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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전쟁 뒤에는 늘 그들이 있다
조진래 기자
배포일
2026-03-14 07:00
수정일 2026-03-14 07:01
발행일 2026-03-13
11면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윌리엄 D.하텅 & 벤 프리먼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美 군사 외교 전문가들이 파헤친 ‘미국 군사주의’의 실체, 그리고 그 치명적 위험
(그래픽=김용수 기자, 게티이미지뱅크)
저자는 미국의 군산복합체(MIC)를 ‘전쟁 기계’라고 부른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들이 왜 미국을 끝없는 전쟁으로 이끄는지를 폭로한다. 미국은 뿌리채 ‘군사주의’에 장악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비스트에 휘둘리는 행정부와 의회는 물론 군부와 언론, 싱크탱크, 대학은 물론 엔터와 게임산업까지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해결책은 ‘시민연대’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군비합중국(The United States of Armament)
2024년 9월 위스콘신 유세에서 트럼프는 “전쟁광들을 몰아내고 군산복합체 청산을 수행함으로써, 전쟁에서 이익을 챙기는 행위를 종식시키겠다"고 큰소리쳤다. 전임자인 바이든의 ’끝없는 전쟁‘에 맞서 자신은 전쟁 종식의 중재자라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당선 직후인 2025년 4월에 국방부 예산을 2조 달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군산복합체(MIC)를 더 확대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미국 국방비 예산의 절반 이상이 민간기업으로 흘러들어간다. 9.11 이후 20년 동안 2조 1000억 달러를 록히드 마틴과 레이시온, 보잉, 제네럴 다이내믹스, 노스럽 그러먼 등 ’빅5 방산업체‘들이 챙겼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8조 달러가 투입되었다. 오늘날 이들 ‘전쟁기계’는 의원 1명 당 2명의 로비스트를 붙이고 거액을 뿌린다. 미국이 끊임없이 전쟁 상태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에는 실리콘밸리 신흥 기술기업의 리더들까지 국방부에 자기네 신기술에 대한 지출을 늘리라고 압박한다. 전투 중 오작동 가능성이나 가격, 검증은 뒷전이다. 저자는 “이제 거의 모든 미국인 삶에 ‘군사주의’가 스며들어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미국의 이런 군사적 우위 추구는 미국을 덜 안전하게 만들어 참혹한 전쟁 위험을 높이고, 결국 미국의 힘과 영향력 쇠퇴를 앞당길 것이라고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세계 최고의 ‘무기 딜러’ 미국
이스라엘을 비롯한 전 세계는 미국이 공급한 무기로 무장 중이다. 미국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 무기 시장의 43% 이상을 장악하며, 지구 상 국가의 절반이 넘는 107개 나라에 무기를 공급한다. ‘민주주의의 병기창’이라는 미국 측 주장과 달리 세계 대부분의 분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런 치명적인 무기 거래의 명확한 승자는 무기회사들 뿐이다.
록히드 마틴의 F-35 전투기와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보잉의 공격 헬리콥터와 유도폭탄, RTX의 정밀 유도 무기와 공격용 미사일,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폭탄과 장갑차가 대표 수출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전쟁을 핑계로 각종 특혜를 압박해 얻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가격 부풀리기에 대한 규제 완화, 해외 판매 승인 절차 간소화, 대량 생산 심사 기간 단축 등을 주장한다.
그런 결과가 알카에다나 ISIS 같은 초국가적 테러조직의 출현과 9.11 테러였다. 군수업체들의 영향력은 의회를 훌쩍 넘어선다. 그렇다고 결과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 미국 내 주요 방산업체들의 부패 행위는 급증세다. 국방부 계약에서의 폭리, 카타르 관리에 대한 뇌물, 중국에 민감한 정보 유출 등의 혐의로 RTX는 2024년 10월에 무려 10억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받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민주주의 병기창’이 ‘전쟁공장’으로
저자는 전쟁 기계에 돈을 썯아붓는 것은, 더 나은 곳에 쓰일 수 있었던 자금을 엉뚱한 데로 흘려보내는 나쁜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핵무기 예산을 둘러싼 해군과 공군의 볼성 사나운 다툼을 지적했다. 더 큰 몫을 차지하려는 세력 다툼의 결과는 ‘3대 핵전력’ 체계였다고 비판했다. 육상과 공중, 해상 3개 축을 기반으로 핵탄두를 발사할 수 있게 하는 최악의 선택을 한 것이다.
