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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박형일의 IT직설] 30년 전 CDMA 도전이 보여준 한미 협력의 힘…이젠 A...

디지털 기술을 이야기할 때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사례가 통신이다. 통신은 어느 산업보다 디지털 기술과 밀접하며, 개인의 삶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1991년 이동통신 산업에서는 디지털 기술이 본격적으로...

[박형일의 IT직설] 30년 전 CDMA 도전이 보여준 한미 협력의 힘…이젠 A...

한미 양국을 대표하는 AI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왼쪽부터)과 엔비디아 젠슨 황 CEO,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8월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박형일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디지털 기술을 이야기할 때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사례가 통신이다. 통신은 어느 산업보다 디지털 기술과 밀접하며, 개인의 삶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1991년 이동통신 산업에서는 디지털 기술이 본격적으로 채택되기 시작했다. 흔히 유럽식 이동통신 기술로 불리는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세계이동통신시스템) 방식이 디지털 이동통신의 원조 격이다.

GSM은 유럽을 중심으로 정립된 표준 기술이다. 휴대폰과 기지국 장비가 TDMA(Time Division Multiple Access·시분할 다중접속) 방식으로 신호를 주고받는다. 쉽게 말해 하나의 통신 주파수를 여러 사람이 나눠 쓰되, 각자 아주 짧은 시간 단위로 순서를 정해 통화하는 방식이다.

기존 아날로그 통신보다 통화 간 혼선이 적고 통화 품질도 뛰어났다. 여기에 유럽 표준이라는 장점까지 더해져 거대한 시장과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고 있었다.

반면 미국 시장에서는 아날로그 방식과 TDMA 기술 등이 사업자별로 혼재돼 있었다. 넓은 국토에서 소규모 지역 사업자와 전국 단위 사업자들이 각기 다른 기술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고, 유럽식 GSM에 대응할 만한 디지털 방식의 북미 표준은 아직 정립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때 미국 샌디에이고의 한 신생 벤처기업 퀄컴이 새로운 가능성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퀄컴은 학자와 연구원 출신들이 창업한 회사였고, 위성을 활용한 군용 통신 분야에서 소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해본 것이 전부였다.

퀄컴이 보유한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코드분할 다중접속) 특허 역시 당시에는 연구 논문에서나 존재하는 이론에 가까웠다. CDMA는 여러 사용자가 같은 주파수를 동시에 쓰되, 각 사용자에게 서로 다른 ‘코드’를 부여해 신호를 구분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하면 여러 사람이 한 방에서 동시에 말하더라도, 각자 다른 언어를 쓰게 해 누구의 말인지 구분하는 방식에 가깝다.

당시 퀄컴 경영진은 미국 대형 통신사들에 끊임없이 구애를 보냈다. 미국 대형 통신사들도 CDMA 방식이 기존 디지털 방식보다 서너 배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섣불리 상용화에 나섰다가 실패할 경우 시장의 신뢰를 잃고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때 구세주처럼 등장한 것이 우리나라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Electronics and Telecommunications Research Institute)이었다. ETRI는 1991년 퀄컴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세계 최초 CDMA 상용화에 나섰다.

당시로서는 파격적 결정이었고, 국가 차원의 도박에 가까웠다. CDMA 상용화에 실패할 경우 국내 디지털 통신 도입 일정이 늦어지는 것은 물론, 유무형의 투자 손실과 국제적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ETRI를 중심으로 한 국내 산업계와 학계는 보란 듯이 세계 최초 CDMA 상용화에 성공했다. 미국산 CDMA 원천기술이 한국에서 처음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국내 CDMA 상용화에 힘입어 중남미와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CDMA 방식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더불어 삼성 휴대폰이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한국이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새로운 강자로 부각된 역사적 분기점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30년 전 세계 최초 CDMA 상용화가 지금 다시 소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AI 대전환 시대에 이 경험이 던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는 단순히 미국산 퀄컴 원천기술을 한국이 상용화했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시대에 국가와 민간기업 간 기술동맹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최근 SK하이닉스 차세대 개발 담당 임원의 발언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기업 간 협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해당 임원은 언론사가 주최한 기업 설명회에서 “이제 하나의 기업이 AI 반도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진단했다.

이어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리스크는 기업만이 아니라 생태계를 만드는 모든 플레이어가 일정 부분 책임을 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서 국가뿐 아니라 기업의 역할도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그렇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기업 간 협력과 미래에 대한 준비는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국가적 차원의 아젠다가 되고 있다.

세계 최초 CDMA 상용화 역시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과 공급망 구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공 사례였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제 경제와 안보, 기술이 각각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공동운명체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경제와 기술이 효율을 중시하는 글로벌 공급망 안에서 움직였다면, 이제는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반영하는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으로 재편되고 있다. 단순히 값싸고 빠르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어느 나라와 협력할 것인지, 어떤 기술을 함께 개발하고 보호할 것인지가 기업 경쟁력과 국가 안보를 동시에 좌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박형일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미국은 관세를 무기로 제조업 부흥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트럼프 1기에 이어 2기까지 법적 보조금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반도체, 배터리, 조선, 원자력 등 핵심 산업에서 제조업 리쇼어링(Reshoring·해외에 나간 생산기지를 본국으로 되돌리는 전략)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한미 간 협정에 따라 대미 투자 이행을 신속히 진행하고 있다. 이제 과거처럼 대기업이 현지 법인을 세워 시장에 진출하는 전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경제와 안보, 기술동맹까지 아우르는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실행해야 할 때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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