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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반도체 중심 성장의 이면…슈퍼사이클의 역설

반도체 호황은 청주시 등 충북 경제에 뚜렷한 성장 동력을 안겼다. 하지만 일부 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 더 깊어진 반도체 의존 청주시 산업 구조의 취약성은 단순히 특정 수출 품목에 대한 의존에 그치지...

반도체 중심 성장의 이면…슈퍼사이클의 역설

청주시 수출입 5개년 현황(청주시정연구원 제공)

반도체 호황은 청주시 등 충북 경제에 뚜렷한 성장 동력을 안겼다. 하지만 일부 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 확대로 특정 품목과 특정 시장에 대한 의존도도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편중된 구조는 중동발 에너지·물류 불안과 미국·이란 갈등, 공급망 재편 같은 대외 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겉으로는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외부 충격이 생산과 수출, 고용 전반으로 빠르게 번질 수 있는 취약한 체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수출 호황의 이면에 놓인 청주시 산업 구조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더 깊어진 반도체 의존

청주시 산업 구조의 취약성은 단순히 특정 수출 품목에 대한 의존에 그치지 않는다. 청주지역은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산업도시인 만큼 에너지 가격과 물류비, 환율 같은 대외 변수의 충격이 생산과 수출, 고용 전반으로 빠르게 번질 수 있는 구조를 안고 있다.

겉으로는 수출 회복세가 두드러지지만 그 기반에는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산업 체질이 자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청주의 문제는 “수출이 잘된다”는 사실보다 “무엇으로, 어떤 구조 위에서 잘되고 있느냐”에 더 가깝다. 성장이 이어질수록 산업의 저변이 넓어지기보다 오히려 더 좁아지고 있다면, 그 성장은 호황기에는 강점이지만 불황기에는 약점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청주시는 제조업이 지역 부가가치의 48.6%를 차지하고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전자 수출이 216억달러를 넘어 전체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여서 국제유가 상승이나 해상 물류 차질이 발생할 경우 그 비용 충격이 개별 기업을 넘어 지역경제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원재료와 에너지 가격 상승은 곧장 생산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여기에 운송 지연과 환율 변동까지 겹치면 납기 차질과 수익성 악화,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반도체와 이차전지 같은 첨단 제조업은 겉으로는 고부가가치 산업이지만 실제로는 전력과 원자재, 정교한 글로벌 물류망에 깊이 의존하는 구조여서 대외 변수 변화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는다. 이 점에서 청주의 주력 산업은 성장의 엔진인 동시에 외부 충격의 전달 통로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충격이 한 업종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제조업에서 시작된 비용 상승과 생산 차질은 운송·창고를 거쳐 도소매와 서비스업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고용과 소비 둔화로 연결된다. 생산 차질은 납기 지연을 부르고 납기 지연은 기업 신뢰도와 계약 이행 부담을 흔들며 이는 곧 투자 축소와 신규 채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청주시의 약점은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는 수준이 아니라 하나의 외부 충격이 지역 산업과 생활경제 전반으로 연쇄 확산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 있다. 수출 실적이 좋아 보이는 시기일수록 이런 편중 구조는 가려지기 쉽지만 바로 그 호황기야말로 지역 산업의 체질을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 호황이 만든 더 좁은 시장

수출 편중은 품목에만 그치지 않는다. 청주 경제가 기대고 있는 충북 전체 수출 구조를 보면 경로 역시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 대만이 최대 수출시장으로 올라선 가운데 중국, 미국, 홍콩, 말레이시아 등 상위 몇 개 국가에 수출이 집중되면서 특정 시장 의존도가 한층 높아진 모습이다.

특히 대만 비중은 과거와 비교해 큰 폭으로 확대됐는데 이는 반도체 수출 급증으로 인한 결과로 해석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한 수출 증가가 아니라 그 증가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느냐다. 시장이 넓어졌다기보다 특정 공급망에 더 깊숙이 편입된 결과라면 그 성장의 성격은 다르게 읽을 필요가 있다.

