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반도체 특별시로 하. 기업이 몰려든다
평택·화성·청주 등 협력사들, 팹 반경 수십 ㎞ 이내 집적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형성…막대한 일자리 창출 파급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대비 소부장 특화단지 조성 계획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삼성전자 제공
세계 최대의 반도체 노광(Lithography) 장비 제조 기업인 ASML은 지난 2017년 경기도 평택시에 둥지를 틀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극자외선(EUV) 등 초미세 핵심 공정의 실시간 가동을 곁에서 지원하기 위해서다. ASML뿐만이 아니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도쿄일렉트론 등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장비, 소재, 인프라 설비 관련 핵심 기업들이 삼성전자 반도체 팹(Fab) 밀착 지원을 위해 평택 일대로 집결했다. 반도체 팹은 공장 하나 생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반도체 팹을 들이고 유지하고 또 확대하는 데 필요한 장비 뿐만 아니라 이를 다룰 기술 인력과 교육 인프라가 함께 따라 붙는다. 반도체 투자가 지역 산업생태계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이유다.
18일 무등일보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들어선 평택시 일대를 살펴본 결과 관련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이 팹 반경 수십 ㎞ 이내에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반도체 핵심 기업 중 하나인 원익IPS가 대표적이다. 평택 진위산업단지에 본사와 R&D 센터, 대규모 생산 라인을 구축했다. ASML과 같은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굴지의 1·2차 협력사들도 평택 일대에 R&D 센터와 제조 시설을 집적시키며 이른바 ‘소부장 생태계’가 형성돼 있는 모습이다.
2022년 9월 경기 평택시에서 ASML 코리아가 기존 사무실을 확장한 것을 기념해 ‘NEW 오피스 in 평택’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ASML 제공
반도체 산업 특성상 초미세 공정을 다루는 만큼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수천억원대 핵심 설비의 실시간 유지·보수, 수율과 직결되는 특수가스와 세정액 등 화학물질의 안정적이고 즉각적인 근거리 수급망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대형 팹이 가동되면 국내외 내로라하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이 물류 비용을 아끼고 기술 대응 속도를 높이기 위해 팹 인근으로 속속 모여들게 된다.
실제 평택과 화성 일대에는 ASML을 비롯해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도쿄일렉트론 등 글로벌 ‘장비 공룡’들이 둥지를 틀었다. ASML의 경우 올해 하반기에만 세자릿수 이상의 인력을 채용했다. 근무지는 화성·평택·이천·청주다. 모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팹이 자리잡은 곳이다.
반도체 팹이 단순히 건설이나 생산액만으로 계산할 수 없는 이유다. 메가 팹 유치가 불러오는 폭발적인 소부장 집적 효과와 일자리 창출 파급력은 데이터로도 뚜렷하게 입증된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지난 2024년 실시한 ‘경기도 반도체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기도 반도체산업은 주로 소기업 중심의 장비·부품 제조업체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전체 반도체 기업 중 약 75%가 소기업이고, 업종의 94%가 장비·부품 제조업체다. 즉,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대형 팹 하나가 들어서면 그 아래로 전체 산업의 94%를 차지하는 장비·부품 중소 제조 생태계가 형성되고, 거대한 지역 고용 시장을 창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인 팹 4기를 추진 중인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계획대로 형성된다면 소부장 생태계도 덩달아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간 반도체 팹이 수도권에 쏠림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부장 생태계도 수도권에 집중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지역경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국내 반도체 생산액 중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82.3%로 압도적이다. 반도체 팹이 평택을 비롯해 화성과 이천에 밀집된 탓이다. SK하이닉스가 있는 충청권은 14.7%다. 반면 호남권은 단 1.0%에 불과하다. 정부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비해 최근 전북특별자치도를 ‘반도체 소재·케미컬 소부장 특화단지’로 선정했다. 또 광주군공항이 이전하는 무안에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해 반도체 생산시설을 뒷받침할 소부장 기업을 집적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파급이 일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테스트 업체인 앰코테클로노지코리아가 3조원을 투자해 광주공장 첨단반도체 후공정 생산라인을 증설하겠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에 맞춰 생산라인을 대폭 증설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자회사인 냉난방공조(HVAC) 기업 플랙트그룹 공장을 광주에 짓고 있는 것 또한 반도체 팹 가동에 맞춰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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