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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반야심경(Heart Sutra), 주인 없는 목소리

불교계 AI 음악의 선두주자. 가장 현대적인 만트라를 만들어 불교계 음악에 큰 소문과 파동을 일으킨 유튜브 채널 '곰딴(Gomdan)' 운영자, AI 뮤직 아티스트 김동현을 만나러 대구로 향했다. 즉흥적이고 순간의 충실함을...

반야심경(Heart Sutra), 주인 없는 목소리

AI 뮤직 아티스트 곰딴(김동현) 인터뷰

부드러운 선율과 목소리가 흐른다. 곡명은 〈반야심경(Heart Sutra)〉. 조회수 207만 회 돌파. 불교계 AI 음악의 선두주자. 가장 현대적인 만트라를 만들어 불교계 음악에 큰 소문과 파동을 일으킨 유튜브 채널 ‘곰딴(Gomdan)’ 운영자, AI 뮤직 아티스트 김동현을 만나러 대구로 향했다.

즉흥적이고 순간의 충실함을 따르는 사람. 감각에 이끌리는 사람. 곰딴(김동현)은 스스로를 그렇게 소개한다. 본래 전공은 심리학, 이후 20여 년간 싱어송라이터, 인디 뮤지션의 길을 걸었다. 이후 회사인으로서 10년, 대구에서 비영리재단법인 교육기관에서 기획팀에서 근무했다. 순간순간의 끌림에 충실했기에 발걸음이 향하는 길은 구불구불했다. 하지만 그 덕에 가벼운 손과 마음, 경쾌한 실행력을 가질 수 있었다. 20년차 인디 뮤지션이 AI 반야심경을 만들었다. 다른 길로 돌아다녔어도, 곰딴(김동현)이 긴 시간 꾸준히 해 온 것은 단연코 음악이다.

최근에는 휴식할 타이밍을 깨닫고 반년 전 퇴사했다. 건강을 챙기며 오롯이 음악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그에게 반야심경과, AI 뮤직, 진언과 기술이 만나는 순간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얼마 전 퇴사해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실상 프리랜서가 돼서 루틴 유지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작업에는 지장이 없는가. 루틴을 어떻게 꾸려 가고 있는가. 최근 근황을 듣고 싶다.

A. 음악 작업은 생활에 가까워서 작업하는 날을 따로 잡아 두진 않고 거의 매일 몇 곡씩 만든다. 그러니까 음악 아웃풋(output) 루틴은 매일매일. 매일 뱉어낸다. 음악 인풋(input) 루틴은 날을 잡아서 한꺼번에 집어넣는다.

루틴 유지가 어렵진 않다. 서대구 쪽에 스튜디오가 있어서 그쪽으로 출근한다. 매일 출근하고 며칠 머무를 때도 있다. 규칙으로 쪼개지 않은 생활이 몰입을 더 도와주는 느낌이다. 최근의 화두는 내 안에 건강한 에너지를 모으는 방법이다.

Q. 개인 루틴 외에 외부와의 협업도 활발히 이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A. 그렇다. 작년 5월부터 12월까지 대한불교조계종 유튜브 채널과 연계해서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Weekly 선명상〉에 게송을 연재했다. 진우 스님 법문이 전달되면 게송을 AI 뮤직 쇼츠로 만들었다. 짧은 BGM 연재라고 생각하면 된다.

Q. 이전 인터뷰에서 ‘종교가 전하는 여러 가치, 자비·깨달음·사랑·인·예는 모두 나에게 있어 지혜 덩어리다’라고 표현했다. 그 후로 2년이 지났는데 불교라는 존재가 곰딴에게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하다.

A. 내게 있어 불교가 지혜의 덩어리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단, 그 지혜를 내 이야기와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를 새롭게 고민하고 있다. 불교의 지혜를 보통 이야기와 접목하기 위해 도전 중이다. 예컨대 사랑, 연애, 절망에 관한 것. 작년부터 작곡한 4부작 〈개안〉, 〈벌어〉, 〈낙원〉, 〈중력〉이 그에 관한 것이다.

