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의 미래, 산업설비에서 답을 찾다
선치웅 한국폴리텍대학 전남캠퍼스 에너지설비자동화과 교수
2026년 09월 15일(화) 22:00
광주가 또 한 번의 변화를 앞두고 있다. 최근 반도체 기업의 투자 계획이 발표되면서 지역 사회는 새로운 성장의 기대감으로 들떠 있다. 자동차와 가전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광주가 이제는 첨단 반도체 산업이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게 된 것이다.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하지만 한 가지 놓쳐서는 안 될 사실이 있다. 반도체 공장은 첨단 장비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머리보다 심장이 먼저 뛰어야 한다. 깨끗한 공기를 공급하는 공조설비,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냉동설비, 초순수와 특수가스를 공급하는 배관설비, 전력과 자동화 시스템, 그리고 이를 끊임없이 점검하고 유지하는 설비기술자들이 있어야 비로소 공장은 멈추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진 기업이라도 이러한 기반이 흔들리면 생산은 한순간에 멈출 수밖에 없다.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반도체 분야에서 일하고 싶습니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꼭 하는 말이 있다. 반도체 산업은 반도체만 알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설비를 이해하고 장비를 다룰 줄 알고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찾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결국 현장에서 오래 살아남는다.
정부도 이러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첨단산업 육성 정책에서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첨단 제조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과 함께 지역에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첨단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산업설비는 화려한 분야는 아니다. 공장이 멈추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역할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그 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는 산업설비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공장의 안정성과 생산성, 품질까지 모두 산업설비의 완성도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광주가 반도체 산업의 중심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 유치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인을 지역에서 양성하고 대학과 기업이 함께 교육과정을 만들어 가며 협력기업까지 함께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청년들은 지역에서 배우고 지역에서 취업하며 지역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
한국폴리텍대학 역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실무 중심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설비보전과 공조냉동, 배관, 용접, 자동화 기술은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반도체 공장에서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된다. 학생들이 이러한 융합형 기술을 익힌다면 지역 산업이 필요로 하는 핵심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반도체를 미래 산업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씨앗도 건강한 토양이 없으면 제대로 자랄 수 없다. 산업설비는 반도체 산업을 지탱하는 토양과 같다. 눈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광주가 진정한 반도체 도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제 반도체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산업을 떠받치는 산업설비까지 함께 키워야 한다. 첨단산업과 산업설비가 함께 성장할 때 비로소 지역경제도 살아나고 청년들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다. 광주의 새로운 도전이 단순한 투자 소식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과 사람이 함께 성장하는 성공 모델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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