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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반도체 호황, 세수의 미래를 묻다

최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국가 재정에 반가운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과 빅테크 기업의 케펙스 투자(CAPEX)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로 법인세수가 늘어나고, 관련 협력업체와 고용까지 함께 살아나는 모습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반도체 호황, 세수의 미래를 묻다

[내일을 열며] 곽상현 선경세무법인 대표·세무사

최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국가 재정에 반가운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과 빅테크 기업의 케펙스 투자(CAPEX)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로 법인세수가 늘어나고, 관련 협력업체와 고용까지 함께 살아나는 모습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이 호황이 던지는 진짜 질문은 "얼마나 걷혔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쓸 것인가"에 있다.

세수 증가는 언제나 유혹을 동반한다. 당장 눈앞의 민원을 해결하고, 표심을 얻을 수 있는 사업에 예산을 배정하고 싶은 정치적 욕구는 자연스럽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의 호황은 영원하지 않다. 글로벌 경기 사이클, 기술 패권 경쟁, 각국의 보조금 전쟁 속에서 지금의 초과 세수는 몇 년 뒤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는 일시적 잉여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성격의 재원을 경상적 복지 지출이나 단기 소비성 사업에 그대로 흡수시킨다면, 호황이 꺾이는 순간 재정은 구조적 적자로 돌아설 위험이 있다.

따라서 현명한 재정 운용은 지금의 풍요를 다음 세대의 성장 동력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반도체 산업 자체의 초격차를 지키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그리고 이차전지·바이오·인공지능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한 선제적 재투자가 필요하다. 인프라와 인력 양성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다. 지금 벌어들인 세수를 미래 산업의 씨앗을 뿌리는 데 쓰지 않는다면, 우리는 풍년의 곳간을 열어 겨울을 준비하지 않는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셈이다.

재정 당국에는 경기 순응적 지출이 아니라 경기 대응적 원칙이 필요하다. 호황기에 걷힌 초과 세수의 일정 비율은 재정 여력을 비축하거나 미래 산업 기금으로 적립하는 규율을 세워야 한다. 이는 단순한 절약이 아니라, 다음 불황에 대응할 수 있는 재정 체력을 기르는 일이며, 동시에 산업 경쟁력의 다음 라운드를 준비하는 투자다. 정치적 인기와 무관하게 이런 원칙을 지켜낼 수 있는 재정 리더십이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국민들의 인식 전환도 함께 필요하다. 세수가 늘었으니 당장 더 많은 혜택이 돌아와야 한다는 기대는 자연스럽지만, 그 기대가 결국 파이를 갉아먹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장기적으로는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된다. 오히려 지금의 여유를 미래를 위한 투자로 돌리는 데 동의하고 지지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할 것이다. 눈앞의 이익보다 파이 자체를 키우는 선택을 할 때, 그 열매는 우리 세대를 넘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다.

반도체 호황은 한국 경제에 주어진 흔치 않은 기회다. 이 기회를 단기적 소비로 흘려보낼 것인가, 아니면 미래 산업을 위한 든든한 디딤돌로 만들 것인가는 지금 이 순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오늘의 풍요를 절제된 안목으로 관리하여 내일의 더 큰 풍요로 이어가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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