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30여 년간 경찰에 몸담고 있다. 범죄자를 모조리 소탕하겠다는 생각으로 형사가 되어 지금까지 달려왔지만 늘 초조하고 쫓기는 생활을 하다 보니 마음 편할 날이 한 해에 며칠이나 되었을지 모르겠다. 심신이 고단할 때마다 피우는 담배 한 개비는 짧은 시간이나마 나에게 주는 위로가 되기도 했는데 몸에서 나는 담배 찌든 냄새가 싫어 비흡연자 선언을 한 지 몇 년이 되어간다. 처자식 앞에서 호기 있게 금연 선언을 했건만 외근 중에 문득 떠오르는 담배 연기의 유혹을 이겨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담배 하나 끊는 것도 어려운데 마약중독자의 금단 현상은 금연과는 비교도 안 될 고통의 연속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필자가 맡고 있는 마약범죄 수사를 하면서 느끼는 소회를 몇 가지 전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마약 범죄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특히 코로나19 시국 동안 마약범죄는 음지에서 암세포보다도 빠른 속도로 전이되었다. 필자가 근무하는 부서에서 검거한 드라퍼(마약유통책)의 나이대를 보니 상당수가 10대, 20대 청년이라는 점도 놀랍고 안타깝다. 그들은 인터넷 불법 도박 등으로 빚을 지고 소위 ‘던지기’ 수법으로 월 1000만 원 소득의 유혹을 받고 마약 유통에 손을 댔다고 진술했다. 마약에 중독된 이들의 이야기는 더욱 놀랍다. 교실에서 친구가 권하는 마약 섞인 음료를 마시고 마약을 시작한 고등학생, 그저 살을 빼려고 ‘나비약’을 먹었다가 그 중독성을 끊어내지 못하는 중학생, 공부 잘하는 약을 찾다가 ‘메틸페니데이트’에 중독되어 더 심한 마약에 손댔다는 취업준비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약범죄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은 온라인 단속 강화, 전문수사관 양성, 국제공조체계 구축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단속망을 교묘히 피해서 날이 갈수록 퍼져나간다. 악성종양 같은 마약범죄를 퇴치하려면 단 한 명의 마약피해자도 만들지 않겠다는 사회적인 관심과 마약범죄를 반드시 퇴치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
약 200년 전 아시아의 맹주였던 청나라는 아편으로 병들어 불과 2만 명도 안 되는 영국군에 굴복했다. 비슷한 시기에 영국과 프랑스가 러시아와 대전한 크림전쟁에 투입한 병력이 40만 명에 육박한 것을 고려하면 청나라는 아편으로 자멸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은 현재까지도 마약사범을 사형, 종신형 등의 엄벌에 처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상황도 결코 녹록지 않다. 사회적인 마약 퇴치 의지를 다시 한번 촉구해 본다.
/손종수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 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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