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표
대구광역시 사회복지협의회장
올해 3월 청년들을 위한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의 시행입니다. 그동안 대상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해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하던 청년들에게 이 법이 처음으로 이름을 붙인 셈입니다.
아픈 가족을 돌보느라 학업과 진로를 미룬 13세에서 34세까지의 가족돌봄청년과 사회와 단절한 채 생활하는 19세에서 39세까지의 고립·은둔청년에 대한 법적 지원은 너무나 반가운 일입니다.
조사 방식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국가데이터처 조사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은 전국에 15만 3천여 명, 고립·은둔청년은 대략 54만명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복지 서비스 대상은 오랫동안 노동력 유무를 중심으로 노인, 장애인, 아동이었습니다. 정작 사회적인 부양을 떠맡은 청년은 청년이라는 이유로 제도적인 지원 밖에 서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들이 어려움에 빠지는 시기는 학업이나 사회 진출의 골든타임입니다. 한번 골든타임을 놓친 청년들은 패자 부활전이 어려운 우리 사회의 특성상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고 이는 악순환 됩니다. 이렇게 청년들이 위기에 빠지게 되면 국가와 도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위기청년 1인당 연간 2,200만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 청년들은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2022년 정부가 시행한 첫 실태조사에서 대구는 40명만 도움을 요청했지만, 2024년 대구시가 자체 조사를 벌이자 311명이 발굴됐습니다. 같은 대구 안에서도 조사 방식에 따라 8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발굴을 위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런 청년들을 적극적으로 발굴·지원하기 위해 대구시는 대구청년미래센터를 개소합니다. 2024년 인천, 울산, 충북, 전북 네 곳에서 먼저 시작한 청년미래센터를 대구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족돌봄청년에게는 자기돌봄비를 지원하고 맞춤형 상담과 사례관리를 제공하며, 일자리·교육·주거·금융·법률 서비스를 통합 연계합니다. 아울러 돌봄 대상 가족에게 필요한 의료·돌봄서비스도 제공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이미 시범사업을 수행한 시·도에서는 위기청년 발굴 실적이 목표치의 두 배를 넘어서고, 은둔 정도가 12.3% 낮아졌으며, 삶의 만족도도 49.6%나 올랐다는 성과보고가 있습니다. 이제 대구 청년들에게도 이런 공식적인 지원 창구가 생기는 셈입니다.
사업이 시작된다고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리 없습니다. 낙인에 대한 부담, 정보 부족, 당장의 생계와 간병에 지쳐 센터 접근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다가가 내미는 손길이 중요합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청년을 만나는 행정복지센터, 학교, 종합복지관, 병원이 부담 없이 청년들을 의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발견된 청년의 삶이 고립을 깨고 자립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일입니다. 단순한 상담과 서비스 제공을 넘어 지역사회와의 끈끈한 연결을 이루어내는 것이 청년미래센터가 감당해야 할 핵심 역할입니다.
실제로 앞서 시범사업을 수행한 지역에서도 다른 성과들에 비해 사회적 관계망에 대한 평가는 미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대구센터는 이 영역이 다른 지표에 비해 회복하는 속도가 느린 영역이라는 점을 참고해 더 공을 들여야 할 것입니다.
인력에 대한 부분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선행했던 4개 지역 수행인력은 평균 8명입니다. 반면 지역마다 이 사업의 대상이 된 청년은 평균 167명, 즉 사업 수행인력 1명당 20명이 넘습니다. 인력 1명이 감당하기에 쉽지 않습니다.
새롭게 문을 여는 대구청년미래센터가 조속히 안착하기 위해서는 선행 시범사업의 성과와 시행착오를 귀감으로 삼아야 합니다. 특히 발굴과 사례관리의 표준 지침화, 중장기 로드맵과 데이터 기반 성과관리, 청년 자립 생태계 구축, 전문인력 확충과 처우개선은 충분히 고려할 대목입니다.
제도가 갖춰지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습니다.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바꾸는 일입니다. 가족을 돌보는 청년을 ‘기특한 효자’로, 사회단절 청년을 ‘의지가 약함’으로 단정 짓는 시선은 사회적 책임을 개인의 문제로 한정 짓는 것입니다. 센터 개소를 계기로, 이 문제를 우리 공동체의 책임으로 바라보는 인식 확대도 함께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청년 지원은 시혜가 아닙니다. 청년 한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일은, 대구의 가장 확실한 투자입니다. 청년미래센터의 개소로 대구도 위기 청년에 대한 첫 발걸음을 떼게 되었습니다. 부디 그 이름처럼 대구 청년들의 미래를 위한 의미 있는 출발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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