AI 뮤직 〈반야심경(Heart Sutra)〉를 만들며

Q. 불교 경전을 기반으로 AI 불교 음악 〈반야심경(Heart Sutra)〉를 제작했다. SUNO AI 작곡 프로그램을 활용할 때 AI 아티스트로서 곰딴은 AI와 작곡을 어떻게 분담하는가.

A. SUNO를 쓰고 있다. 먼저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작곡한다. 초기에는 마음에 드는 구간을 몇 초씩 연장(extend)해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곡을 완성했다. 심각하게 힘들었다. 지금은 멜로디와 코드를 내가 작업한다. 뼈대를 전체적으로 세워 놓고 AI에 입력해 톤과 분위기를 프롬프트로 설계한다. 내가 AI에게 맡기는 건 편곡 단계다.

Q. 예상보다 AI의 개입이 적은 것 같다.

A. 멜로디 작곡이랑 코드를 직접 하고 있으니 결국 인간이 주도하고 있다. 그렇지만 AI의 역할이 적다고는 할 수 없다. 아주 다양한 톤·편곡 버전을 AI가 제시해 주고, 일 년 사이에도 기술이 껑충껑충 발전해서 사실상 정말 많은 변주(variation)를 보여 주니까.

곰딴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돼 있는 《윤회팝》 수록곡. <참회-천수경>(2024).

<반야심경(Heart Sutra)>(2024).

<개안(開眼)>(2025).

<벌어>(2025).

Q. 〈반야심경(Heart Sutra)〉에 더불어 〈참회-천수경〉, 〈신묘장구대다라니〉 등 곰딴의 불교음악 소품집 《윤회팝》은 경전을 기반으로 창작했다. 작사 과정이 궁금한데, 경전을 AI에게 입력해서 가사를 다듬었나.

A. 경전 기반 노래는 한국어본을 참조한다. 경전을 기반으로 하는 노래는 경전 구절을 그대로 살리고 직접 부드럽게 가사를 다듬는다. 단어를 간결히 풀어 쓰되, 본뜻을 벗어나지 않도록 의역한다. 〈반야심경(Heart Sutra)〉의 진언 파트는 함축적인 의미를 풀어서 쓴다는 부분에서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기세를 다퉜는데, 결국 다가가기 쉽고 기억하기 용이한 한국어 사용이 가장 좋았다. 쉬운 가사, 직관적인 가사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Q. 〈반야심경(Heart Sutra)〉 후렴구 ‘가자 가자 넘어가자, 모두 넘어가서 무한한 깨달음을 이루자’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절이다. 진언 ‘넘어가자’라는 말이, 마치 지금 이 고비를 ‘넘어가자’라는 말처럼 들린다. 누구나 이런 고비를 겪으니 나 또한 이 고비를 넘어갈 수 있으리라는 희미한 낙관을 준달까. 울림이 있다.

A. 나도 진언 파트에서 울컥울컥 위로받는다. ‘가자, 가자’ 노래하면 벌써 외롭지가 않다. 청유형으로 쓰였다는 게 한국어로 불렀을 때의 감동 포인트다. 영어와 일본어로는 다 같이 넘어가자는 어감을 다 못 살린다. 영어로는 ‘Go’, 일본어로는 잘해야 ‘갈래요?’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이 언덕을 다 같이 넘어가자는 느낌이 덜하다.

평소에 감정을 잘 누그러뜨리지 못하는 편이다. 그런데 반야심경은 무언가 해낼 수 있는 힘을 준다. 퇴사를 앞두고 우울했던 시기에 절에 갔는데 부처님오신날 행사에서 반야심경을 함께 외우는 장면을 봤다. 한순간 공해지며 부정적인 감정이 해소됐다. 반야심경은 신비로운 진언이다.

Q. 곰딴의 만트라는 무엇인가.

A. 굳이 애써서 만트라를 외우는 것 같지 않지만… 생각해 보자면. ‘오온이 공하다’가 내 만트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새는 기대와 탐욕을 배제하려 한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싶고, 공함을 좀 더 의식하며 행복과 긍정에 힘을 쏟고 싶다.

AI&가상(假相)&공(空)

Q. 지난 1월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애니메이션 〈초(超) 가구야 공주!〉, 다가오는 4월 13일 컴백하는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 AI 보이스와 더불어 출현한 새로운 형태의 음악이자 아티스트들이다. 이 신생 음악 장르가 호소력을 가지게 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먼저 버추얼 아이돌과 AI 보이스의 다른 점을 짚어 보고 싶다. 둘은 카테고리가 다르다. 버추얼 아이돌·아티스트의 상은 현존한다. RP(Role Play)를 하면서 그 사람의 성격이나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하지만 그 뒤에 실존하는 사람이 있다. 그 상이 가상 혹은 추상일 뿐.

