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본허가 획득한 62개 기업 중 보험사 단 3곳
API과금 낮추는 ‘하이브리드 전송 전략’ 대안으로 제시
“대면·비대면 채널 아우르는 규제 혁신과 연계 필수적”
은행과 카드사들이 마이데이터를 발판 삼아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가속화하는 것과 달리, 보험업권은 지지부진한 성적표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경진 기자] 금융권 전체 자산의 약 20%를 차지하며 은행 다음가는 덩치를 자랑하는 보험업권이 정작 마이데이터 사업에서는 지지부진하다. 은행과 카드사들이 마이데이터를 발판 삼아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가속화하는 것과 달리, 보험사의 참여율은 5% 수준에 머물러 있어 디지털 전환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험연구원 ‘금융 마이데이터 참여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금융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획득한 62개 기업 중 보험사는 단 3곳에 그쳤다. 금융 마이데이터 2.0 시대가 막을 올렸음에도 보험사들의 참여 의지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이는 마이데이터 제도가 처음 시행된 지난 2022년과 비교해도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나 마찬가지인 수치다. 특히나보험업권이 국내 금융권 전체 자산의 약 20%를 점유하며 은행에 이어 두번째로 자본력을 갖췄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5%에도 못 미치는 사업 비중은 자산 규모와 비교해 지나치게 초라하다.
보험사들이 이처럼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투자 대비 수익성(ROI)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API 연동 시스템과 고도의 보안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다.
마이데이터 2.0 시행으로 정기 전송이 기본값이 되면서 API 호출 횟수에 비례해 발생하는 과금 부담이 급증했다.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적 한계가 수익성을 중시하는 보험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더욱 치명적인 문제는 보험업의 본질과 직결되는 데이터의 불일치다. 현재 금융 마이데이터가 제공하는 정보는 예적금 잔액, 카드 결제 내역 등 자산과 소비 패턴에 집중됐다. 그러나 보험사가 맞춤형 상품을 설계하거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정작 필요한 정보는 △질병 이력 △약물 처방 △생체 신호 정보 같은 의료·건강 데이터다.
교착 상태를 깨기 위한 움직임은 최근 의료 마이데이터 시행과 맞물려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달부터 진단 및 처방 정보 활용의 길이 열리면서, 선두 주자들은 민감 정보 취급에 따른 보안 리스크 해소에 주력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KB손해보험의 자회사인 KB헬스케어는 지난 4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했다. 80개 기준과 300여개 세부 점검 항목을 모두 통과하며 건강 데이터 보호 역량을 공식적으로 검증받은 것이다. 이러한 행보는 의료 정보를 보험사가 활용하는 것에 대한 시민단체 등의 거부감과 개인정보 보호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향후 KB헬스케어는 개인정보 보호 체계까지 결합된 ‘ISMS-P’ 인증까지 추진해 고객이 안심하고 건강 데이터를 맡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보험사들이 직접 시스템을 구축하는 부담을 덜어주는 중계 플랫폼의 등장도 긍정적인 변수다. 비즈니스 데이터 플랫폼 기업 쿠콘은 최근 2026년 사업 전략을 발표하며 ‘의료 마이데이터 진출’과 ‘보험 상품 데이터 중계 플랫폼’ 구축을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쿠콘은 생명·손해보험사와 대형 GA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개별 보험사가 막대한 인프라 비용을 들여 데이터를 수집하는 대신, 쿠콘의 API 플랫폼을 통해 효율적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다. 특히 모델 콘텍스트 프로토콜(MCP) 기반의 데이터 API 상품 출시를 통해 인공지능(AI)과 결합된 고도화된 데이터 분석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라, 보험권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올리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의 체감형 서비스 도입도 보험 마이데이터의 활용 가치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소비자를 대신해 금리인하요구권을 자동으로 신청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보험사를 포함한 70개 금융회사가 참여하는 이 서비스는, 소비자가 최초 1회만 동의하면 신용 점수 상승 등 사유 발생 시 마이데이터가 알아서 이자 부담을 낮춰주는 혁신적인 체계다.
금융당국은 이 서비스를 통해 연간 최대 1680억원의 이자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평소 보험사 앱 접속 빈도가 낮았던 고객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체감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디지털 접점이 늘어나고, 다시 보험 마이데이터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보험업권이 데이터 고립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전략의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보험업계서도 단순히 스마트폰 앱을 통한 정보 조회 수준에 머물 것이 아니라, 보험사만의 독보적인 경쟁력인 대면 설계사와 텔레마케팅 채널의 상담 역량을 극대화하는 ‘영업 지원 솔루션’으로 마이데이터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모든 데이터를 상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는 정기 전송 방식 대신, 상담이 필요한 시점(갱신, 만기, 리모델링 등)에만 데이터를 호출하는 ‘목적형 조회’ 방식을 병행해 API 과금 부담을 낮추는 하이브리드 전송 전략도 대안으로 꼽힌다.
대형사 중심의 반쪽짜리 사업 구조가 고착화된다면 중소형 보험사의 도태와 더불어 소비자 편익 저하라는 부작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권 전문가들은 의료 마이데이터와의 실효성 있는 연계와 대면·비대면 채널을 아우르는 규제 혁신이 뒷받침되어야만, 마이데이터가 보험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소비자를 위한 진정한 맞춤형 자산관리 도구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경진 기자
다른기사 보기
키워드
#마이데이터
#KB헬스케어
#쿠콘
#금리인하요구권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공유
이메일
기사저장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