공군에는 폭격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해군에는 잠수함 발사 미사일을 제공키로 했다. 이후 공군과 해군은 싸움을 멈추고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려 함께 압력을 행사 중이다. 이 때도 무기회사들이 둘 옆에 내내 달라붙어 관여했다. 소련과 미국 사이에 위험한 ‘미사일 격차’가 존재한다는 캠페인까지 전개했다. 물론 사실과 다른 정보였다. 로비스트들이 예의 국방정책을 좌지우지 한 것이다.
◇ 아마겟돈 속 폭리 취득자들
핵탄두를 탑재하고 9600km 이상 날아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가장 위험한 무기 중 하나다. 개발 반대가 늘 이어지지지만 그 때마다 ‘상원대륙간탄도미사일연합’의 로비에 번번히 막힌다. 이들은 지상 발사 핵미사일의 배치나 예산을 제한하려는 모든 시도를 가로막아 왔다. 국방부는 앞으로 30년간 핵무기를 장착한 폭격기와 미사일, 잠수함, 탄두 등에 2조 달러를 지출할 방침이다.
군수기업들이 한 해에 1억 4800만 달러 이상을 로비자금으로 쏟아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찰의 군사회도 심각한 상황이다. 국방부가 끝없는 전쟁들에서 비롯된 대규모 중고 무기 비축분을 넘겨주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너무 많은 선출직 정치인들이 잠재적으로 세계를 파괴할 수 있는 핵무기를 ‘인류의 미래에 대한 위험’이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기회로 바라본다”고 우려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죽음’을 파는 상인들
미국의 5대 군수업체들이 거대하고 막강해진 계기는 아니러니하게도 ‘적’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냉전이 끝나자 미국은 높은 국방부 예산을 유지할 명분을 잃어버렸고, 군산복합체는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그래서 이들은 ‘새로운 적’을 찾았다. 무력과 무력 위협을 대외 정책의 중심에 두었다. 20년에 걸쳐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재앙 같은 전쟁에 개입키로 한 것이다.
1990년대의 군사기업 합병 열풍은 더 거대하고 강력한 방산기업들을 만들어 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상위 5개 방산업체는 2023년 미국과 해외정부로부터 2070억 달러 규모의 무기 계약을 따냈다. 러시아 전체 군사 예산을 넘어서는 규모다. 하지만 ‘부실 무기’ 논란이 여전하다. 기술 결함 투성이 보잉 KC-46 공중급유기, 치명적 추락사고로 64명 사망자를 낸 벨-보잉 연합의 오스피리가 그렇다.
◇ 매수될 준비가 된 ‘싱크탱크’
미국에 2000개가 넘은 싱크탱크 대다수가 국방부 계약업체에서 후원금을 받는다. 저자는 싱크탱크를 ‘고차원적인 연구와 정치 분석에 종사하는 면세 비영리 회사’라고 정의했다. 1980년에 보수 성향 싱크탱크 해리티지재단이 110쪽 분량의 ‘해리티지보고서’를 내고 정치적 옹호 활동으로의 전환을 선도하면서 본격적으로 싱크탱크 정치화가 가속화됐다.
문제는 싱크탱크는 후원자 공개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누구도 이들의 권고가 어디서 영향을 받았는지 알 길이 없다. 후원자를 공개하는 싱크탱크조차 투명성 수준은 제각각이다. 2019년부터 2023년 사이에 미국 상위 싱크탱크는 외국 정부에서 1억 1000만 달러 이상의 기부금을 받았다. 상위 7곳이 전체 외국정부 자금의 90% 이상을 차지했을 정도로 집중화가 심한 상황이다.
이제는 싱크탱크들 스스로 점점 더 노골적이고 후원자와의 거래 관계를 광고한다. 싱크탱크와 연관된 인사들은 외국 정부를 위해 일하기도 한다. 전현직 관리들에게는 일종의 경력 보관소 같은 기능을 한다. 저자는 이런 폐단을 없애려면 모든 기부자 명단 공개를 의무화하고, 이해관계자들과 접촉할 때마다 잠재적 이해충돌을 적극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대학 상아탑까지 전쟁에 물들다
‘자동화 전쟁(automated warfare)’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대학까지 물들고 있다. 국방부는 2022년에만 미국 대학들에 80억 달러 이상을 군사연구 개발 자금으로 지원했다. 응용물리학연구소를 둔 좁스홉킨스대학이 14억 달러를 받는 등 13개 대학이 1억 달러 이상을 수주했다. 2억 달러의 초기 자금을 받는 ‘대학 공동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MIT는 국방부 자금 지원 자체 연구소인 링컨연구소를 통해 미사일 시험부터 인공지능의 군사 응용까지 돕고 있다. 텍사스A&M대학은 극초음미사일무터 핵무기까지 협력하고 있다.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국방부와 미군이 대학에 직접 주둔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저자는 “머지 않아 대학 연구가 단순히 전쟁 기계의 한 부속으로 전락하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며 우려를 내보였다.
