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있어 직접 접근할 수 없는 임진왜란 시기 역사 비석의 정밀 탁본이 민간 재단의 노력 끝에 일본에서 고국으로 돌아왔다.
일본 가나자와대학과 텐리대학, 국내 국립중앙박물관 및 전주역사박물관 등 한·일 양국 일부 국공립 기관 및 대학만이 극소수 소장하고 있던 희귀 탁본을 일본 경매 시장에서 추가로 포착, 환수했다.
문화유산회복재단은 임진왜란 당시 함경도로 피난했던 선조의 두 왕자인 임해군과 순화군의 행적이 담긴 ‘유명조선국양왕자기적비(有明朝鮮國兩王子紀蹟碑)’의 희귀 탁본을 일본 경매시장에서 매입해 국내로 환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환수는 재단 측이 국외로 유출된 문화재를 지속적으로 감시해 온 결과로, 자칫 제3국으로 다시 빠져나가거나 묻힐 뻔한 귀중한 역사 기록물을 구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 비석의 원석(실물)은 현재 북한 함경북도 경성군에 자리 잡고 있어 남북 분단 상황에서는 학계가 직접 조사하기 어려운 단절된 유산이다.
비석에는 임진왜란 당시 왜장 가토 기요마사의 군대를 피해 함경도로 피신한 두 왕자가 국경인 등 반란 세력에게 붙잡혔다가, 충의사 박유일 등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구출돼 호위를 받은 험난한 역사가 상세히 기록돼 있다.
글자의 미세한 획 흐름까지 완벽하게 보존된 이 정밀 탁본은 북한에 있는 원석의 마멸이나 훼손 상태를 보완해 줄 수 있어 조선 중기 문헌사 및 임진왜란사 연구의 획기적인 사료로 평가받는다. 탁본의 전체 크기는 세로 150cm, 가로 120cm에 달한다.
이번에 환수된 탁본은 한·일 양국의 극소수 기관만 보유한 희귀 유물 중에서도 학술적 가치가 남다르다.
재단이 확보한 탁본(약 150×120cm)은 원석과 거의 동일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으며, 획 하나까지 정교하게 보존되어 있다. 특히 이번 판본은 비문의 순서를 연구하기 쉽도록 재배열한 '연구용 판본'으로, 조선 중기 문헌사 및 임진왜란 연구, 향후 북한 원석 복원을 위한 핵심 학술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비석 표면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기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본과 달리, 이번 환수본은 비석의 제목부터 본문의 첫 구절과 마지막 행까지 글의 흐름과 순서에 맞춰 정교하게 잘라 붙인 ‘독서·연구용’ 판본이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소장자가 비문의 가치를 깊이 이해하고 실제 연구에 활용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기존 소장본과의 상호 대조를 통해 북한 소재 원석의 원형을 복원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환수 성과는 국가 간의 외교적 협상에만 의존하던 기존의 소극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단체가 앞장서 해외 시장의 유출 문화재를 직접 확보한 실천적 모델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탁본 매입 기금은 재미동포 문화사업가인 앤드류김·완균라김 재단의 기부금으로 조성되어 그 의미를 더했다.
환수에 필요한 기금은 과거 미국 코넬대학교로부터 보소당인존 병풍 환수에 기여했던 '앤드류 김&완균라 김 재단'의 자발적 기부로 마련되어, 민간 중심의 문화유산 회복 운동이 가진 잠재력과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은 “해외 골동품 시장을 떠돌며 국적도 없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유물을 되찾아 다행”이라며 “환수된 탁본은 충남 아산에 건립된 환수문화유산기념박물관에 안전하게 수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단 측은 다가오는 광복절을 맞아 특별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이 탁본을 공개하고, 관련 학계와 함께 정밀 번역 등 본격적인 학술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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