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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부처 간 충돌…이 대통령 ‘컨트롤타워’ 시험대

이재명 대통령이 민감한 국정 현안을 둘러싼 부처 간 공개적인 이견에 직면했다. 검찰개혁 후속 과제부터 대북정책,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이르기까지 장관들이 공개석상에서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 ‘지속’ 놓고 법무부·행안부 이견

외교부·통일부는 대북·대러 정책 시각차 노출

산업부 ‘특구 주 52시간 예외’엔 노동부가 “반대”

대통령의 방향 제시 없던 민감 현안…‘직접 조율’ 목소리

이재명 대통령이 민감한 국정 현안을 둘러싼 부처 간 공개적인 이견에 직면했다. 검찰개혁 후속 과제부터 대북정책,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이르기까지 장관들이 공개석상에서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다. 정부 내부 조율과 이 대통령의 리더십 발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청와대에 따르면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떠오른 이견은 검경 합동수사본부 운영에 관한 것이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검찰 수사권이 폐지되면서 검경 합수본을 계속 운영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상반된 견해를 내놨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5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검찰 수사의 법적 근거가 일체 없어졌다”며 “합수본 운영 근거가 매우 취약하다”고 했다. 이진수 법무부 차관도 “검사가 직접 수사에 개입하면 위법 수사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검경 합수본이라기보다 공소청·중수청·경찰 합수본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며 “검사가 직접 수사 권한이 없을 뿐이지 수사에 관해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개편된 이후에도 새로운 형태의 합동수사 체계는 가능하다는 취지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외교부와 통일부의 시각차도 드러났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남북 및 미·중 4자 대화 구상을 제시하자,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5일 “이상주의에 근거한 희망”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정 장관은 이튿날 “이상이 있어야 현실을 바꾼다”고 재반박했다. 두 부처는 러시아가 다음달 1~4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여는 동방경제포럼 참석 여부를 두고도 온도차를 보였다.

산업통상부와 고용노동부는 메가특구특별법의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을 놓고 맞섰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 6일 관훈토론회에서 “일하겠다는 젊은 사람들의 의지를 제도가 강제로 막아서는 안 된다”며 “연구·개발(R&D) 분야는 물론 스타트업을 비롯한 첨단산업 전반에서 근로시간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주 52시간제 예외 허용이 빠지면 안 되는 것처럼 주장이 너무 과잉돼 건강한 토론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중점 과제인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려는 산업부와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국정과제를 추진 중인 노동부가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다.

이달 말 정부가 발표하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 연계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 문제도 기획예산처와 교육부 간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기획처는 내국세의 20.79%를 교육교부금으로 자동 배분하는 현행 구조를 폐지하는 등 교육교부금의 총액 산정 방식을 손질하겠다는 입장으로, 내국세·교부금 연동 체계는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는 교육부 입장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들 사안은 모두 이 대통령이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은 민감한 현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대통령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경찰의 사건 암장 우려에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입법은 여당에 맡겼다. 외교정책에서는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정부 내 자주파와 동맹파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왔다.

“모든 부처가 대통령만 바라봐…총리도 내각 조율 능력 발휘해야”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해 2월 반도체 업종에서 주 52시간제 예외를 검토했다가 노동계 반발이 커지자 “사회적 합의를 통해 답을 찾아나가면 된다”며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장시간 노동 허용은 청와대가 공들이고 있는 청년 민심과도 직결된 사안이다.

부처 간 이견이 드러난 만큼 사안의 향방을 가를 대통령의 최종 판단에 시선이 모인다. 잇따른 정책 잡음을 줄이고 부처 간 입장을 얼마나 매끄럽게 정리하느냐가 이 대통령의 국정 조율 능력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각 부처의 이해관계와 정책 목표가 엇갈리는 만큼, 대통령의 결단에 앞서 정부 내부의 조율 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견이 장기간 노출돼 정책 혼선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총리실이나 청와대 정책실장이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고 절충해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현재는 모든 부처가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구조라 대통령에게 업무 부담이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다”며 “헌법상 내각을 통할하는 국무총리의 조율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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