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한 후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권욱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1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30%대로 내려앉았다. 한국갤럽이 이달 8~10일 무선전화 면접 조사를 거쳐 11일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2%포인트 떨어진 38%를 기록했다. 3주째 지지율이 하락하며 한국갤럽 기준 취임 후 최저치까지 밀렸다.
청와대는 기자회견 등 대통령의 직접 소통을 검토하며 국면 전환을 모색하고 있지만 부동산과 개각, 호르무즈해협 파병 등 성격이 다른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겹치면서 뾰족한 반전 계기를 찾기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민심 수습의 계기로 기대했던 개각마저 논란을 키우면서 청와대의 정무 조정 기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지율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거론되는 현안에 대해서는 별도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프랑스 국빈 방문 성과를 설명하면서 “오직 국민과 국익에 더 나은 내일을 생각하며 그 길을 묵묵히 개척해 나가야겠다”며 “함께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17일께로 예상되는 기자회견을 앞두고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이 대통령이 직접 등판하는 게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추가적인 메시지보다 정책과 인사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51%를 기록한 이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이유 중 1위는 부동산 정책(24%)이었다. 이어 인사(16%), 경제·민생(10%) 순이었다. 서울 지역 지지율이 한 주 새 9%포인트 하락하며 대구·경북(34%)보다 낮은 전국 최저라는 점은 부동산 정책에 민심 이반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국면 전환을 위한 개각은 김승원·용혜인 장관 후보자의 끊이지 않는 의혹으로 오히려 지지율 하락을 촉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 이유로 인사를 꼽은 응답은 1%→9%→16%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용 후보자에 대한 ‘부적합’ 응답은 무려 61%에 달했고 ‘적합’은 13%에 불과했다. 김 후보자도 ‘부적합’ 43%, ‘적합’ 22%로 국민 10명 가운데 5명가량이 장관 임명에 반대했다. 다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장관 후보자에 대해 국민께 설명드릴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며 인사청문회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호르무즈해협 파병 문제도 향후 부담이다. 국군 병력이나 자산을 보내는 데 대해 55%가 “파병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고 찬성은 32%에 그쳤다. 실제 파병이 결정될 경우 지지층 내부의 추가 이탈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여권 내부 갈등 역시 누적된 부담이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날 YTN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소위 전통적 지지층과 중도층이 다 빠지고 있다”며 “중도층에는 부동산·주식시장 같은 정책 요소가 영향을 줬다면 전통적 지지층에선 여전히 당내 통합이나 전당대회 과정에 있었던 갈등이 해소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홍 수석은 이어 “자꾸 대통령에 대한 의심이 있는 것 같다”며 “‘연임하려고 하는 것’ ‘검찰 개혁 이상한 것 아닌가’ 이런 의구심이 자꾸 온라인상에서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중도층과 지지층이 동시에 이완되다 보니 지지율 30%대 진입 자체 역시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빠른 편이다. 취임 두 달 만에 30%대로 내려앉았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2년 5개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1년 9개월 차에 각각 조국 사태와 정윤회 문건 사태로 30%대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나치게 빠른 민심 이반에 청와대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추석 전 기자회견을 통해 정면 돌파를 구상 중이지만 이 같은 소통에 대해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민심을 붙잡지 못하고 있다”며 “메시지가 새로울 게 없는 이상 대통령이 직접 등판하기보다 참모들이 정책과 행동으로 바꾸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확인시켜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각이나 정책 모두 메시지 부족 문제라기보다 신뢰를 복원할 정무적 판단과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공소 취소 논란과 연임 개헌 문제처럼 이 대통령 본인을 둘러싼 의혹과 논쟁은 직접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회견은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며 “프랑스 동포 간담회에서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 있다’는 식으로 에둘러 발언해서는 논란만 키울 수 있는 만큼 진솔하게 입장을 밝혀 해소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지율 하락에 대해 “정무적 요인 외에도 부동산·증시 등 다양한 현안에 있어서 복합적인 결과라고 보고 있다”며 “국정 신뢰 회복과 관련해 국민 목소리를 엄중하고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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