반면 AI 보이스는 목소리의 주인이 없다. AI 보이스는 AI가 학습을 통해서 가상의 무언가를 생성해 낸 것이다. AI 보이스는 원래 존재하던 목소리가 아니다. 실존하지 않는다. AI 보이스는 가정인 if이다. 나는 버추얼 아이돌과 AI 보이스를 묶는 공통점이 ‘상상력’이라고 생각한다.

2026년 1월 22일, 넷플릭스가 독점 공개한 〈초 가구야 공주!〉 공식 예고편 중에서. 사진 출처 〈초 가구야 공주!〉 공식 X

플레이브 ‘데뷔 3주년 기념 스페셜 라이브’ 포스터. 3월 12일 전국 CGV 41개 지점에서 진행된 플레이브 스폐셜 라이브 뷰잉은 팬미팅 콘셉트로 진행됐다.

Q. AI와 상상력에 대해 더 들어 보고 싶다.

A. 진짜와 가짜 여부보다 이제 상상력이 중요하다. 상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중요치 않으니까. 그 둘을 가르는 경계도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

지금까지는 ‘허상’이라는 개념에 이런저런 판단이 들어갔고,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었다. 하지만 AI를 돌려 보면 알 수 있듯 AI는 종종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인공 지능이 거짓이거나 맥락과 관련 없는 내용을 생성하는 것)을 일으키지 않는가. AI가 일부러 악한 의도를 가지고 할루시네이션을 생성하는 것도 아니고 사용자들도 AI가 단순히 ‘에러’를 일으켰다는 것을 안다. 이제 그 허상을 단순하게 ‘에러’라고 부르게 될 것이다. AI와 공존하는 시점에서부터는 허구·상상이 공존한다. 그런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Q. 가상이든 실재든, 의도가 지워질 것이라는 뜻으로 들린다.

A. 그렇다. 어쨌든 모든 것에 있어서 나 또한 특정한 의도를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AI 〈반야심경(Heart Sutra)〉든 〈참회-천수경〉이든 만들고 나서 내가 곡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곡을 만드는 순간에는 열정을 불어 넣지만 만들고 나서는 의도를 비우려고 한다.

애니메이션 〈초 가구야 공주!〉 공식 포스터. 출처 〈초 가구야 공주!〉 공식 X.

러브 온 더 락 시인 고선경이 글 쓸 때 듣는 음악으로 〈초 가구야 공주!〉 OST 앨범을 추천하기도 했다. 버추얼 아이돌, AI 보이스는 동시대 문화를 아우르며 창작자들에게 다방면으로 영감이 돼 주고 있다.

Q. 아까부터 비움을 강조해서 궁금증이 생긴다. 곰딴이 생각하는 공(空)이란 무엇인가.

A. 굳이 어렵게 생각을 하려 하지 않는다.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나가는데 그 아웃풋이 부끄럽지 않게 하고 싶다. 그게 내가 소위 생각하는 공(空)함의 어떤 한 부분 같다.

곰딴이 월간 「불광」 인터뷰를 기념해서 반야심경을 새로 제작했다. 이번 반야심경은 모던팝의 밝은 무드에서 그루브가 느껴진다. 언뜻 들으면 곰딴의 목소리를 닮기도 했지만 곰딴의 음악이 200만 명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 목소리의 ‘주인이 없다’는 데 있었다. 노래하는 화자의 실체도, 욕심도, 집착도 사라진 AI의 음성이 ‘나’라는 상(相)을 비워 내야 하는 반야심경의 내용과 기묘하게 닿는다.

디지털 기술이 빚어낸 ‘주인 없는 진언’. 비어 있기에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반야심경, Heart Sutra. 깊숙한 내면의 심(心)에 무언가를 넣어야 할까. 마음을 비워 내는 고요한 평정심의 세계를 곰딴으로부터 알게 된 듯하다.

곰딴 반야심경, 2026.

사진 제공. 곰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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