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권력일까, 사람일까. <소시오크라시>를 읽으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질문이다. 이 책은 조직 운영을 설명하지만 결국 사람과 공동체를 이야기한다. 왜 우리는 함께 일하면서도 쉽게 지치고 갈등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협력은 구호가 아니라 조직 문화가 될 수 있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지배 없는 협력’이 떠올랐다.
사회적 경제는 사람을 중심에 둔 경제다.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은 경쟁보다 연대를, 이윤보다 공동 가치를 추구하며 탄생했다. 그러나 현실 조직은 종종 성장할수록 사람보다 구조를, 참여보다 효율을, 협력보다 지시를 앞세우게 된다. 좋은 뜻으로 출발한 조직도 몇몇 사람 판단에 의존하고, 회의는 있지만 토론은 사라지고, 참여는 있지만 결정권은 멀어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만난다.
<소시오크라시>는 이러한 한계를 넘어설 대안을 제시한다. 그것은 권력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함께 나누자는 제안이다. 책에서 말하는 ‘함께하는 힘(Power With)’은 누군가를 지배하는 힘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며 공동 방향을 만들어가는 힘이다. 바로 사회적경제가 추구해야 할 ‘지배 없는 협력’이다.
‘지배 없는 협력’은 책의 핵심 개념인 ‘동의(Consent)’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동의란 모두가 찬성하는 상태가 아니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조직 목적을 해칠 만한 타당한 이의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반대 의견은 막아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더 나은 결정을 위한 자산이다. 서로 다른 생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존중하면서 더 나은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진정한 협력인 것이다.
이 모습은 사회적 경제가 추구하는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협동은 생각이 같아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품을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구성원 한 사람의 목소리가 존중될 때 공동체는 신뢰를 얻고, 신뢰는 다시 협력의 자본이 된다. 관계의 자본은 사회적 경제가 키워야 할 것으로 중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책은 또한 조직 미래를 특정한 리더에게 맡기지 않는다. 소시오크라시에서 리더십은 직책이 아니라 기능이다.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도, 질문하는 사람도, 갈등을 조정하는 사람도 모두 리더가 될 수 있다. 권한은 나누고 책임을 함께 지는 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비로소 조직의 주인이 된다. 사회적 경제가 말하는 민주적 운영도 결국 이러한 모습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협력을 낭만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협력은 선한 의지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투명한 정보 공유, 지속적인 피드백, 성과에 대한 평가와 학습이 함께할 때 협력은 문화가 된다. 따뜻한 가치와 냉철한 시스템이 만날 때 공동체는 지속가능성을 얻는다.
우리는 사회를 바꾸는 힘이 거대한 제도나 막대한 자본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진정한 변화는 한 사람의 의견이 존중받는 회의에서, 함께 결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경험에서 시작된다. 사람을 따르게 만드는 조직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는 조직, 그것이 사회적 경제가 지향해야 할 모습이다.
<소시오크라시>는 결국 ‘지배 없는 협력’이 이상이 아니라 충분히 실현 가능한 조직 원리임을 보여준다. 함께 결정하고, 함께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 사회적경제의 미래는 바로 그 신뢰와 협력의 문화 위에서 더욱 단단하게 자라날 것이다.
/강보순 거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모두의경제 사회적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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