이 변화의 핵심에는 AI 호황이 있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고 국내에서 생산된 반도체가 대만에서 패키징과 후공정을 거쳐 글로벌 시장으로 공급되는 구조가 강화됐다.

그 결과 대만 수출은 사실상 반도체 중심으로 재편됐고 시장 확대 역시 단순한 교역 다변화라기보다 특정 산업 공급망에 더 깊게 편입된 결과에 가깝다. 수출이 늘어난 만큼 시장이 넓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특정 공급망에 대한 연결이 더 강해진 셈이다.

이는 호황기에는 대규모 주문과 빠른 생산 확대를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공급망 변화나 지정학 리스크가 닥쳤을 때 충격을 더 직접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에 최근 수출이 아시아 비중에 크게 의존하고 북미·유럽 비중은 상대적으로 약한 흐름을 보인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지역 경제는 단지 반도체라는 한 품목에 기대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아시아 중심의 특정 시장 구조에도 깊게 연결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중동발 충격이 직접적인 수출 감소보다 에너지 공급과 해상물류, 환율 경로를 통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수출 목적지가 한쪽으로 쏠릴수록 외부 충격이 지역경제로 들어오는 통로 역시 그만큼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수출 구조는 더 넓은 세계시장으로 뻗어 나간 구조라기보다 특정 축에 더 강하게 묶인 구조에 가깝다.

반도체 호황기에는 이런 구조가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강점처럼 보일 수 있다. 실제로 특정 시장과 공급망에 깊게 편입될수록 주문과 생산은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특정 산업 사이클의 변화나 특정 공급망의 차질이 곧바로 지역경제 전체의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지금의 대만 중심 수출 구조는 충북 경제가 호황의 수혜를 크게 누리는 통로이자 동시에 다음 충격이 가장 빠르게 스며들 수 있는 경로이기도 하다. 호황이 길어질수록 그 구조는 더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효율이 곧 안정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지역경제 내부 양극화 심화

이러한 수출 구조의 가장 큰 특징은 증가세 자체보다 어떤 품목이 늘고 줄었는지에 있다. 전체 수출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다시 살아났지만 그 회복의 온기가 산업 전반으로 고르게 퍼졌다고 보긴 어렵다. 관련 자료를 보면 최근 수출 확대는 사실상 반도체가 이끈 반면 반도체 이외 품목은 오히려 감소 흐름을 이어갔다.

수출 증가의 과실이 여러 산업으로 확산되기보다 특정 업종에 집중되는 구조가 더 뚜렷해진 셈이다. 겉으로는 수출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여도 내부를 들여다보면 모든 산업이 함께 좋아진 것이 아니라 일부 업종이 전체 지표를 떠받치고 있는 형국에 가깝다.

이런 흐름은 이른바 K자형 양극화로 설명할 수 있다. 반도체는 AI 수요 확대와 공급망 재편의 수혜를 받으며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지만 다른 품목들은 같은 속도로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충북 수출 구조는 반도체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됐고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들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최근 주요 수출 품목을 보면 전기전자 계열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반면 나머지 품목은 규모나 증가세 면에서 상대적으로 힘이 약하다.

이는 지역 경제가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대어 성장세를 이어가는 동안 다른 산업은 상대적으로 뒤처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도체와 전기전자 같은 주력 업종이 강한 성장 동력이 되는 것은 맞지만 그만큼 지역 산업 구조의 균형은 더 약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통계와 체감 경기의 간극이다. 반도체 중심 성장은 생산과 수출 지표를 빠르게 끌어올리지만 그 성과가 지역 내 고용과 소비, 자영업 경기로 고르게 퍼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특정 대기업과 특정 업종의 실적이 좋아져도 지역 산업 생태계 전반이 함께 살아나지 못하면 통계상 성장과 시민이 체감하는 경기 사이의 간극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수출은 최고치를 찍는데 지역 상권과 내수는 그만큼 살아나지 않는다면 그 호황은 일부 업종의 호황일 뿐 지역경제 전체의 체력 개선이라고 보기 어렵다. 바로 이 지점에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기회인 동시에 역설이 된다.

