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를 하루 앞둔 이달 1일 춘천지검 속초지청 입간판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범죄수익을 추적해 몰수·추징하기 위해 법원이 처분을 금지한 재산 규모가 최근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수익 은닉 수법이 갈수록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에 따른 수사 체계 개편이 범죄수익 추적·환수 역량의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검찰과 경찰이 신청해 법원이 인용한 범죄수익 보전결정액은 총 1조 207억 원으로 집계됐다. 보전결정액은 2024년 9조 343억 원에서 지난해 3조 3387억 원으로 63% 줄었다. 올해도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전 건수에 비해 금액의 감소 폭도 커지고 있다. 보전 건수는 2024년 4478건에서 지난해 4301건으로 4% 줄었으며 올해도 7월까지 2698건을 기록했다. 반면 건당 평균 보전 금액은 2024년 약 20억 원에서 지난해 7억 8000만 원으로 61%가량 급감했다.
이 같은 변화에는 검찰의 보전 실적 감소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7월 검찰이 직접 청구한 범죄수익 보전결정액은 790억 원으로 전체의 7.75%에 그쳤다. 반면 경찰 신청 사건은 9416억 원으로 92.25%를 차지했다. 검찰의 보전결정액은 2024년 약 7조 1650억 원으로 전체의 79.31%에 달했지만 지난해 1조 8481억 원(55.35%)으로 줄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가속화되면서 범죄수익 보전 업무의 중심이 사실상 경찰로 이동한 것이다.
범죄 유형별로도 변화가 나타났다. 복잡한 자금 흐름을 추적해야 하는 특정 사기 범죄의 보전 금액은 2024년 8000억 원을 웃돌았지만 지난해에는 25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도 8월까지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금액은 약 600억 원에 그쳤다. 반면 도박이나 업무방해, 음란물 유포 등 일부 범죄에서는 보전 금액이 증가했다.
범죄수익 보전은 범죄자가 불법적으로 취득한 재산을 처분하거나 은닉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동결하는 절차다. 신속하게 보전하지 않으면 재산이 차명으로 이전되거나 해외로 빠져나가 실제 환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범죄수익을 차명 계좌에 숨기는 데 그치지 않고 상품권 거래를 거쳐 가상화폐로 전환한 뒤 해외로 이전하거나 위장이혼한 배우자와 차명 법인 명의로 부동산, 주식, 고가 미술품 등을 통해 분산 보유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별도의 전문 자금세탁 조직까지 가담하면서 수사기관이 범죄수익의 최종 귀속처를 확인하고 재산을 동결하는 데 상당한 추적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문제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검찰청 폐지로 수사 체계까지 전면 개편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범죄수익 추적 역량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그동안 검찰과 경찰이 분담해온 보전 업무가 경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전문인력 확충과 기관 간 협력 체계 정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보이스피싱과 마약, 조직적 사기 범죄는 수사 초기 범죄수익을 추적하고 재산을 동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경찰과 중수청·공소청 간의 사건 이첩과 법률 검토 등이 지연되면 범죄수익을 빼돌릴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검찰의 금융 수사 전문성과 추적 경험이 중수청에 제대로 승계되지 못할 경우 수사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범죄수익 추적 전담 인력 확충과 기관 간 신속한 보전 절차 마련을 강조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이 신속하게 범죄수익을 추적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가수사본부와 중수청·공소청·법무부 등이 함께 협의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범죄수익 환수를 피해자 보호의 핵심 성과 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수익 환수를 범인 검거와 별개인 부수적 업무가 아니라 추가 손실을 막고 피해 보상으로 이어지게 하는 피해자 보호라는 의미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3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에 관계자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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