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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병사가 없는, 마치 게임 같은 전쟁 [아침햇발]

사실 더 무서운 것은, 무기를 작동하게 하는 최종적 판단이 인공지능(AI)에 맡겨지는 것이다. 그런 우려를 둘러싼 논란이 미국 국방부와 인공지능 기업 사이에서 최근 표면화됐다. 미국 국방부는 대형 언어모델 ‘클로드’...

지난 4일 이스라엘 레바논 국경의 갈릴리 상공에서 촬영된 사진으로, 레바논에서 발사된 드론이 이스라엘 쪽 아이언돔의 요격 시스템에 의해 파괴되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EPA 연합뉴스정남구ㅣ경제산업부 선임기자서양에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가 있다면, 중국에는 ‘추배도’라는 예언서가 있다. 당나라 때 사람 둘이 지은 거라 해서, 명·청 교체기에 세상에 나와 전해지고 있다. 모두 60개의 예언이 그림과 글로 실려 있다. 제목은 맨 마지막 예언을 그린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등을 떠미는 그림’에서 딴 것이다.호사가들은 대부분의 예언이 이미 현실이 됐다고 한다. 예언이란 게 사건이 일어난 뒤에 갖다 붙이면 그럴듯해 보이는 법이니, 재미로 듣고 넘어갈 일이다. 그런데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5개의 예언 가운데 첫번째 것은 읽을수록 눈이 더 간다. 창을 든 병사들이 서로를 향해 입에서 불을 뿜고, 위로는 새들이, 아래엔 물고기들이 그려진 56번째 그림의 설명은 이렇다.“날아다니는 것은 새가 아니요, 헤엄치는 것은 물고기가 아니네, 전쟁에 병사가 직접 안 싸우며 이들의 다툼은 마치 놀이 같네.”(윤찬호 번역, 추배도)전쟁을 예언한 것 같다. 과거엔 ‘3차 대전’의 예언으로 해석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사람이 직접 싸우지 않고, 드론을 비롯한 무기로 게임하듯 전쟁하는 때가 온다’고 쓴 것으로 해석하고 싶어진다.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전쟁이 시작됐다. 미사일을 쏘고 레이저 방공무기가 요격하는 가운데, 대량의 드론이 전투에 핵심 전력이 되고 있다. 드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본격 무기화했는데, 그래도 러-우 전쟁에선 병사들이 직접 맞서는 지상전이 더 중심이었다. 그런데 이번 전쟁에서는 병사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바닷속에서도 어뢰와는 다른, 드론 비슷한 장거리 공격 무기가 이미 쓰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게임하듯 전쟁을 하게 되면, 비록 적군일지라도 사람을 죽이는 일에 대한 도덕 감정이 무뎌지게 된다. 국가 권력을 가진 이들의 비용과 이득 계산만이 전쟁의 시작과 끝을 결정하게 되기 쉽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인간은 과연 무엇인가?사실 더 무서운 것은, 무기를 작동하게 하는 최종적 판단이 인공지능(AI)에 맡겨지는 것이다. 그런 우려를 둘러싼 논란이 미국 국방부와 인공지능 기업 사이에서 최근 표면화됐다. 미국 국방부는 대형 언어모델 ‘클로드’(Claude)를 개발한 스타트업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간주한다고 통보했다. 앤트로픽은 대규모 국내 감시와 자율 무기 등에 자사의 인공지능 모델을 쓰지 않을 것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해 국방부와 갈등을 빚었는데, 국방부가 앤트로픽을 국방 시스템에서 아예 제외해버린 것이다. 챗지피티(GPT) 개발사인 오픈에이아이는 국방부와 협상을 타결했다. 이들 두고 오픈에이아이 안팎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인공지능의 개발이 큰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란 우려와 경고가 나오기 시작한 지 꽤 됐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생전에 “인공지능 기술이 인류 문명사에서 최악의 사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와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등 세계적 석학·기업가 1천명이 “인간 통제를 벗어난 인공지능 무기 개발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낸 것이 10년 전(2015년)이다.우리 인류가 ‘공존을 위한 합의’를 잘 만들어내는 종이 못 된다는 증거는 아주 많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만 봐도 알 수 있다. 인류는 석유를 적극 사용하면서 오늘날의 문명을 일궜지만, 화석연료 남용의 결과 기후위기라는 재앙의 소용돌이에 깊이 빠져 있다. 그러나 석유 매장량이 많은 미국의 지도자는 기후위기 자체를 부정하고, 국제사회의 합의를 손바닥 뒤집듯 깨버렸다. 그런 미국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패권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인간 통제를 벗어난 인공지능 무기’를 개발하지 않으리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전쟁은 참혹하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을 개시한 지난달 28일, 이란 남부의 한 여자 초등학교에 미군이 쏜 미사일이 떨어져 170여명이 숨졌다. 슬프다. 표적의 좌표 설정 등에 인공지능이 쓰였을 것이다. 불길하고 불안하다.노스트라다무스의 지구 종말 예언과 반대로, 추배도의 예언은 ‘해피엔딩’이다. “홍황흑백 인종들이 분명하게 안 나뉘고 동서남북 모든 세계 화목함을 다 이루네.” 재미로 읽고 넘어갈 예언이라지만 다행이다. 그런데 세상엔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잘되는 일은 없다. 인공지능이 인류를 더 복되게 만드는 도구가 되도록, 우리 모두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

지난 4일 이스라엘 레바논 국경의 갈릴리 상공에서 촬영된 사진으로, 레바논에서 발사된 드론이 이스라엘 쪽 아이언돔의 요격 시스템에 의해 파괴되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지난 4일 이스라엘 레바논 국경의 갈릴리 상공에서 촬영된 사진으로, 레바논에서 발사된 드론이 이스라엘 쪽 아이언돔의 요격 시스템에 의해 파괴되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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