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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보험사 CCO 4인 "소비자보호, 민원 처리 아닌 경영 원칙"

진한승: 데이터·AI·디지털 환경에서의 공정성과 신뢰 확보 중심으로 진화할 것이다. AI를 활용한 언더라이팅과 요율 산정이 확대되면 이에 대한 신뢰성 검증이 필수적이다.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에서 비롯되는 새로운 위험...

보험사 CCO 4인 "소비자보호, 민원 처리 아닌 경영 원칙"

보험업의 소비자보호는 더 이상 민원 처리나 규제 대응에 머무르지 않는다. 상품개발부터 판매, 유지, 보상, 민원 대응까지 전 과정에서 소비자 관점을 얼마나 일관되게 반영하느냐가 보험사의 신뢰와 지속 가능성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대한금융신문은 주요 보험사의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 4인에게 보험업계가 추구하는 소비자보호의 본질과 현장의 작동 방식, 그리고 향후 과제를 물었다. <편집자주>

보험업계의 소비자보호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민원과 분쟁이 발생한 이후 이를 수습하는 사후 대응의 성격이었다면, 최근에는 상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판매·유지·보상·민원에 이르기까지 소비자 피해를 미리 줄이는 사전예방 체계로 중심축이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보험상품은 구조가 복잡하고, 보험을 구매하는 시점과 효용을 체감하는 시점의 시간차도 크다. 결국 소비자가 상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가입하면 그 부담은 분쟁과 민원, 평판 저하, 비용 증가의 형태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소비자보호가 단순 민원 처리의 문제가 아닌 보험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직결된 경영 핵심으로 평가되는 배경이다.

본지는 소비자보호의 최전선에 있는 주요 보험사의 CCO 4인(가나다순)을 대상으로 소비자보호의 본질과 현장의 기준을 물었다. 인터뷰에는 박미라 KB손해보험 소비자보호본부장, 서지훈 한화손해보험 소비자보호실장, 진한승 현대해상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 최영근 신한라이프 금융소비자보호 총괄 등이 참여했다. 그 결과, 이들은 한목소리로 보험의 신뢰는 민원이 발생한 뒤 수습하는 데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답을 내놨다.

Q. 소비자보호의 본질은 무엇인가

박미라

: 단순한 민원 대응이나 규제 준수가 아닌 회사의 모든 경영활동에 소비자 중심 원칙을 내재화하는 것이다. 상품의 기획 및 개발단계부터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에서 소비자 권익과 공정성을 우선 고려하고, 궁극적으로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건전한 금융시장 형성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

서지훈

: 소비자보호의 본질이 규제 준수나 민원 감소라는 단편적 목표에 있지 않다. 핵심은 고객이 금융상품을 충분히 이해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신뢰의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보험의 특성상 고객이 상품의 위험과 한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이 이뤄지면 분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진한승

: 규제 준수나 비용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가치와 동력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과거 민원 및 분쟁처리 등의 ‘사후 대응’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고객과 관련된 모든 과정의 ‘사전예방적 소비자보호체계 강화’가 핵심이다. 이에 전 임직원과 설계사의 마인드 제고를 바탕으로 민원·분쟁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

최영근

: 손해나 비용이 아닌 장기적으로 고객의 신뢰를 얻는 과정이다. 고객의 신뢰가 곧 소비자보호의 의미이자 지향점이다. 일례로 보험약관은 분량이 방대한 만큼 소비자가 읽고 숙지하는데도 수일 이상 소요된다. 보험사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제도와 시스템으로 보호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

Q. 소비자 피해의 사전 예방을 위해 활용하는 지표는

박미라

: 전 영업 채널별로 완전판매 모니터링과 불완전판매비율 지표를 통해 완전 판매가 이뤄지는지 관리한다. 나아가 현장 실사와 미스터리 쇼핑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민원 예방 차원으로 인수지침, 보상지침 설정 전 소비자보호 총괄부서와 사전협의 단계를 거치고 있다.

서지훈

: 사전 지표는 위험의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고객이 상품의 위험요소나 제한사항에 대해 제대로 이해했는지 파악하는 완전판매모니터링 완료율(설명충족률) 및 이해확인 지표를 비롯해 판매 후 소비자 이해도를 볼 수 있는 재문의율 및 상담 재접촉 지표를 활용한다. 특정 상품이나 판매채널, 모집시기에 유사한 문의나 불만이 집중되는 것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는 VOC 및 계약 속성 기반 이상징후 탐지 지표도 활용한다.

