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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버뮤다 세탁’ 거친 中 해외 투자… 목표는 ‘수익’ 아닌 ‘기술 흡...

연구진은 2015년 ‘중국제조 2025(MIC2025)’ 이후 중국 국유기업들이 IT·모빌리티·항공우주 등 10대 전략 산업의 해외 기업 인수를 집중적으로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하향식 지침은 개별 인수 대상...

‘버뮤다 세탁’ 거친 中 해외 투자… 목표는 ‘수익’ 아닌 ‘기술 흡...

[WEEKLY BIZ] 비즈니스 인사이트

그래픽=김의균

“중국은 간첩 활동과 인재 영입, 기술 이전, 투자를 통해 해외의 기술을 흡수하려는 정부 차원(Centrally directed)의 치밀하고 체계적인 전략을 이행하고 있다.”

2021년 3월, 미국 국가안보인공지능위원회(NSCAI) 위원장을 맡고 있던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던진 이 경고가 부정할 수 없는 현실로 드러났다.

중국 자본의 해외 기업 지배력은 공식 외국인직접투자(FDI) 통계치보다 훨씬 광범위하며, 그 목적 역시 단기 수익이 아닌 ‘기술 탈취’라는 명확한 목표가 자리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조세회피처를 활용한 우회 투자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중국식 국가 자본주의’에 대한 경계론이 커지고 있다.

최근 공개된 전미경제연구소(NBER) 논문 ‘중국의 글로벌 소유권(China’s Global Ownership)’에 따르면, 중국 자본이 보유한 해외 기업의 총자산은 2012년 5510억달러에서 2021년 2조5000억달러로 늘었다. 이 중 84%(2.1조달러)는 중국 자본의 실질적인 지배력 아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59개국, 16만1773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홍콩·마카오 등 중국 본토 밖으로 범위를 넓히면 중국 자본의 영향력은 더 커진다. 대만·홍콩·마카오를 포함한 ‘그레이터 차이나’를 기준으로 중국이 지배하는 자산 규모는 3조3000억달러로, 미국(9조3000억달러)에 이어 전 세계 2위를 차지했다. 2012~2021년 사이 중국이 지배하는 해외 자산은 연평균 20%씩 늘어 미국의 증가율(7%)을 크게 웃돌았다.

그래픽=김의균

中 자본 38%, 조세 회피처 통해 투자

특히 중국의 해외 기업 투자는 케이먼제도와 버뮤다 등 주요 조세 피난처를 거쳐 이뤄지고 있다. 연구진이 기업 지분 25% 이상을 보유한 최종 실소유주를 기준으로 소유 구조를 추적한 결과, 중국이 지배하고 있는 해외 기업은 3959개로 집계됐다. 이 중 30%는 조세 피난처를 거쳐 투자가 이뤄졌다. 소유주 기준을 ‘지분 10% 이상’으로 낮추면 중국 소유 기업 수는 6242개로 늘어나며, 이 중 37.7%는 조세 피난처 중개 법인을 최소 한 곳 이상 거친 것으로 파악됐다.

조세 피난처를 활용한 투자가 늘면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케이맨제도의 총 기업 자산에서 중국 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46.3%에 달했다. 버뮤다(22.1%)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16.8%)에서도 중국 자본은 상당한 비중을 보였다.

문제는 투자가 조세 피난처를 거쳐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 중국 자본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게 된다는 데 있다. 기존 연구와 공식 통계는 주로 FDI 데이터를 활용하는데, 자금이 최종적으로 경유한 국가를 기준으로 집계된다. 중국 자본이 버뮤다 소재 투자 기업을 거쳐 A사를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FDI 통계로는 투자국이 중국이 아닌 버뮤다로 잡히는 구조다.

연구진은 케이맨제도·버뮤다 등 역외 조세 피난처를 거치는 다층 지분 구조를 역추적해 중국 자본의 최종 소유주를 추적했다. 그 결과 영국 광산 기업 리오 틴토는 싱가포르 법인을 통해 중국 알루미늄공사가 지분 14%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고, 덴마크 가전업체 뱅앤올룹슨 역시 버뮤다 소재 법인을 통해 중국 자본이 최종 지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표면상 케이맨제도, 버뮤다 기업처럼 보이지만 실제 ‘최종 지배자’가 중국인 구조를 추적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첨단 기술·선진국 투자에 집중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중국 자본의 투자 대상은 제조업(3930억달러), 과학·기술 전문 서비스(2600억달러), 에너지·전력 공급(1950억달러), 정보통신(1720억달러) 등 기술·전략 산업에 집중됐다.

지역별로는 유럽(41.6%)과 북미(37.7%) 등 선진국에 투자 자산의 대부분이 몰렸다. 한때 17.1%까지 치솟았던 아프리카·오세아니아·남아메리카에 대한 중국의 투자 비율은 6% 미만으로 감소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 정부의 산업 전략과 맞물려 있다. 연구진은 2015년 ‘중국제조 2025(MIC2025)’ 이후 중국 국유기업들이 IT·모빌리티·항공우주 등 10대 전략 산업의 해외 기업 인수를 집중적으로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하향식 지침은 개별 인수 대상 기업의 실적이나 현지 경기 상황과는 별개로 중국 자본 유입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연구진은 중국의 해외 투자 모델이 미국·일본·인도와 비교해 훨씬 강한 국가 주도 성격을 띤다고 봤다. 미국은 상업성과 시장 논리를 우선하는 모습을 보였고, 일본도 기술과 자산 확보를 중시하는 점에서는 중국과 유사했지만 국가 주도성은 훨씬 약한 구조로 평가된다. 인도는 기술을 공격적으로 확보하기보다는 시장 진출과 사업 확장에 초점을 둔다.

연구진은 “국가 주도의 자본이 국경을 넘을 때 단순히 시장 접근이나 조세 최적화에 그치지 않고 산업 정책의 도구로 작동한다”며 “이는 중국 내부의 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투자 대상국에는 장기적인 생산성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선진국 기업 인수 직후 中 국유기업 특허 4배 늘어

실제 연구진은 중국 자본의 투자 확대 이후 벌어진 ‘혁신의 역류 현상(innovation spillback)’에 주목했다. 이는 해외 기업에서 축적된 기술과 혁신 성과가 현지에 머무르지 않고 중국 본사로 이전된다는 의미다.

연구진이 해외 대형 자회사를 최소 한 곳 이상 보유한 중국 비금융 대기업 456곳을 분석한 결과, 선진국 기업을 처음 인수한 첫해 평균 특허 출원 건수는 연간 21건에서 64건으로 204% 증가했다. 특히 중국 국유기업은 특허 출원 건수가 15건에서 83건으로 4.4배 급증했다.

반면 현지 기업의 성과는 저조했다. 피인수 기업의 특허 수는 유의미하게 늘지 않았고, 총자산수익률(ROA)은 오히려 1.1%포인트 하락했다. 아울러 특정 산업에서 중국 기업 비율이 커질수록 현지 경쟁 기업들의 R&D 투자가 감소하는 현상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중국 자본은 인수 기업의 R&D 지출을 평균 6.6% 늘렸지만, 이런 투입은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며, 수익성의 현저한 하락을 동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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