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한계 속 오프라인 승부수
하림, 식품·물류·유통 결합 가속
퀵커머스 성패가 향방 가른다
NS홈쇼핑 인수 추진에 따른 유통 전략 변화를 표현한 그래픽 /제미나이
NS홈쇼핑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하림그룹의 유통 전략이 본격적인 변곡점을 맞고 있다. 방송 중심의 기존 판매 구조에서 벗어나 오프라인 점포망까지 끌어안으려는 이번 행보는 단순한 외형 확장이 아니라 생산부터 물류 소비자 접점까지 이어지는 통합 유통 체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전환으로 읽힌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공개입찰에서 NS홈쇼핑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현재 본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하림그룹은 과거 홈플러스 슈퍼마켓 사업부 분리 매각 당시에도 인수를 검토한 이력이 있어 오프라인 유통망 확보를 지속적으로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탈TV 대응···오프라인 확장 가속
이번 거래는 홈쇼핑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한계에 따른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TV 시청률 하락과 송출수수료 부담 증가가 누적되며 업계 전반의 수익성을 압박해 왔다. 소비자들은 모바일 중심 소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지만 전통 채널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더뎠다. 실제 주요 홈쇼핑 업체들의 거래 규모는 2021년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방송 매출 비중 역시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흐름이다. 반면 송출수수료는 방송 매출액 대비 70%를 넘는 수준으로 수익성 악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NS홈쇼핑의 오프라인 진출은 ‘탈TV’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하림그룹이 계열사인 NS홈쇼핑을 앞세워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도 분명하다. 사료·축산·가공식품 등 생산 역량은 이미 갖췄지만 최종 소비자와 만나는 유통 채널은 외부에 의존해 왔다는 한계를 보완하려는 의도다. 과거에도 홈플러스 슈퍼마켓 사업부 인수를 검토하는 등 오프라인 유통 진출을 꾸준히 타진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시도는 장기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하림이 쌓아온 생산·물류 사업 구조에 유통 채널이 결합되면서 ‘식품·물류·유통’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가 완성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하림그룹이 종합 유통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포석으로 보고 있다.
300여 점포···도심 물류 거점 주목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략적 가치가 높은 자산으로 평가된다. 연 매출 1조1000억원 규모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300여 개 점포망을 갖추고 있다. 이는 단순 판매 채널을 넘어 도심형 물류 거점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즉시 배송 기능을 갖춘 점포 비중이 높다는 점은 온라인 장보기와 퀵커머스 수요를 동시에 흡수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방송과 모바일에서 발생한 수요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소화하고 다시 배송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현실화될 수 있는 셈이다.
상품 경쟁력 측면에서도 기대감이 크다. 하림그룹이 보유한 축산 및 식품 제조 역량과 NS홈쇼핑의 농축수산 중심 산지 네트워크가 오프라인 점포와 결합될 경우 신선식품과 가정간편식 중심의 차별화된 상품 구성이 가능해진다. 유통 단계를 축소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수익 구조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물류 전략에서는 근거리 배송이 핵심 축으로 부상한다.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경우 생산·유통·배송을 하나로 묶는 구조가 가능해지며 이는 신선도가 중요한 식품 사업에서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기존 홈쇼핑이 택배 기반의 다음날 배송에 머물렀다면 인수 이후에는 즉시 배송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림그룹이 익산에 구축한 풀필먼트센터(FBH)와 10여 년 전 매입해 개발 중인 양재동 물류센터 부지 역시 이러한 근거리 배송 체계를 뒷받침할 핵심 인프라로 작용할 전망이다.
데이터 결합 효과도 주목된다. NS홈쇼핑이 축적해온 고객 구매 데이터를 오프라인 매장 운영과 상품 구성에 반영하고 매장 판매 데이터를 다시 방송 및 모바일 상품 기획에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경우 채널 간 시너지가 강화될 수 있다. 협력사 입장에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판로 확대가 가능해진다.
SSM 한계···운영 효율이 관건
이번 인수는 NS홈쇼핑의 사업 구조 변화뿐 아니라 하림그룹 전체 전략의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로 평가된다. 생산과 물류 중심이었던 기존 구조에 유통망이 더해지면서 ‘식품·물류·유통’ 수직 계열화가 한층 구체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인수 자금 조달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림지주의 자산총액은 약 17조원 규모다. 이는 재계 30위권에 해당한다.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조1411억원으로 전년 대비 29.9% 증가해 유동성도 확보했다. 2023년 HMM 인수전에서 6조4000억원을 제시한 점을 고려하면 수천억원 규모로 전망되는 인수 자금 조달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수 이후 과제도 적지 않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업태는 이미 성장세가 둔화된 상태이며 점포 운영에는 고정비 부담과 효율화 과제가 뒤따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SSM 매출은 지난해 0.3% 성장에 그쳤다. NS홈쇼핑은 2009년 SSM 사업에 진출했다가 수익성 악화와 규제 강화로 2012년 이마트에 매각하며 철수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점포를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닌 물류 거점으로 얼마나 성공적으로 전환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경쟁 환경도 녹록지 않다. 새벽배송을 앞세운 이커머스 업체들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가운데 이마트와 롯데쇼핑 등 기존 유통 강자들도 점포 기반 물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도심 거점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면서 추가 인수합병 가능성도 거론된다.
결국 이번 인수는 홈쇼핑 산업의 구조 변화 속에서 등장한 전략적 실험에 가깝다. NS홈쇼핑이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퀵커머스와 식품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지 하림그룹이 구상하는 통합 유통 모델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 여부가 향후 유통 시장의 흐름을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서울회생법원은 3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절차에 착수한 뒤 전날까지 추가 인수 의향을 접수받았다. 이번 거래는 회생계획에서 핵심 변수로 꼽히며 인가 여부는 5월 4일을 기한으로 판단될 예정이다. 매각 가격은 당초 1조원대로 알려졌으나 최근 약 3000억원 수준으로 조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고금리 기조와 유통업 부진이 기업가치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으며 매각이 성사될 경우 확보되는 자금이 채무 상환과 운영 안정성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SSM= 기업형 슈퍼마켓(Super Supermarket)의 약자로 대형마트와 동네 슈퍼의 중간 형태 유통채널이다. 주로 주거지 인근에 위치해 식료품과 생활필수품을 판매하며 대형 유통기업이 체인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퀵커머스= 주문 후 1시간 안팎의 짧은 시간 안에 상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다. 도심 내 점포나 물류 거점을 활용해 즉시 배송에 가까운 속도를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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