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경 [법원 제공]
리얼돌 수입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에 대해 사법부가 다시 한번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단순히 외관이 자극적이라는 이유만으로 통관을 가로막는 세관의 관행에 위법이라는 낙인을 찍은 것이다.
이는 성인용품을 음란물로만 치부하던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국가가 함부로 침해할 수 없다는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유통업체가 세관을 상대로 낸 통관 보류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확정했다.
재판부는 리얼돌이 미성년자의 신체를 본뜨거나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왜곡할 정도의 노골적인 음란물이 아니라면, 수입 목적과 주체를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막아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개인의 사적 공간에서 사용될 도구라면 '풍속을 해칠 우려'를 자의적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현장의 장벽은 여전히 높다. 대법원의 승소 판결이 잇따름에도 불구하고 세관은 세부 지침 등을 근거로 통관을 지연시키거나 보류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사법부의 판단을 행정부가 무력화하는 법치주의 경시로 비춰진다.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진화하면서 성에 대한 접근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는데, 유독 한국 사회만 리얼돌을 '강간 인형'과 같은 자극적인 프레임에 논쟁 거리로 만들고 있다.
리얼돌이 여성의 신체를 대상화하고 성 착취 문화를 고착화할 수 있다는 여성계의 우려는 충분히 공감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막는 건 능사가 아니다.
전문가들 역시 무조건적인 금지가 답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성인용품 산업은 이미 AI와 로봇 기술이 접목된 섹스테크(Sex-tech) 분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는 1인 가구 증가와 성적 소외 계층의 욕구 해소라는 현실적 측면과도 맞닿아 있어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와 구체적인 규정이다. 대법원이 판시한 대로 미성년자 형상이나 극단적인 혐오감을 주는 물품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대되, 일반적인 성인용품에 대해서는 개인의 영역을 인정하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무조건 빗장을 걸어 잠그는 식의 검열은 오히려 불법 음성 유통을 부추기고 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한 합리적인 유통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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