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남만 챙긴다고 ?… 97%가 수도권·충청권 생산
한은 ‘반도체 등 생산 및 공급망 지도’ 발간…호남권은 1%에 그쳐
편중 더 심해질 듯…“정부 호남권 반도체 구축은 균형발전 실천”
2026년 07월 27일(월) 20:30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의 97%가 수도권과 충청권에 몰려 있고 호남권 비중은 1.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74.5%였던 수도권 편중도가 2024년 82.3%까지 뛰어오르며 지역 격차는 10년 새 더 벌어졌다.
정전과 용수난, 자연재해, 군사적 충돌 등 단 한 번의 충격이 국가 생산망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지역 안배가 아니라 공급망 안전을 위한 ‘제2 생산축’ 구축으로 봐야 한다<7월 27일 광주일보 2면>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의지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이라는 순풍을 놓치지 않고 인공지능(AI) 시대 주도적 위치를 확보하는 동시에, 지역 불균형 발전이라는 한국의 오랜 모순까지 타파하겠다는 비전을 실천하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우리나라 주요 제조업 생산 및 공급망 지도’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반도체 생산액 가운데 수도권 비중은 82.3%, 충청권은 14.7%였다. 두 권역을 합치면 97.0%에 달한다. 반면 호남권은 1.0%에 그쳤다. 사실상 국내 반도체 생산 지도가 수도권과 충청권 두 곳에만 그려져 있는 셈이다.
수도권에는 삼성전자 화성·평택·기흥공장과 SK하이닉스 이천공장이 몰려 있다. 충청권에도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삼성전자 온양·천안공장, LX세미콘 대전사업장이 자리 잡고 있다. 웨이퍼를 직접 생산하는 전공정 팹과 후공정, 설계기업이 연계된 대규모 생태계가 수도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것이다.
쏠림은 반도체 산업이 커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다. 국내 반도체 생산액은 2014년 74조원에서 2019년 134조4000억원, 2024년 210조8000억원으로 10년 새 2.8배 늘었다. 전체 제조업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0%에서 10.1%로 두 배 이상 뛰었다. 부가가치는 같은 기간 44조3000억원에서 125조3000억원으로 늘어 제조업 전체 부가가치의 16.7%를 차지했다.
반도체가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으로 자라잡았지만, 생산 기반은 특정 권역에 더욱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기업별 매출 흐름을 고려하면 수도권·충청권의 실질 비중은 더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서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전년보다 21.1%, SK하이닉스는 47.9% 증가했다. 두 기업의 핵심 생산 거점이 경기 화성·평택·이천과 충북 청주 등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최근 반도체 호황의 과실도 기존 집적지로 쏠리는 구조다. 다만 이는 기업 매출을 토대로 한 추정으로 권역별 2025년 생산액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한은 조사국 정성엽 지역연구지원팀장은 “올해 들어서는 수도권에 생산 시설이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매출액이 크게 증가한 만큼 현재 기준으로는 수도권 내 반도체 비중이 훨씬 더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호남권은 올해 기준으로는 1.0%에도 못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호남권 생산 비중 1.0%를 떠받치는 사실상 유일한 거점은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광주공장이다.
하지만 앰코 광주공장은 반도체를 웨이퍼 단계에서 생산하는 팹이 아니라 만들어진 칩을 패키징하고 성능을 시험하는 OSAT(외주 반도체 조립·테스트) 시설로, 반도체 산업의 핵심축에서는 다소 비켜나 있다.
지역 경제계는 광주 군공항 이전 부지에 추진되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의 빠른 착공을 희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전국에서 반도체 비중이 1%에 불과한 호남지역에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발표했으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광주 군 공항 이전 부지에 반도체 팹(생산공장) 4기를 짓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팹을 분산 배치함으로써 재난과 안보 위험 등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으며, 독립적인 체계를 갖춘 ‘제2의 국가 성장 엔진’ 역할을 맡아 국가 경제의 안전장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과 일부 지역에선 호남 우대론 등을 꺼내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장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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