 기술이 만날 때, 그리고 학생들의 열정 어린 아이디어가 기업의 병목 구간을 뚫어낼 때, 울산은 비로소 살아 움직이는 혁신 기지가 된다. 이 모든 과정의 핵심은 결국 '연결'에 있다. 파편화된 기술과 정책을 하나의 유기적인 생태계로 묶어내는 거버넌스의 힘이 울산을 다시 뛰게 할 것이다.
김인호 울산대학교 글로컬대학 JA교수
▶울산의 해답이 세계의 표준이 되는 내일
이제 우리의 시선은 울산을 넘어 더 넓은 곳을 향해야 한다. 울산이 겪고 있는 진통은 전 세계 수많은 산업 도시들이 먼저 겪었거나, 곧 겪게 될 보편적인 진통이다. 우리가 U-Solve를 통해 만들어낸 성공 사례는 단순한 지역의 성과를 넘어 글로벌 표준(Universe)이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울산의 대학에서 배출된 인재들이 세계를 누비고, 울산의 공장에서 검증된 솔루션이 지구 반대편 제조 현장에 이식되는 모습. 그것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글로컬대학 30'의 진정한 종착역이 될 것이다. 김 인 호
울산대학교 글로컬대학 JA교수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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