◇ 미디어와 엔터까지 접수한 군사주의
군수기업들은 매출과 고급 정보, 자금 후원이라는 목줄로 미디어까지 장악하고 있다. 엔터업계도 이들의 손아귀에 넘어갔다. 영화 <캡틴 마블>은 공군 역사상 가장 효과적인 광고로 꼽힌다. 군산복합체들은 주요 언론 매체에 보조금을 지급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TV와 헐리우드 영화에서 군대와 무기가 호의적으로 묘사되도록 만들었다.
게이머들을 겨냥해 게임 산업에도 투자하고 장려한다. 저자는 “군과 조금이라도 관련있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았다면, 사실상 국방부의 지원 덕분에 제작된 영화하고 보면 될 것”이라고 했다. <탑건>은 레이건 시대의 군비 팽창을 가능하게 한 작품이라는 비야냥까지 받는다. 주인공이었던 톰 크루즈 조차 “이 영화는 전쟁이 깨끗하고, 전쟁을 이길 수 있다는 착각을 팔았다”고 비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빅 테크와 군수산업의 미래
벤처캐피탈 펀드들과 방위기술기업들이 ’자동화된 전쟁‘을 겨냥하면서, 최근 ‘전쟁 기계’는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이들은 조종사 없는 무기 체계와 극초음속 무기, 인공지능 통합 통신·통제 시스템 등 차세대 첨단 무기를 공급하려 한다. 국방부도 2023년 8월에 자율적이고 소모가능한 무기체계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개념의 ‘리플리케이터 이니셔티브(Replicator Initiative)’를 공개했다.
1년 안에 24시간 내 1000개 이상의 목표물 타격이 가능한 군집 드론 같은 첨단 무기를 목표로 하는 이 비전은 새로운 기업군의 성장에 크게 의존한다. 그렇다면 향후 ‘예산 전쟁’의 승자는 빅5 업체가 될까, 신기술 기업이 될까. 국방부와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결합은 부침은 있었지만 이제 결실을 맺고 있다. 안두릴의 32세 창립자 팔머 러키 같은 친군사 성향의 뉴 리더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세대 최고 기업으로 부상한 팔란티어를 세운 ‘실리콘밸리 군사 기술 혁명의 대부’ 피터 틸도 핫 뉴스 메이커다. 구글의 전 에릭 슈밋 CEO도 인공지능을 매개로 군사 기술에 진력하고 있다. 저자는 “지금 추세라면 곧 ’초군사화'가 되고 반 민주적인 병영국가의 등장이 임박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AI가 주도하는 병영국가의 등장을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전쟁기계에서 평화 기계로
저자는 개인과 단체 등 다양한 세력들이 하나로 뭉쳐, 공통의 목표인 ‘전쟁기계’를 해체해야 한다며 ‘평화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조직은 국경의 군사화와 경찰의 군사화, 예산 우선순위의 군사화, 헐리우드의 군사화, 대학의 군사화, 그리고 기후위기의 군사화까지 망라하는 군사주의의 모든 형태를 변혁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통제불능의 군사주의에 맞서기 위한 의회 내 초당적 군사 개혁 네트워크의 부활도 시급하다고 했다. 특히 막대한 ‘국민적 압력’의 주문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새로운 대외 전략과 지향점에 관해서도 얘기했다. 우선, 미국의 무기는 우크라이나처럼 방어 목적이 필요한 동맹국에만 제공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대규모 학살작전은 대상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자는 “군산복합체의 막대한 권력과 영향력을 상쇄할 만큼의 정치적 힘이 필요하다”며 “그 힘은 우리 각자에게서 시작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8년 구글이 정밀 드론 공격을 가능케 하는 ‘프로젝트 메이븐’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내부에서 시작된 대규모 항의 운동을 좋은 사례로 들었다. 당시 4000명 이상의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반대 공개서한을 보냈고, 결국 계약은 갱신되지 않았다.
저자는 “‘힘을 통한 평화’가 그럴듯하게 들리겠지만, 궁극적으로 성공의 유일한 공식은 ‘평화를 통한 평화’”라고 강조했다. 제한 없는 군비 증강과무기 경쟁은 전쟁을 부르는 공식일 뿐이라며, 정부는 이제 ‘외교’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시간이 별로 없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몇 년 사이에 우리가 그 과업을 이뤄낼 수 있을 지 없을 지 판가름날 것”이라며 결단을 촉구했다.
조진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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