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 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지역. 연합뉴스
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내며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주도한 이정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가 7월 발표 예정인 부동산세제 개편에 대해 “보유세율을 급격히 올리거나 특정 계층을 겨냥해 징벌적으로 과세하면 정책 지속 가능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고가 주택자의 세 부담을 단기간에 높이는 방식이 조세 저항을 키우고 제도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1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보유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매년 5%포인트씩 상향하는 방식처럼 점진적으로 올리는 것이 좋다”며 “세금이 너무 급격하게 올라가지 않도록 현행 150%의 세 부담 상한 또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 제기되는 보유세 인상론에 동의하면서도 반드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고가 주택자를 겨냥한 ‘핀셋 증세’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교수는 “과격하게 초고가 주택 보유층에만 벌을 주듯 중과해서는 안 된다”며 “집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세금을 내는 보편 과세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양도소득세와 관련해서는 생애 누적 양도차익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식으로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집을 여러 차례 갈아타더라도 매번 1세대 1주택 요건을 충족하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반복적으로 적용받을 수 있어 투기 억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2019년 고(故) 이희호 여사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뉴스1
이 교수는 “미국은 실거주 주택에 대해 일정 한도까지만 양도차익을 비과세하고 그 이상은 과세한다”며 “한국처럼 1주택 비과세가 반복적으로 적용되는 구조에서는 양도세가 투기를 막기보다 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는 윤석열 정부가 낮췄던 법인세율을 환원하며 ‘세 부담 정상화’를 강조했다. 올해 부동산세제 개편에서도 같은 논리로 윤석열 정부의 종부세 완화 조치를 되돌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행령으로 조정 가능한 공정비율 상향이 우선 카드로 꼽히지만 정부는 명목 세율 인상과 기본공제 축소, 조정대상지역 2주택 중과 재개, 고가 주택 과표 구간 조정, 세 부담 상한 인상 등 법률 개정 사항도 모두 열어놓고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들 조치가 단시간에 동시 추진될 경우 납세자의 체감 부담이 급속도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도 “가격이 이미 오른 상태에서 세율까지 올리면 이중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공정비율이나 공시가격 현실화 등의 수단을 우선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앞서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자를 집중 겨냥했다면 이번에는 비거주 1주택자도 과세 강화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양도세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거주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종부세 역시 비거주 1주택자의 고령자·장기보유 세액공제 혜택을 줄이거나 적용 요건을 강화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다만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장특공제에서 보유분을 하루아침에 없애면 기존 보유자의 기대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며 “거주 중심으로 바꾸더라도 이미 장기간 보유한 사람에게는 경과 조치를 두는 등 제도 전환의 충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보유세 인상이 실제 매물 출회로 이어지려면 양도세·취득세 등 거래 단계의 세 부담을 함께 낮춰야 한다는 지적 또한 잇따른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보유세 부담을 감내하기 어려운 사람은 처분을 통해 빠져나갈 수 있어야 하는데 양도세와 취득세 부담이 그대로라면 퇴로가 막힌다”며 “세제를 정부 정책을 따르지 않은 데 대한 강한 페널티처럼 쓰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국정감사 결과 시정 및 처리 요구 사항에 대한 처리 결과 보고서’에서 기존 주택 매물 유도를 위한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 완화 요구와 관련해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직후 중과 완화 적용은 정책 일관성·신뢰성 등을 감안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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