따라서 최근 충북의 수출 호조를 곧바로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반도체 호황이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다른 산업의 상대적 위축을 가리고 있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지금의 성장세가 단단한 산업 저변 위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특정 업종의 슈퍼사이클에 기대고 있는 것인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수출 실적이 좋아 보일수록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산업 간 격차를 더 꼼꼼히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출 증가와 산업 체질 개선은 같은 말이 아니다. 지금 청주의 성장은 외형 확대에는 성공했지만 그 성장을 떠받칠 저변을 넓히는 데까지 나아갔다고 보긴 어렵다.

다음 과제는 분산

다음 과제는 분명하다. 지금의 반도체 호황을 더 키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역에 필요한 것은 반도체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 하나에만 지나치게 기대지 않는 경제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특정 산업의 슈퍼사이클이 끝나도 지역경제 전체가 함께 흔들리지 않도록 성장의 축을 넓히고 충격을 흡수할 완충 장치를 키워야 한다. 호황의 과실을 더 크게 쌓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과실이 줄어들었을 때도 버틸 수 있는 체질을 만드는 일이다.

우선 필요한 것은 상시적인 점검 체계다. 반도체 가격과 재고, 주문·출하 흐름, 주요 기업 투자 동향, 대만과 미국을 축으로 한 공급망 변화처럼 지역경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지표들을 지속적으로 들여다보며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해야 한다. 지금처럼 호황기 지표에만 기대다 보면 하강 국면에 들어섰을 때 대응은 늘 뒤늦을 수밖에 없다. 외부 충격이 닥친 뒤에 움직이는 방식이 아니라 충격이 오기 전부터 산업과 통상 흐름을 읽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단기적으로는 유가, 환율, 해상 운임, 보험료 같은 외부 변수의 급등락을 상시 점검하는 조기경보 체계를 갖추고 물류비와 금융 부담이 큰 중소 수출기업에 완충 장치를 마련하는 실무 대응도 병행돼야 한다.

산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반도체와 첨단 제조업이 지역 성장의 핵심 축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에 비해 다른 산업의 존재감이 너무 약해진 구조는 장기적으로 불안정하다. 바이오와 자동차부품, 의료·돌봄, 교육, 공공서비스, 생활밀착형 서비스업처럼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하거나 지역 내 수요와 연결될 수 있는 분야를 함께 키워야 한다. 그래야 특정 업종의 부침이 곧바로 도시 전체의 부침으로 번지는 구조를 완화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새로운 업종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주력 산업과 다른 성격을 가진 산업을 함께 키워 충격이 분산되도록 만드는 일이다.

수출시장도 넓혀야 한다. 지금처럼 아시아 그중에서도 특정 국가와 공급망에 대한 의존이 깊어질수록 외부 충격은 더욱 직접적으로 들어온다. 따라서 대만·중국 중심의 수출 구조를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같은 신흥시장으로 넓히고 새로운 판로와 유통망을 확보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수출 대상국을 다양화하는 것은 단순한 시장 확대가 아니라 특정 지역 리스크를 분산하는 산업 안정화 전략에 가깝다. 특정 시장 의존도가 줄어들수록 하나의 지정학 변수나 공급망 차질이 지역경제 전체를 흔들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질 수 있다.

대기업 중심 수출 실적이 지역 내 체력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지금의 구조에서는 수출이 늘어도 그 과실이 지역 중소기업과 고용, 소비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와 첨단 제조업의 성과가 지역 협력업체, 중소기업, 서비스업, 내수경제와 연결될 수 있도록 전후방 연관 효과를 키우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야 수출 호황이 통계상의 성장에 그치지 않고 지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소득과 소비, 고용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반도체 호황은 청주 경제에 분명한 기회다. 그러나 그 기회가 곧바로 안정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성과를 쌓는 일만이 아니라 그 성과가 흔들릴 때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함께 만드는 일이다. 슈퍼사이클의 한복판에서 필요한 것은 환호보다 점검이고 성과의 확대보다 구조의 보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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