진한승

: 지난 2024년부터 대외민원 전환 예측 알리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대내 민원 접수에 포함된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 대외기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분쟁이나 민원을 예측한다. 2024년 한 해 동안만 약 580여건의 대외민원을 발생 전 예방했다. 또 콜센터에 접수된 불편 사항을 빠르게 조치 및 해소했는지를 파악하는 VOC 완결률 지표도 관리한다.

Q. 소비자보호가 경영 목표와 상충한다면

박미라

: 단기적으로 영업 확대나 수익성 중심의 경영목표와 충돌할 수 있다. 하지만 보험업 특성상 소비자 신뢰 확보는 지속 가능한 경영의 필수 기반이다. 소비자 피해는 민원과 분쟁 증가, 감독당국 제재, 평판 훼손 등으로 이어져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와 경영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서지훈

: 보험산업이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단기적인 실적을 위해 소비자보호에 소홀하다면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게 된다. 단기적인 수익성과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해도 소비자의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 상품의 보완 또는 조정, 최종적으로 판매 중단까지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한승

: 소비자보호가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동력인 만큼 모든 업무수행 과정에서 최우선으로 고려된다. 혹여 실무 운영 과정에서 경영목표와 소비자보호 원칙이 상충한다면 CCO가 중간자로서 상품개발이나 절차 등을 사전 협의해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최영근

: 소비자보호를 강조하면 영업실적이 하락한다는 경향이 상당하다. 이런 경향은 보험상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확신이 없고, 고객의 니즈에 기반한 상품 권유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판매 단계부터 고객에 기반해 상품의 장점과 기능에 대해 확신을 가진다면 오히려 소비자보호는 영업실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Q. 현장에서 소비자보호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진한승

: 상품 개발단계에서 보장금액이 너무 과해 장기적으로 보험료 인상 등 소비자 불이익 유발이 우려된다면 보장금액을 줄인다. 판매 단계에서는 소비자가 충분한 설명을 통해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입할 수 있도록 판매자 교육, 대고객 안내장, 설명서 등이 충실히 구성돼 있는지 확인한다. 그럼에도 판매 후 소비자 민원이 발생하면 신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내부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일례로 ‘10년 건강고지형 상품’은 개발 당시 건강고지를 소비자 기억에 의존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부실고지로 인한 면책 등의 문제 가능성이 우려돼 상품개발을 중단시켰다. 어린 아기를 대상으로 한 ‘유아 대상 현물 제공’ 서비스를 만들 당시에는 충분한 품질 검증을 거친 뒤 재진행하도록 결정하기도 했다.

Q. 제조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에서 적용하는 소비자보호의 기준은

박미라

: ‘소비자 중심성’과 ‘소비자 피해 예방’이다. 상품이 보장하는 생애주기 전반에서 소비자가 불리할 요소를 사전에 점검하고, 개선하는 사전예방적 소비자보호 체계를 일관된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서지훈

: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상품인가’이다. 보험 특성상 일정 수준의 복잡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러 핵심 위험 요소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보호는 작동하기 어렵다.

진한승

: ‘소비자가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보험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의견과 불만을 경청하고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기대 수준에 부합하고, 소비자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최영근

: ‘보험 본연의 기능에 충실했는가’이다. 개발 단계에서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보장을 포함하지 않았는지, 판매 과정에서는 해당 상품이 고객에게 미치는 장단점을 충분히 비교 및 설명했는지가 골자다. 사후관리 단계에서도 유의사항을 재설명해 고객이 느끼는 불만이 해소됐는지가 주요하다.

Q. 향후 보험업계의 소비자보호는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

박미라

: 단순 민원 대응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사전예방 중심 체계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디지털 전환과 함께 상품 설계 및 판매, 보험금 지급 등 전 과정에서 소비자 위험요인을 데이터와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관리하는 방향으로 강화될 것이다.

서지훈

: 거버넌스 중심의 소비자보호 체계가 더욱 강조될 것이다. CCO를 중심으로 한 조직적 책임 구조와 경영진 차원의 의사결정 참여가 강화돼 소비자보호가 단순 준법 영역을 넘어 경영의 핵심 의사결정 요소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한다.

진한승

: 데이터·AI·디지털 환경에서의 공정성과 신뢰 확보 중심으로 진화할 것이다. AI를 활용한 언더라이팅과 요율 산정이 확대되면 이에 대한 신뢰성 검증이 필수적이다.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에서 비롯되는 새로운 위험 요인에 대한 관리도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영근

: AI로 인해 빠르고 정확한 소비자보호 서비스가 제공되고, 고객과의 정보 비대칭성도 줄어들 것이다. 반면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나 헬스케어서비스 제공 등 기존에 없던 서비스가 늘어나 소비자보호의 역할과 요구 수준도 보다 확장될 것이다.

대한금융신문 한지한 기자 gks7502@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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