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노 트리니티 그룹(옛 대명그룹)은 트리니티항공을 통해 오랜 숙원이었던 항공업에 진출했다. 사진=트리니티항공
콘도·리조트업계의 강자인 소노 트리니티 그룹(옛 대명그룹)이 오랜 숙원이었던 항공업 진출에 성공했다. 1979년 창업주 서홍송 회장이 세운 대명주택에서 출발해 대명레저산업을 거치며 리조트업계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트리니티 그룹은, 2011년부터 저가 항공사(LCC) 인수를 추진해 왔다. 마침내 예림당이 보유하던 티웨이항공 지분을 인수하며 항공사를 품에 안은 뒤, 사명을 ‘트리니티 항공’으로 바꾸고 그룹 명칭까지 ‘소노 트리니티 그룹’으로 개명한 것은 항공업을 향한 서준혁 회장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트리니티 항공이 내세운 새로운 카드는 기존 대형 항공사(FSC)와 LCC의 이분법적 구도를 깨는 ‘선별적 서비스 항공사’(Selective Service Carrier·SSC) 비즈니스 모델이다. 단거리는 저렴하게, 장거리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해 제값을 받겠다는 전략이다. 이 새로운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영 전략의 대가, 마이클 포터 교수가 제시한 전략적 혜안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마이클 포터는 전략의 본질이 “경쟁사와 다른 활동을 수행하거나, 유사한 활동을 다른 방식으로 수행해 독특하고 가치 있는 포지션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대표적 성공 사례인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단거리 포인트 투 포인트 노선, 단일 기종(737) 운영, 지정석 없음, 기내식 생략, 15분 턴어라운드 등 모든 개별 활동들이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단일한 목표 하에 서로 긴밀하게 맞물려 작동하는 독창적 시스템을 구축했다. 반면 기존 풀서비스 항공사였던 콘티넨탈 항공은 사우스웨스트를 모방해 ‘콘티넨탈 라이트’라는 저가 서비스를 내놓았으나, FSC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저비용 모델을 얹으려던 ‘양다리 걸치기’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기종 혼합에 따른 정비 비효율, 예약 시스템 충돌, 서비스 저하에 따른 고객 반발 등으로 수억 달러의 손실을 입은 사례는 무엇을 하지 않을지 선택하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s) 없는 전략의 위협을 잘 보여준다.
트리니티 항공의 SSC 모델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과정에서 이관받은 유럽·미주 장거리 운수권을 활용해 수익 다변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타당성을 갖는다. 실제로 올 1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며 장거리 노선 안착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재무적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트리니티 항공의 부채비율은 올 1분기 기준 1947%로, 자기 자본의 19배에 달하는 취약한 구조를 안고 있다. 모회사인 소노 인터내셔널이 3조원 가치의 코스피 상장(IPO)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트리니티 항공에 대한 끊임없는 자금 수혈이 아닌 ‘자체 영업을 통한 재무 안정성 입증’이 필수적이다. 위태로운 주가 흐름을 극복하고 독자적 생존력을 증명하기 위해 SSC 모델의 정교한 안착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이 모델이 성공하려면 기존 항공사들과의 경계선상에서 확고한 독창적 지위를 다져야 한다. 대한항공 등 기존 FSC는 전 세계 허브앤스포크 노선망과 복잡한 고비용 활동 시스템을 유지한다. 이와 달리 트리니티 항공은 비즈니스 출장 승객 대신 모기업의 강력한 호텔·리조트 인프라와 결합된 ‘레저 목적 고객층’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불필요한 오버디자인을 줄이고 타깃 고객에게 맞춤화된 독점적 레저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높은 효율성과 충성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기존 LCC들이 소모적인 가격 경쟁과 경쟁 수렴에 시달리는 것과도 차별화돼야 한다. 장거리 노선에서 무조건적인 저비용이 아니라 프리미엄 기내 및 공항 서비스를 강화해 합리적 프리미엄 가치를 지향하는 ‘제값 받는 가치 소비’ 포지션을 선점함으로써, LCC의 무차별적 가격 공세로부터 방어막을 형성해야 한다.
마이클 포터의 관점에서 SSC 모델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명확한 트레이드오프의 실행이다. 단거리 LCC의 효율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장거리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포기해야 할 서비스와 지켜야 할 가치의 경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둘째, 레저·리조트 본업과의 깊이 있는 ‘전략적 적합성’ 구축이다. 소노의 회원권 인프라와 공항 라운지, 리조트 체크인 및 수하물 연계 서비스 등이 독창적인 서비스 사슬로 엮여 모방 불가능한 시스템을 이룰 때 진정한 시너지가 완성된다. 셋째, ‘성장의 한계선’을 지키고 정체성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무차별적 노선 확장이나 과도한 서비스 추가라는 성장의 함정을 경계하고, 레저 특화 항공사라는 고유 포지셔닝을 일관되게 고수해야 한다.
전략이 결실을 맺으려면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적 연속성이 필요하다. 트리니티 항공의 SSC 모델 역시 항공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단기 성과나 IPO 압박에 흔들리지 않는 전략적 규율이 요구된다. 리더가 타협의 유혹 앞에서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단호히 거절할 때, 소노 트리니티 그룹의 항공업 진출은 어설픈 절충이 아닌 지속 가능한 독창적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박재찬 영남대학교 교수 weeklyh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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